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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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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10)

요즘 피아골대피소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는 함태식님은 나이에 비해 아주 건강하고, 무엇보다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다정다감하다. 인천에 살고 있는 손자 손녀가 찾아오면 특유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여름 피아골산장을 찾은 나는 함태식님의 인자한 모습에서 나이가 들면 누구나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을 실감했다.

함태식님은 노고단에 현대식산장이 개관되자 피아골대피소로 옮겨 한때 노고단에 대한 미련으로 심한 갈등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였다. 술에 취해 찾아간 사람을 잘 알아보지도 못하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곧 왕시루봉 외국인선교사 수양관 관리인으로 옮겨가면서 산사람다운 특유의 멋과 낭만, 건강한 심신도 다시 되찾은 것이다.

나는 왕시루봉 그이의 거소인 '왕증장' 앞에서 취나물과 된장을 버물린 것을 안주로 탈속의 경지에 이른다는 '무애주(無碍酒)'를 흠씬 마신 기억을 잊지 못한다. 내가 오미리에서 출발, 능선을 따라 왕시루봉에 도착하는 동안 그이는 손수 취나물을 채취, 무애주의 안주를 마련해둔 것이다. 그 순박하고 다정다감한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무애주'란 소주를 과일이나 약초뿌리 등으로 담가놓은 것이 아니라 됫병에 든 소주를 그대로 가리켰다. 구례에서 보해(寶海) 됫병 소주를 구입하여 배낭에 메고 왕시루봉의 긴 능선을 따라오는 동안 세상만사 번뇌를 잊게 하는 탈속주로 저절로 변한다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 노고단을 지켜온 산사람다운 신선한 발상이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노고단에선 그와 단 한 차례 밖에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해마다 종주산행을 할 때 노고단산장에 들러 커피를 꼭 마셨지만, 김정태 사진기자와 출장을 갔을 때를 제외하면 그이와 얘기를 나누고자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조용히, 깨끗이'를 외쳐대는 그이가 '노고단 호랑이'로 너무나 무서운 존재였던 때문이기도 했다.

김정태 기자와 함께 찾았을 때였다. 노고단 휴게실로 막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이가 "담뱃불 끄고 들어와!" 하고 벼락치는 소리를 내질러 담배를 물고다니다시피 하는 나는 너무나 놀랐다. 그 순간에는 내가 용케 담배를 물고 있지는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노고단 호랑이의 벼락치는 소리, 요즘은 그의의 그 목소리가 그리워지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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