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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추억의지리산,사랑의지리산(최화수)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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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호랑이 담배 피던' 종주산행(12)

노고단, 세석고원, 장터목, 치밭목 등에 산장(대피소)이 세워진 것은 1971년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무인대피소로 운용됐다. 단층 슬라브의 40평 또는 20여평의 좁은 건물이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지리산을 오르는 산꾼들이 많지 않아 대피소 역할을 훌륭하게 해낼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대피소 이용 수칙만 지킨다면 문제가 없을 듯했다.

하지만, 무인대피소는 금세 황폐화 됐다. 대피소 안에서 나무로 불을 지피거나, 오물과 분뇨를 쏟아놓는 등 금세 쓰레기장이 된 것이다. 산악문화가 일천했던 당시로선 이런 사태가 불가항력적이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노고단산장은 구례 출신의 함태식님이 무인산장 관리를 자청, 72년 8월부터 정착하여 깨끗한 산장으로 지켜낼 수 있었다.

다른 산장도 관리인이 나타나 유인산장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치밭목대피소만은 건립된 지 무려 15년이 지나도록 무인대피소로 방치됐었다. 70년, 80년대 초반까지는 유평리~치밭목~중봉을 거쳐 천왕봉을 연결하는 코스로 산행을 하는 이들이 아주 적었다. 그 때문인지 치밭목대피소 관리를 자청하고 나선 사람이 없었다.

그 때까지는 지리산 종주산행도 거의 모두 화엄사~노고단~천왕봉~중산리 코스를 따랐다. 우리도 처음에는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했고, 그 다음 해부터 대원사 코스를 포함시켰다. 써래봉의 아름다운 풍정을 따라 기분좋게 내려온 우리 종주팀은 치밭목대피소를 들여다보곤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대피소가 분뇨통이나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치밭목 대피소가 면모를 일신하고 산꾼을 맞게 된 것이 86년 12월14일이다. 민병태씨가 거창, 진주지역 산악인들의 도움을 받아 무려 3개월여나 손질을 한 것이다.한 해 앞까지 코를 싸매고 지나쳐야 했던 치밭목대피소가 깨끗하게 단장되면서 우리들 종주팀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이 아주 쾌적한 휴식처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민병태씨 부인 정연숙씨도 함께 산장을 지켰는데, 젊은 부부가 내놓는 작설차며 커피가 종주산행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주고도 남았다. 민병태씨가 치밭목을 지킨 지도 벌써 16년의 세월이 흘렀다. 묘하게도 함태식님이 노고단을 지켰던 그 16년의 성상을 채운 것이다. 그의 치밭목 16년 애환을 우리들이 어찌 짐작이라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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