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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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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이광전님은 부산대 산악부에서 활동할 때부터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안겨주었답니다. 나는 그이 친동생과 친구여서 곧잘 그이집에 놀러갔었는데, 수많은 산악 장비들 하며 산악훈련 사진들이 나를 놀라게 만들었지요. 그 때의 산악장비란 군용이 대부분이었고, 투박하고 무거웠던 게 특징이었어요. 그 무거운 장비에 짐을 가득 메고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 탐라계곡이나 설악산 토왕성 빙폭에 도전하고 있는 일련의 사진들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지요. 당시 대학산악부 훈련은 군대훈련보다 더 엄격했다고 합니다.

자이언트님은 평생 산과 계곡을 쫓아다닐 운명을 타고난 듯합니다. 그이는 부산공대를 다녔는데, 산에 홀랑 빠져 있지만 않았어도 엔지니어로 입신했을 거예요. 하지만 산에 너무 집착한 것입니다. 산과 산사람들이 좋아 그랬다면 할 말이 없지요. 하지만 나는 그이가 산에 그토록 빨려든 까닭을 나름대로 짐작해봅니다. 그이는 평안도 태생으로 피난가족입니다. 당시 어렵지 않은 가정이 없었지만, 자이언트님 3형제는 홀몸 어머니가 삯바느질로 길러냈어요. 장남인 그이의 고뇌가 산으로, 또 산으로만 내몰게 하지 않았을까요?

골격이 장대하고 타고난 스포츠 체질인 자이언트님은 운동이라면 못하는 게 없지요. 만능스포츠맨이라고 할 만합니다. 고교 때는 격렬하기로 유명한 럭비선수도 하고, 유도 등등 하지 않은 운동이 없을 정도예요. 지금도 웬만한 20대 장정보다 더 펄펄 힘이 흘러넘치고 있지요. 그런데 만능 스포츠맨이 어째서 등산 하나로 기울어진 것일까요? 알고보면 자이언트님에게는 의외로 예술가적인 센스가 빼어나답니다. 그이가 촬영한 지리산 등의 사진은 사진작가 작품수준에 못지 않답니다. 글쓰는 솜씨 또한 상당한 경지에 있어요.

그이는 골격이 장대하여 고교 때는 럭비팀에 끌려갔고, 대학 때는 산악부에 붙들려간 것이예요. 자신도 스포츠를 좋아하니까 무슨 운동이든 즐겁게, 또 열심히 한 것도 사실이예요. 하지만 그이가 하고자 하는대로 가만히 버려두었다면, 스포츠는 취미 수준으로만 즐기고, 예술가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오히려 많았을 거예요. 예술적 창작이나 공학 엔지니어링은 비슷한 연관성이 많은 법이지요. 실제로 그이는 부산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문화면에 고정칼럼을 쓰기도 하고, 산악회지 등에 여운을 물씬 남기는 에세이를쓰곤 했지요.

자이언트님이 얼마나 섬세한 성격인가는 지리산 관련 자료를 엄청나게 많이 소장하고 있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이의 아파트 방 한 칸은 완전히 산악 관련 자료 창고나 같아요. <우리들의 산>이란 산악회지가 통권 85권이나 나왔는데, 그 편집인인 나는 그 책을 죄다 갖고 있지 못하지만, 자이언트님은 한 권도 빠트리지 않고 보관해오고 있지요.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 칼럼을 쓰며 왕시루봉에서 인요한(존 린턴)을 만나 나눈 얘기를 기억해내지 못해 애를 태우자 그이는 당장 그 자료를 가져다 주는 것이었습니다.

자이언트님이 산악인답게 산악 관련 도서나 기사를 수집 정리하여 잘 보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이는 이를 단순히 취미 차원에서 수집하고 보관하는 것이 아니예요. 그이는 산악관련 자료나 신문기사 또는 잡지글을 무턱대고 보관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그 취재 현장을 안내했거나 정보 또는 자료를 제공한 기사나 잡지글만 보관하는 겁니다. 그들 모든 자료는 이를테면 그이의 산악운동 관련 일기첩이나 같은 것이지요. 그 자료 하나하나에 그이의 땀과 남다른 열정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한다면 자이언트님이 무수한 산악 관련 정보나 삽화들을 글쓰는 이에게 제공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자이언트님으로부터 지리산 정보와 삽화들을 가장 많이 제공받은 특별한 수혜자가 바로 최화수입니다. 치밭목의 남부군 여인, 왕증장의 함태식님 관련 얘기 등등 그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이는 좋은 일은 널리 알려 더욱 확산되기를 바라고, 나쁜 일은 널리 알려 더 이상 되풀이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정보를 제공한 거예요. 물론 그 1차 취재는 그이가 하고, 2차 취재에는 직접 안내를 하는 것입니다.

'자이언트' 이광전님은 지리산 종주를 130여회나 해낸 거인입니다. 그이는 치밭목이든 세석고원이든 노고단이든 산장마다 꼭 필요하게 생각되는 물품 하나라도 전해주고자 오늘도 종주에 나서고 있는 거지요. 그이는 대원사주차장 주성호님을 만나면서도 여름철에는 수박을 두 통이나 사들고 가더군요. 주성호 가족에게 한 통, 바로 옆의 관리공단 매표소에 한 통을 선물합니다. 그이의 순수한 인정이지요. "오늘날에 있어 우리가 남이가!" 라고 하는 거예요. "조트로 마이싱"이나 "에이, 신발끈!"보다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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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프맨 2002.11.11 18:28
    영원한 산악인 "자이언트"님의 산에관한 열정을 정말로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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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2.11.15 15:43
    구수하게 자이언트님 이야기하는 최선생 같은 분이 왔다갔다하는 지리산 품이 더 따시게 느껴져옵니다.아름답군요.천금 주고 못사는 그 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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