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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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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6)

함태식님이 지키던 구 노고단산장에는 비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대형 원색사진 하나가 언제나 눈길을 끌었다. 노고단을 뒤덮은 황금색 원추리꽃의 장관을 담은 사진이었다. 노고단은 국내 최대 원추리꽃 군락지로 여름 한철 고원 일대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노고단에 올라 원추리꽃의 황홀한 모습에 넋을 빼앗겼던 일을 잊을 수 없다.

'노고단은 여름철에는 구름이나 운무에 가려 있을 때가 많다. 무심코 서있다가 어느 일순간 햇살이 드러나는 것과 함께 정상 일원이 황금색으로 눈부시게 펼쳐지는 것에 놀라게 된다. 마치 어떤 전설에 빨려들 듯이, 또는 거대한 마력에 이끌려 가듯이 가까이로 이끌려 가면 황등색의 원추리꽃들이 무리를 지어 피어있는 것을 보게 된다.'

위의 글은 86년에 펴낸 나의 졸저 <달 따러 가자>의 한 대목이다. 이 매혹적인 노고단의 야생화 때문에 단체 종주팀이 소동을 연출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부산일보사에 근무하던 필자는 김정태 사진기자와 함께 종주에 참가했다. 김기자는 주능선의 한여름철의 풍경을 필름에 담아오라는 회사의 출장명령을 받고 따라나섰던 것이었다.

나는 산행대장에게 노고단에서 김기자와 함께 잠깐 촬영을 하고 갈 테니 임걸령에서 우리 두 사람의 점심을 지어놓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종주 대원들이 출발하고 우리는 방송중계탑 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운무가 뒤덮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다. 운무가 걷힐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잠시 뒤 운무가 부분적으로 걷혔다가 다시 뒤덮였다가 하기를 반복했다. 물론 운무가 걷히는 순간 사진촬영이 이뤄졌다. 하지만 김기자도 나도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취해 그곳을 떠날 줄 몰랐다. 임걸령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종주팀의 존재를 깜빡 잊어먹은 것이었다. 안개와 야생화가 벌이는 숨바꼭질에 아주 넋을 빼앗긴 것이다.

밥을 지어놓고 기다리던 산행팀에서 난리가 났다. 시간이 지체되자 그들은 화개재로 옮겨 막영을 했다. 연하천에서 야영하려던 원래 계획을 우리 둘이 차질을 빚게 한 것이다. 종주산행 내내 미안해하던 그 김기자가 지난해 그만 유명을 달리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던 노고단 야생화를 두고 어찌 먼저 떠날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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