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86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24> 그 해 여름은 '꿈결'이던가?(2)

'여름 소설학교'는 7월28일부터 30일까지 의신마을 의장인 우정용씨 집에서 열기로 돼 있었다. 참가자는 주최측이 마련한 대절버스 2대에 나눠타고 찾게 돼 있었다. 하지만 나는 미모의 여성을 동반해야 했으므로 하루 먼저 나의 차량으로 출발했다. 자신을 지리산으로 데려가 달라는 여성, 그녀는 어디로 간들 상관없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의식세계는 그놈의 '여름 소설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소설학교는 해마다 참가하는 것도 아니었고, 참가를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때 왜 소설학교가 열리는 의신마을과 멀리 떨어진 달궁이나 와운마을 등 먼 곳으로 그녀를 데려가지 못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나도 모른다.

소설학교 일행보다 하루 먼저 출발했지만, 내가 찾아간 곳은 소설학교가 열리는 의신마을이었다. 나는 차마 소설학교 학생들이 묵게 되는 우정용씨집의 방을 얻을 수는 없어 바로 이웃한 조봉문씨 집으로 갔다. 그 무렵 벽소령에서 한때 상주천막을 쳐놓고 등산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던 조봉문 청년과 나는 자주 어울리곤 했다.

조봉문은 힘이 천하장사요, 두사불사의 술꾼이었다. 그는 의신마을에서 벽소령까지 막걸리 한 말은 등에 메고, 또 한 말은 손에 들고 오를 정도로 힘이 센 건장한 청년이었다. 내가 찾아가자 그의 눈이 똥그랗게 변하는 것이었다. 조봉문은 나를 보고 놀란 것이 결코 아니었다. 내가 데리고 간 미모의 젊은 여성에 넋을 빼앗긴 것이다.

"이 집에는 손님한테 술도 한 잔 주지 않나?" 내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그는 머리를 긁적긁적거리며 아래채 가게로 걸어갔다. 미인 앞에 제정신이 아닌 것은 남정네들이란 다 마찬가지였다. 그는 막걸리에 맥주에 과자 따위를 수북하게 받쳐들고 왔다. 막걸리는 나에게, 맥주는 그녀에게 따랐다. "여기 제일 깨끗한 방, 이 분에게..."

나는 그녀를 조봉문에게 맡겨놓고 우정용씨집으로 갔다. "내일 90명이나 찾아 오는데, 제대로 준비가 돼 있는지 모르겠소!" 소설학교 장소 선정을 의뢰해 왔으므로 내가 이 집을 택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준비상황을 점검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사실 그녀와 함께 있는 것이 두려워 괜히 우정용씨집에서 뭉기적거리고 있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100) 최화수 2003.01.31 1154
79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78) 최화수 2002.11.26 1083
78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8) 최화수 2003.01.31 1056
7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9) 최화수 2003.01.31 1037
7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37) 최화수 2002.09.08 1010
7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69) 최화수 2002.10.07 939
7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63) 최화수 2002.09.08 928
7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4) 최화수 2002.09.08 918
7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60) 최화수 2002.09.08 894
7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1) 최화수 2003.01.23 891
70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7) 최화수 2003.01.31 878
69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89) 최화수 2003.01.22 877
»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3) 최화수 2002.09.08 861
67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2) 최화수 2002.09.08 858
66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83) 최화수 2002.12.19 856
65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61) 최화수 2002.09.08 850
64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36) 최화수 2002.09.08 844
63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6) 최화수 2003.01.31 838
62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92) 최화수 2003.01.27 836
61 '추억의 지리산, 사랑의 지리산'(59) 최화수 2002.09.08 82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Next
/ 5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