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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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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바래봉 풀밭에서 길을 잃다(1)

나의 고등학교, 대학 선배이자 친구의 친형인 '자이언트' 이광전님은 고교와 대학산악부에서 활동한 정통산악인이다. 부산 자이언트산악회와 동아대교직원산악회를 이끌었고, 현재는 대한산악연맹 부산직할시연맹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광전님은 무엇보다 '지리산 종주 챔피언'으로 종주를 1백수십 차례나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광전님은 내가 '지리산 365일'이란 글을 쓸 때부터 자료 등에 많은 협조를 해주었고, 그가 찍은 사진이 나의 지리산 책 여러 곳에 실려 있기도 하다. 나는 10수년을 주말마다 PEN산악회와 '우리들의 산'산악회의 단체산행에 참가했었지만, 단체산행에 대한 멀미를 느끼고부터 상당 기간 5, 6명 안팎의 마음맞는 사람끼리 그룹산행을 하게 됐다.

물론 주로 지리산을 그룹으로 찾았는데, 이 때 언제나 그룹을 이끈 이가 이광전님이었다. 이광전님은 지리산에 워낙 정통하여 그를 따라가면 문제가 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천하의 이광전님도 길을 잃고 헤맨 일이 있었다. 그것도 험난한 골짜기가 아니라 바래봉 풀밭에서였다. 우리들 그룹산행팀은 그 날 참으로 불가사의한 경험을 했던 것이다.

바래봉 철쭉밭을 처음 발견한 나는 그 매혹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서북능선을 자주 찾게 됐다. 운봉읍 수철리 '중대장님댁'이 한때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다시피 했다. 수철리에서 세걸산으로 올라 바래봉으로 가는 것은 '식은 죽먹기'였다. 그런데 바래봉 직전의 풀밭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길을 잃고 해맸던 것이다.

운무가 온통 뒤덮고 있는 가운데 실비가 내렸었다. 비 쯤이야 문제될 것이 없어 우리는 서북능선으로 올랐다. 능선 위에 오르니까 빗방울도 굵어지고, 바람도 여간 세찬 게 아니었다. 그런데 바래봉에 닿기 전에 철망이 둘러쳐진 풀밭에서 우리는 길을 잃고 말았다. 이광전님이 우리를 꼼짝말라며 한 편에 세워놓고 길을 찾아보겠다며 혼자 나섰다.

그런데 가만보니 그이는 우리들을 축으로 뱅글뱅글 돌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몇 바퀴를 도는 것을 보다 못해 내가 그이를 붙잡고 '탈출' 할 것을 제의했다. 우리가 걸어왔던 길은 간신히 찾아낼 수 있었다. 어찌어찌 하여 우리는 운봉 목장 옆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했다. 바래봉 풀밭에서도 길을 잃은 그 불가사의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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