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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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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미터 사이에 끼어든 '사랑'(2)

산길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언제나 나와 5미터의 간격을 유지하던 그녀였다. 그 5미터는 산길을 벗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체 회원들을 실은 대절버스가 출발하여 중간에 휴게소에 들리거나 다시 되돌아갈 때도 그녀는 버스의 좌석을 별로 벗어나지 않았고, 휴게소에 하차했을 때도 나의 주변에서 서성거렸던 것이다.

산행이 끝나면 그녀는 곧장 집으로 갔다. 그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어떻게 나와 그녀의 5미터 사이에 누가 끼어들 수 있었다는 걸까. 하물며 산길을 함께 내려오다 나 몰래 철쭉꽃밭으로 숨어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그 꽃밭에 숨어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었을까? 일순간에 온갖 의문이 실타래처럼 뒤엉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금세 맥이 빠졌다. 5미터 사이에 끼어든 청년은 나와 그룹산행을 자주 하는 Y였다. 항상 웃음부터 먼저 웃는 그의 큰 입이 귓가에까지 찢어졌다. "임마, 너희 둘이 꽃밭에 숨어 도대체 뭘 했냐?" "사진 찍었지요. 작품 사진이 나올 겁니다." 나는 그만 입을 다물었지만, 언제 둘이 친밀해졌는지 신통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카메라 솜씨가 좋았다. 철쭉 화원을 지나치다 한 컷 찍자고 부탁했을 법도 하다. 작품사진을 욕심 냈다면 마땅한 장소를 고르느라 잠시 헤맸을 법도 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두지 않다가 갑자기 그녀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놀랐던 것이 쑥스럽기도 했다. 꽃밭에서 나온 그녀는 다시 나로부터 5미터의 철칙을 충실하게 따랐었다.

그 다음번 산행에선 또 그가 그녀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고 은근슬쩍 눈여겨 보곤 했지만, 그는 그녀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맴돌았다. 그렇게 또 얼마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우리들의 단체 산행에 5미터의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그녀 사진을 찍었던 그는 여전히 산행에 나왔다.

하루는 회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니 뜻밖에도 그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녀가 집에까지 찾아온 사연이 무엇일까? 나는 너무나 뜻밖의 사태에 어안이 벙벙했다. 더구나 그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만 눈물을 주루룩 흘리는 것이었다. 나의 딸녀석이 너무 놀라 나와 그녀를 번갈아 쳐다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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