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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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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11)

근년에 장터목을 처음 찾은 이들은 지난날의 장터목대피소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물론 알지 못 할 것이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장터목샘(산희샘)으로 내려가는 곳에 20여평의 작은 건물 하나가 전부였다. 그 이후 현재의 산장 자리에 꽤 규모가 큰 산장 건물이 들어섰고, 처음 건물은 몇 해 동안 창고이기라도 한 듯이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한여름철 장터목은 이름 그대로 장터처럼 붐볐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산장은 일찌감치 만원이 되고, 좁은 야영장마저 진주의 중학생 등이 단체 수련을 와 점령을 해버리고는 했다. 이 때문에 장터목에서 야영을 하겠다며 늦은 시각에 도착한 종주 등산객 가운데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치밭목대피소로 떼어놓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매년 여름 지리산 종주를 했던 나도 장터목의 이런 혼잡에 질려 세석고원에서 야영을 하는 쪽으로 계획을 잡았다. 그런데 한번은 엄청난 호우를 만나 산행계획이 차질을 빚어 장터목에서 야영을 해야만 됐었다. 장터목에 닿고 보니 아니나 다를까, 단체 수련을 온 학생들로 야영장이 점령되어 발 하나 들이밀 곳이 없었다. 망연자실할 수밖에!

우리 일행은 너무 지쳐 치밭목으로 옮겨가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어찌 해야 하나 하고 낙담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산장관리인이 우리 단체 종주팀의 인솔자를 찾는다고 했다. 그이는 처음 보는 나에게 단체수련학생들이 야영장을 점거한 것을 사과하면서 작은 대피소를 보호하고자 로프를 쳐놓은 그 안쪽 공간을 막영장소로 내주었다.

폭우와 강풍을 만나 거의 탈진상태에 빠졌던 우리들은 대피소 관리인의 친절한 배려로 조금 비좁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할 수가 있었다. 그이는 장터목을 오랜 기간 관리해온 중산리의 최인섭님이었다. 인자한 표정의 사람 좋은 그이는 그러나 한겨울 꽁꽁 얼어붙은 화장실 분뇨를 깨뜨리다 눈을 다치기까지 했다고 한다.

20여평의 작은 대피소 옆에 큰 건물이 들어서자 그이의 아들인 젊은 최진경님이 장터목산장을 지켰다. 학사 출신인 그는 산장에 도착한 순서대로 배낭 줄 세우기를 하는 등 산장 관리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동원하곤 했다. 하지만 원래의 장터목 터줏대감 최인섭님은 몇 해 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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