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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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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지리산에 시집 간다던 그녀(3)

총각을 만나러 지리산에 갔지만 찾지 못했다는 그녀의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처녀가 없으면 없지, 총각이 없을 까닭이 없다. 도회지 처녀가 혼자서 지리산 마을을 찾아 총각을 어떤 방식으로 찾았는지도 의문이다. 민박집 주인이나 마을 할머니에게 물어보았다면 금세 알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듯했다.

언젠가 그녀와 조개골을 따라 하산할 때였다. 맑고 고운 용모에 언제나 말이 없는 그녀에게 내가 한 마디 물어보았다. "대학산악부에서 산악훈련을 많이 했겠네." "그렇지 않아요. 제대로 훈련 한번 참가 못 했어요." "왜?" "데모 하느라 정신 없었거들랑요." "뭐, 데모?" 그녀는 대학의 학생운동이 열풍을 일으킬 때 그 한가운데 있었다는 것이다.

순진무구한 외모의 그녀는 시위대 근처도 가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반체제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녀는 서슬이 퍼렇던 군사정권의 폭압에 맞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투쟁을 했다는 것이다. "정의사회 구현 어쩌고 뻔뻔하게 나발을 부는 작자들이 정권을 움켜잡고 하는 꼴들이라니...!" 그녀의 신랄한 말투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자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녀가 정말 그러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한 뒤에도 여전히 반체제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듯했다. 그녀는 밤 늦은 시각 자신의 키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지리산으로 오곤 했지만, 그것은 어쩌면 현실참여 문제의 심각한 고민과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때문인지도 몰랐다.

지리산 화개동천에 가면 총각들이 있다. 지리산에 시집 가겠다면 그 총각 가운데 한명을 고르면 된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식으로 말했었다. 하지만 나의 그 말이 그녀에게는 얼마나 한심하고 어이없었을까? 그녀가 만나고자 한 인물은 내가 생각하는 단순한 총각이 아니었던 듯하다. 그녀는 의식이 깨어있는 청년을 만나고 싶어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그녀는 우리들의 그룹산행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의 직장 일이 좀 바빠진 모양이라고 한 멤버가 말했다. 철이 바뀌면 그녀는 또 키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밤 늦은 시각에 지리산으로 나타날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 뒤에 알게 된 소식은 그녀가 직장도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십여년...그녀 소식은 아직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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