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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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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불일평전 오두막 '봉명산방' 뒤쪽에 새로 지은 토담집 토방. 변규화 옹은 이 토방에서 신선과도 같이 초극의 시간을 갖고자 했다. 그렇지만 이 토방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비극을 불러들이게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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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처럼 영생할 것으로 믿었던 변규화 옹의 타계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나는 그이의 빈소를 차린 영안실에서도 믿을 수 없었고, 그이가 떠나고 없는 불일평전을 찾아서도 그이가 보이지 않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쌍계사 사하촌의 한 지인을 만나 변규화 옹 타계에 대한 의문을 여쭈어 보았다.
그이는 나에게 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집 뒤에는 집을 짓지 않는 것인데...!?”
봉명산방 뒤편에 토담집을 지은 것을 탓하는 것이었다.

사실 집 뒤에 집을 짓는 것은 터부라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다.
내가 살고 있는 부산과 같은 도회지에서도 꽤 많은 실제 사례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신이 아니겠는가.

아, 그러고 보니 내가 변규화 옹이 그 토담집을 짓고 있는 이야기를 글로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03년 8월29일에 썼던 ‘지리산 일기’에 ‘오두막 안쪽의 토담집’ 이야기를 두 차례에 걸쳐 썼다. 그 글을 여기 그대로 옯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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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두막 안쪽의 토담집(1)
                            (2003년 8월29일)

"아, 그 큰 바위를 용케 옮겨냈군요!"
"하아, 그렇지! 그걸 치웠으니까 이렇게 집을 세운 것이지요."
불일평전을 찾은 나는 변규화 옹이 새 집을 얼마나 지었는지 궁금했다.

오두막 뒤편 명당자리에 새 토담집이 거의 완전한 모양을 갖춰가고 있었다.
나는 토담집도 집이지만, 그 자리에 있던 집채 같은 바위를 치워낸 변규화 님의 초능력(?)에 먼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지난해 여름이었다.
변 옹은 나에게 집 뒤의 명당 터를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집을 앉혀야 할 곳에 집채처럼 엄청나게 큰 바위 하나가 턱 버티고 있지 않겠는가.
아무 장비도 없이 무슨 재주로 그 바위를 옮길 수 있다는 것일까?

"그러니까 사람의 머리라는 것이 재미가 있다 그 말이오. 머리를 쓰면 안 되는 일이 없거던!"
변규화 옹은 그 바위를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어떤 동력장비도 쓰지 않고 치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그것을 해낼 주인공은 그 자신이었다.

변규화 옹은 불일평전에서 어언 3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일시적으로 가족과 함께 지내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그이 혼자서 보냈다.
산속에서 혼자 살다보면 집채 같은 바위도 옮길 수 있는 지혜나 힘을 안겨주는가 보았다.

변 옹은 집채 같은 그 바위를 옮겨내고 그 자리에 어느새 토담집 한 채를 지었다.
지붕과 벽체 등의 작업이 거의 끝나고 마지막 마무리 손질 과정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이 혼자 살고 있다보니 집 짓는 일도 그이 혼자 해낸 것이다.

불일평전에는 '봉명산방(鳳鳴山房)'이라 불리는 큰 오두막이 이미 있지 않은가.
물론 있다. 소설가 정비석씨가 이곳에 들러 '봉명산방'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그 오두막이 변함없이 건재한다.

'봉명산방'은 불일폭포를 찾는 사람들에겐 이미 친숙한 집이다. 소망탑(素望塔)과 반도지(半島池) 등과 어울려 포근한 느낌이 앞서는 오두막이다. 소박하고 허름하기는 하지만, 가느다란 굵기의 나무를 같은 길이로 잘라 쌓아올리는 등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끄는 것이다.

불일평전 오두막은 '봉명산방'이란 이름이나 그 외양부터 다소 색다르지만, 알고 보면 내부도 대단하다.
봉명산방 주인 변규화 님은 아들이 결혼하여 이곳에 신접살림을 차릴 때 오두막 증축공사를 했다. 중축된 지붕 위에는 유리병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색다른 아이디어를 동원하기도 했었다.

봉명산방 내부는 밖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다.
'불일평전 러브스토리'를 꽃피운 아들 변성호 내외에다 손자 손녀도 함께 살았다.
하지만 아들 내외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자 오두막은 변규화 옹 혼자 차지가 됐다.

변규화 님이 쓰고 있는 방에는 책과 함께 오디오가 놓여 있다.
그이는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거나, 다른 무엇을 하더라도 공간은 넉넉하게 남는다. 비워둔 방도 따로 있다.

그런데 왜 또 집채 같은 큰 바위를 치우고 오두막 뒤편에 새로운 토담집을 짓고 있는 것일까?
혼자 살고 있는 그이에게 무엇이 부족하여 또 다른 집을 손수 힘들게 짓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없을 수 없다.

변규화 님은 불일평전의 기존 오두막인 '봉명산방'도 혼자 살기에는 그 공간이 넉넉하게 남아돌지만, 그에게는 산 아래에 또 집 한 채가 있다.
국사암 사하촌인 목압마을에 그림처럼 예쁘게 아주 잘 지은 토담집 한 채가 따로 또 있는 것이다.

목압마을의 그 집 역시 변 옹이 혼자 힘으로 지었다. 더구나 그 집은 그이가 정말 특별한 애정과 정성을 쏟은, 그야말로 그이의 손으로 한뼘한뼘 혼신의 노력으로 지었던 것이다.
불일평전에 살던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를 산 아래 마을에서 살도록 하고자 하는 특별한 마음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들 가족은 그 집으로 옮긴 얼마 후 서울로 떠나갔다. 아들 내외가 서울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얻게 되어 서울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목압마을의 그 집에 그토록 엄청난 정성을 들였었는데...

그런데 변규화님은 불일평전 오두막 '봉면산방' 뒤편에 또 새로운 토담집 하나를 짓고 있다.
웬 까닭일까?
'봉명산방'만으로도 생활공간이 남아도는데, 왜 또 토담집을 짓고 있는 것일까?
  • ?
    야생마 2008.05.05 15:04
    변규화님이 집에 욕심이 많은분 같지도 않을듯한데
    집채만한 바위를 어떻게 옮겼으며 왜 새로운 토담집을
    지으시는지 점점 궁금함이 커지네요.
  • ?
    최화수 2008.05.05 15:42
    그렇습니다. 야생마님이 지적한 그대로 변규화 님은
    집에 욕심을 낼 분은 아닙니다.
    그이가 왜 봉명산방 뒤에 또 하나의 토담집을 지었는
    지는 '오두막 안쪽의 토담집' 두번째 일기에서 자세히
    들려줍니다.
    다음 회 글을 보기 바랍니다.
  • ?
    김현거사 2008.05.07 07:11
    귀한 책 잘 받았습니다.
    언제 지리산에서 뵐 날 있겠지요.
  • ?
    최화수 2008.05.07 11:19
    김현거사님! 거사님의 수필집에 실린 작품 한 편 한 편
    읽는 일이 요즘 저에겐 큰 기쁨입니다.
    재미있게 술술 잘 읽히면서도 거사님의 심오한 철학과
    해학이 깃들어 있어 정말 많은 깨우침 얻고 있습니다.
    늘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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