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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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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봉명산방 그리고 왕증장(2)

봄 한철도 그렇게 끝날 듯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나는 불일평전 '봉명산방'으로 불쑥 찾아갔었다. 그것이 지난 4월 마지막 주말이었다. (역시 지리산을 떠나선 살 수가 없습니다. 다시 지리산행을 한다는 인사를 하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나는 봉명산방의 변규화 선생에게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변 선생 역시 다른 말은 생략한 채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의 산> 다시 해야지요. 어쩝니까. 다시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아니오." 변 선생의 그 한 마디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왔습니다. 다시 해야지요. 다음 주에는 '왕증장'에 함 선생을 뵈러 갈 것이오." 함태식 선생을 뵈러 가겠다는 나의 말은 곧 '지리산행'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 <우리들의 산>지(誌)를 다시 만들겠다는 뜻도 되었다.

나는 반년 가까이 <우리들의 산>지 제작에서 발을 빼고자 무던히 애썼지만 허사였다. 거기에 따른 갈등이 지리산행마저 막아버렸던 것이다. 나의 지리산행은 중단되었지만, 그 사이에 지리산을 가지 않았던 것은 물론 아니다. 느닷없이 지리산의 계곡 물소리를 듣고 싶을 때도 있었고, 화개 골짜기의 차향이 너무너무 그리워질 때가 있고는 했었다.

그럴 때 나는 혼자 차를 몰고 대원사나 신흥 골짜기로 달려가고는 했었다. 그러나 나의 지리산행은 봉명산방을 다녀온 이후에도 또 부도가 났었다. 첫째 주말, 둘째 주말...부도가 거듭되었다. 한 달이 또 그렇게 흘러가버린 끝에, 나는 오늘 겨우 지리산의 푸른 숲속에 발길을 들여놓게 된 것이다. 아, 내가 잊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일시에 달려들었다.

잊고 있었던 신록의 향훈, 역사의 숨결을 담은 지리산 특유의 시린 공기가 가슴 가득 채워지는 그것부터가 감격이었다. 우리는 기존 등산로가 아닌, 새로 개척한 오솔길을 따라 숲속을 전진했다. 이 길은 함태식 선생이 왕증장으로 옮긴 이후 왕시루봉 산행을 부쩍 자주 했던 이광전 선생과 여승익 군 등이 만든 것이다. 오늘도 10명이 그 길을 따라간다.

관목들의 잎사귀와 풀잎이 바지가랭이를 간지럽히는 지리산길인 만큼 우리 일행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깨끗한 숲속이다. 아주 자연 그대로의 산길이, 대처에서 오랜 방황 끝에 파김치가 되어 돌아온 자식을 맞는 노모의 얼굴처럼 나를 맞아주는 듯한 생각도 들었다. 나는 단산마을을 출발할 때부터 맨 뒤에 혼자 뚝 떨어져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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