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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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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심원마을의 삶은 감자 한 알!

1990년을 전후하여 그룹으로 지리산을 자주 찾던 시기에 나는 달궁의 정자나무집에서 묵을 때가 많았다. 정자나무집은 달궁의 다른 집들보다 좁고 허름했지만, 주인아주머니의 음식솜씨가 아주 특출했다. 또 남편의 건강을 위해 남원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살고 있는 그녀의 언제나 인정이 넘치는 순후한 모습이 좋았던 때문이다.

달궁에서 묵게 될 때는 다음날 거의 틀림없이 반야봉에 올랐다. 지금은 자연보전지구로 길이 막혀 있지만, 달궁에서 반야봉으로 오르는 부드러운 산길이 너무 좋았다. 반야봉으로 오른 뒤에는 화개재를 거쳐 뱀사골로 내려오거나, 목통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또는 임걸령을 거쳐 피아골로 하산하는 등 코스 조정이 아주 용이했다.

한번은 나보다 나이가 많지만 힘이 장사인 김기병님과 달궁의 정자나무집에서 묵었다. 그이와 단 둘이 등산객이 거의 없는 평일에 달궁~반야봉~노고단~심원~달궁의 꿈결같은 길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 먹거리 하나 챙겨들지 않고 그 길로 나섰다. 먹는 문제는 노고단산장에서 적당히 해결하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고단고개에 닿고보니 산장으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다. 관광버스로 성삼재에 오른 나들이객들이 줄지어 몰려와 요란한 소음을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산장을 찾는 대신 노고단에서 곧장 심원마을로 하산했다. 그 때는 심원마을로 내려가는 산길이 호젓한 오솔길로 아주 부드럽게 이어져 있었다.

심원은 땅집 서너 채만 썰렁하게 엎드려 있었다. 때마침 한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밭에서 일을 하다 중참을 먹고 있었다. "여기 음식 팔지 않나요?" "예, 보시다시피!" 배가 고픈 것은 김기병님도 마찬가지였나 보았다. "라면 끓여주는 집도 없나요?" "예, 보시다시피! 우리 집밖엔 다 빈집이예요." 우리는 머쓱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좀 드시지오. 라면도 떨어지고 없네요." 아주머니가 일어나 감자 한 알씩을 건네주었다. "중참을 뺏어먹을 수야!" 우리는 차마 하고 사양했다. "배고픈 데는 장사가 없소!" 아저씨도 먹어라고 했다. 하, 그 감자 한 알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심원에서 달궁으로 내려오는 계곡길 내내 감자 맛이 알알이 혀에 감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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