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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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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에 나오는 한국인의 어머니 웅녀(熊女)가 반달가슴곰인지 아닌지는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화석으로 보면 반달가슴곰은 구석기시대부터 한반도에 살았다고 하네요. 5천년 전 쑥과 마늘의 동굴에서 나온 곰은 한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상징으로 존재해 왔다고 하겠지요. 지리산은 이 곰과 일찍부터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답니다. 하늘에서 일곱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는 칠선계곡 선녀탕 전설에도 그 곰이 등장합니다. 선녀들에게 혹한 곰이 일곱 선녀의 옷을 몽땅 훔쳐 바위틈에 숨겨놓게 되는 것이지요.

목욕을 마친 일곱 선녀들이 옷을 찾아 헤매고 있는데 사향노루가 자기 뿔에 걸려 있는 선녀들의 옷을 가져다 주었답니다. 곰이 사향노루 뿔을 나뭇가지로 잘 못 알았던 게지요. 선녀들은 하늘나라로 돌아간 뒤 옷을 찾아준 사향노루를 칠선계곡에 집단이주시켜 살게 하고, 옷을 훔친 곰은 국골로 쫓아내버렸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반달곰의 수난은 일제(日帝)로부터 시작이 됐답니다. 조선총독부가 유해동물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1915년 260여마리를 시작으로 1942년까지 무려 1천여마리의 반달곰을 무차별 포획했다는 군요.

한국전쟁으로 우리나라 곰들은 또다시 크나큰 수난을 당합니다. 특히 지리산은 1948년에 시작된 빨치산투쟁이 평정 되기까지 7년여 동안 총성이 계속된 전쟁터로 홍역을 치렀지요. 그 살벌했던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았던 지리산 반달가슴곰들은 1960년대 평화시대를 맞아 이번에는 밀렵꾼들에 의해 멸종 위기에까지 내몰립니다. 지리산에서만 한 해에 20마리, 그 다음해는 16마리, 또 어떤 해는 40마리까지 사로잡힌 적도 있다는 거예요. 현재는 전국에 반달곰이 20마리, 지리산에는 5마리 정도가 살고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반달곰은 건강한 생태환경의 척도"라고 말하지요. 경제적으로도 유용하고 인간친화적이라고 합니다. 그들의 생존 여부를 통해 인간의 생존환경을 돌아볼 수 있지요. 반달곰의 활동으로 생태계가 정상으로 돌아간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들은 밤, 도토리, 나무열매를 먹고 배설물을 통해 종자를 산포하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산림 관리자이자 생태계 기능 조절자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지요. 일본, 중국에는 수만마리의 반달곰이 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멸종위기라니 국가적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1990년을 전후한 몇 해 동안 나는 지리산 반달곰을 나름대로 수소문해 보기도 했답니다. 당시엔 날마다 부산 국제신문에 <지리산 365일>이란 글을 연재하고 있었는데, 지리산 최대 미스테리가 반달곰의 생존여부였거던요. 곰에게 뺨을 맞아 얼굴의 뺨 한쪽이 날아간 사람이 있다고도 하고, 장당골 잣나무에 곰 발자국이 있다고 하더군요. 외고개 너머 오봉리 주위에 곰이 출몰한다고 하여 사진기자가 일주일 동안 잠복을 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지리산에 야생하는 반달가슴곰의 실체를 포착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답니다.

2000년 11월29일 진주mbc 김석창PD 등이 설치해놓은 무인카메라에 지리산 야생 반달가슴곰 한 마리가 포착된 것은 참으로 기적같은 경천동지할 대단한 뉴스였지요. 우리나라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에 서식하는 야생 반달가슴곰을 확인함으로써 지리산 자연생태계가 그 복원을 이룩한 것으로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문제는 그 개체수가 어느 정도인가에 있답니다. 종(種) 번식이 가능한 개체수 확보가 비상한 관심사였지요. 그런데 지난 10월 지리산 반달곰 관리팀이 또다른 야생 반달곰 촬영에 성공한 것입니다.

2002년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으로 하여 최고의 경사와 흉사를 번갈아 맞이했다고 앞서 말한 바 있습니다. 국립공원 반달곰 관리팀이 해발 1120미터에서 반달곰 성수 한 마리를 무인 스틸 카메라로 포착한 것이 최고의 경사라면, 지난해 방사했던 반달가슴곰 '반순'이가 지난 6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은 정반대로 가장 큰 비극이자 흉사였던 것이지요. 지리산의 최고 경사와 흉사가 야생 반달곰과 방사 반달곰으로 하여 일어났듯이, 지금도 지리산에는 야생 반달가슴곰과 방사 반달가슴곰이 함께 존재하고 있는 거예요.

지리산에서 야생하는 반달가슴곰을 잘 보호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또한 현재 시도하고 있는 반달가슴곰 방사가 성공한다면 지리산 반달가슴곰 종 복원에 새로운 신기원을 이룩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까 몇 마리(겨우 5마리?) 남지 않은 야생 반달곰과 지난해 처음 방사된 새끼반달곰 4마리 가운데 살아남은 2마리가 앞으로의 지리산 생태계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 24명의 전문가로 반달곰 전담관리팀이 구성됐고, 곰 때문에 출입 통제지역도 늘어났습니다. 그래서 곰과 지리산꾼과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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