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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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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7)

1984년 여름 지리산 종주 산행 때였다. 출발 이틀 전에 부산일보사 커피숍에서 조편성을 위한 예비모임이 있었다. 50여명의 집결자 가운데 아주 특이한 한 분이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백발이 성성한 50대 후반의 아주 잘 생긴 남자였다. 나는 그가 종주에 참가한 여성의 아버지로 산악회 성격을 알아보려고 나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나에게 따로 면담을 요청했다. "나같은 사람도 종주할 수 있나요?" 아주 뜻밖의 질문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태 등산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뜻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요." 그가 건강하게 보여 함께 가자고 대답해주었다. "3박4일 강행군에 가다가 늙은 내가 낙오하면 다른 이에게 폐가 안 될는지..."

그래도 그는 망설였다. "그럼 저랑 한 조가 됩시다." 이렇게 하여 나는 50대 후반의 그를 위해 특별히 두 사람만의 별도 조를 편성했다. 김기병이란 이름의 그이는 20여년간 낚시에 미쳐 산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우연히 지리산 종주산행 대원을 모집한다는 안내를 보고 이상할 정도로 가고 싶은 유혹에 빠졌다는 것이다.

나는 그와 한 조를 이뤘지만 사실은 은근히 걱정도 됐었다. 그런데 막상 화엄사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보니,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산의 그림자도 밟은 적이 없다던 그가 펄펄 날아서 가지 않겠는가. 그는 누구보다 막영지에 먼저 도착하여 뒤처진 대원의 배낭을 받아주기 위해 되돌아 마중을 오기까지 했다. 얘기도 또 구수하게 잘 했다.

그로부터 김기병님은 매주 주말 우리 산악회와 함께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녔다. 종주 다음 해인 85년 그는 부산등산학교 하계, 동계반을 차례로 수료했고, 또 그 다음 해에는 대한산악연맹의 한국등산학교에 들어갔다. '한등'에는 30대 이상은 입교 자격이 없어 그는 퇴짜를 맞았는데, 끝까지 간청하여 '청강생'의 자격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는 암벽과 빙벽 등 기술등반에 깊이 빨려들었고, 마침내 히말라야 원정도 다녀왔다. 그는 또 부산등산학교에서 록클라이밍을 가르치는 등 후진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전문산악인으로 활동하는 그를 지켜보면 그가 "나같은 사람도 종주할 수 있나요?"라던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지리산 종주가 한 멋진 전문산악인을 배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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