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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5.18 18:18

'지리산 일기'(28)

조회 수 79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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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말 많은 산', '말 없는 산'(3)
                             (5월5일)

 '시냇가 오막살이 한가히 살매
 달 밝고 바람 맑아 흥겹구나.
 손이라곤 오는 이 없고 산새들만 지저귀는데
 대숲 아래 상 옮겨놓고 누워서 책을 읽네.'

야은 길재(冶隱 吉再)의 오막살이 노래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도 시냇가 집 한 채를 읊었다.

 '시냇가 집 한 채 뚝배기 같구나
 북풍에 이엉 걷혀 서까래만 앙상하네.
 묵은 재에 눈이 덮여 부엌은 차디차고
 뚫어진 벽 틈으로 달빛이 차디차네.'

야은과 다산의 시냇가 오두막은 너무너무 청한하다.
그래도 선비의 지성과 여유가 감도는 듯하여 좋지 않은가.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좋은 집을 욕심내면 그 끝이 없다.
오간팔작, 고대광실, 어간대청, 금전옥루(金殿玉樓), 화동주렴(畵棟朱廉)...!
집에 대한 욕망의 극한은 진시황의 '아방궁'으로, 우리의 상상을 절하게 한다.
하지만 금전옥루, 화동주렴의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것이 꼭 좋은 일일까?

집에 관한 재미있는 글자 풀이가 전해온다.

"큰 집은 옥(屋)이라 하고, 작은 집은 사(舍)라고 한다.
屋(옥) 자는 주검(尸)에 이른다(至)는 것이요,
舍(사) 자는 사람(人)이 길(吉)하다는 것이다.
큰 집을 가진 자는 화(禍)를 당하고,
작은 집을 가진 자는 복(福)을 받는 것에 괴이할 것이 없다."

진시황에서 후세인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방궁을 지은 독재자들!
그들의 말로가 어떠했던가?
큰 집을 좋아하다 천명을 채우지도 못 했다.
그래서 어느 무명씨(無名氏)의 이런 노래가 친근하게 생각된다.

'내 집이 초려삼간(草廬三間) 세사(世事)는 바이 없네.
차(茶) 달이는 돌탕관과 고기 잡는 낚대 하나
뒷뫼에 절로 난 고사리 긔 분인가 하노라.'

서양화가 김인환과 김영주님, 판화가 주정이님의 세 가옥!
이들 가옥이 들어선 곳은 지리산도 아니요, 낙동강도 아니다.
동해남부 해안도 아니요, 김해벌이나 섬을 끼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주위 자연과 너무 잘 어울리는 또 하나의 자연이다.

그런데 나는 왜 지리산을 고집했던가?
이런저런 사람들이 몰려들어 너무너무 말이 많은 산이 아닌가.
밀양의 종남산과 김해의 신어산은 전혀 요란하지 않은 산이다.
그 산 기슭에 정물화처럼 자리한 가옥들은 너무나 평화스럽다.

지리산에 들어서는 가옥은 대체로 돈많은 사람의 부잣집이다.
땅도 넓고 집도 크고 으리으리하다.
세 미술가의 집은 넓고 크기보다 정겹고 포근하여 좋다.
그렇지만 이들 집이 결코 질박, 소박한 것만은 아니다.
나로선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또다른 무엇이 있었다.

세 가옥을 둘러보고, 나의 마음이 조금은 쓸쓸해진 것도 사실이다.
뭔가 설렁해진 나의 가슴에 한 줄기 청량한 바람을 채워주었으니...
전혀 예정에 없던, 뜻밖에 찾게 된 강변 찻집 '알 수 없는 세상'!
낙동강 '본포나루' 뱃사공집이 바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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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茗禪 2003.05.20 12:56
    썰썰하다....썰썰하다...
    藝人이 느끼고 사는 집과 山을 느끼고 사는 藝人의 집은 어떻게 다를까...? 비스듬히 누운 거목밑을 출입문으로 두고 사는 집은 더
    멋있지 않을까.....
    썰썰하다는 말씀에 저 혼자 마음대로 상상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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