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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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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첫나들이폭포에서의 그 기다림(2)

한여름철이서 그런지 백무동계곡길로 하산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끊임이 없었다. 첫나들이폭포에는 마치 장꾼들이 장을 보고 오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내려오는 것이었다.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는 K양이 오지 않나 목을 빼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해는 벌써 기울어진 지 오래로 사위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하산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점차 줄어들었다. 나는 하염없이 기다리다 지쳤을 법도 했는데, 어느 순간 불길한 예감이 덜컹 들면서 번쩍 정신이 들었다. 그녀가 조난된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니 지치고 피로한 기색마저 느낄 겨를도 없고, 생땀이 나는 것이었다.

K양은 나의 그룹 학생이었다. 2박3일 동안 취사며 토론을 함께 벌여야 했기 때문에 가까이 대하게 된다. 참하고 영리한 학생인데, 때로는 나에게 당돌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것이 더 귀엽고 사랑스런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조난을 했다면 어떻게 되는가. 책임 문제를 떠나 나는 도무지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드디어 캄캄한 첫나들이폭포에는 나 혼자만이 휑덩그렇게 서 있었다. 하산 행렬도 이미 끊어진 지 오래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발걸음이 천근의 돌덩어리를 단 듯이 무거웠고, 자꾸만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그 때 나는 정말 바보스럽게도 어리석은 아이가 됐던 것도 같다. 캄캄한 절망의 무게만 느꼈던 것이다.

느티나무 야영장 조금 못 미친 곳에서 한 남학생이 나의 마중을 나왔다. 교장선생님이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며 나를 찾아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봐, K양은 어찌 됐어?" "예, K 말입니까? 지금 저녁식사 끝내고 설거지 하고 있는데요." "뭐라구!?" 하지만 나에게 그 남학생의 그 말 만큼 큰 기쁨을 안겨주는 것은 없었다.

그날 저녁 나는 술을 엄청나게 마셨다. 그리고 K양을 앞에 불러앉혔다. "이거봐, 오늘 나는 아버지가 됐어, 네 아버지 노릇했다구!" 나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고 한다. 그런  뒤 학창시절에 시골에서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느라 동구밖에 서있던 얘기 등을 횡설수설 늘어놓더라는 것이다. 술기운에 나는 타임캡슐을 꺼낸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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