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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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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면 내가 산으로
어슬렁 어슬렁 올라가고

밤이면 산이 내게로
뚜벅뚜벅 내려오네

때죽꽃 송송 핀다고
초롱초롱 별 뜬다고.

내가 산에 사는 걸까
산이 내게 사는 걸까
(후략)
              <김필곤 / 산거일기 중 '초롱초롱 별 뜬다고'>

한냇물, 碧沙(벽사) 김필곤님.
낮에는 그가 산으로 가고, 밤에는 산이 그에게로 오고...
차의 고향으로 귀의한 차시인은 쉽게 자연에 동화되고...
때죽꽃 송송 피고, 초롱초롱 별이 뜰 때 이렇게 노래합니다.

"내가 산에 사는 걸까, 산이 내게 사는 걸까?"

김필곤님은 스스로 "한나절은 시를 쓰고, 한나절은 차를 따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지요.
하지만 고생스럽게 일한다는 소문도 들렸어요.

"벽사님이 하루 종일 지게에 돌을 져다 나르고 하더구만요."
"가파른 절벽길로 지게에 무거운 짐 지고 오르내려요"

그렇습니다. 지리산에서 차농부로 살아가는 것이 쉬울 수만은 없겠지요.
달빛 넘쳐나는 '달빛초당(茶仙草堂)'에 그저 안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고단한 내 인생살이가 초당 하나 마련했네."
20년 도회생활을 접고 초당을 마련한 감회를 김필곤님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달빛초당(茶仙草堂)'은 어디에 있는가?
아마도 달빛만 드나드는 산중 깊은 절해고도(絶海孤島)일 테지...!

"신흥마을 1킬로쯤 못 미친 곳이요. 그 '쉼터' 어쩌구하는 모텔 맞은편이요."
모암마을 한 주민은 '달빛초당'이 한집 뿐이라 쉽게 찾을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렇지만 나는 한동안 엉뚱한 곳을 헤맸어요.
산중 깊고 외진 곳을 찾았던 때문이었습니다.

'달빛초당'은 산중 깊은 곳이 아니라 바로 도로변에 있더군요.
곡각지점의 도로, 화개천 지계곡에 숨겨진 듯 자리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가면 눈깜짝할 새 지나치므로 미처 보지 못합니다.
작은 흙집 오두막은 걸어가는 사람의 눈에만 나타나는 거지요.
그러니까 그 위치가 아주 절묘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화개동천) 한적한 곳에서 숙박을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벚나무 가로수가 우거진 신작로를 따라 산책을 나갔다. 한동안 걸어 올라가니 옥구슬처럼 푸른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산기슭 절벽 아래 정겨운 오두막 한 채가 멧새둥지처럼 앉아 있어 멈춰서 집구경을 하는데 마당을 쓸던 집주인과 눈길이 마주쳤다."

7년 전 성세실리아성당 김인국 신부님은 '달빛초당'을 이렇게 발견합니다.
신부님은 집주인과 눈이 마주쳐 어떻게 인사라도 나누게 되는 것일까요?

"시절인연이라고 할까, 이심전심이라고 할까. 허름한 작업복을 걸치고 있는 자그만 체구의 오두막 주인과 나는 옛 지기라도 되는 것처럼 그만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았다. 저녁 시간에 차나 한 잔 하러 오시라는 호의에, 오두막 주인 내외분과 함께 훈훈한 온돌방에 앉아서 차와 다담(茶談)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신부님은 그 오두막 주인이 차농사를 짓는 농부 시인으로서 한나절은 차를 따고, 한나절은 시를 쓰는 속멋이 넘치는 풍류인임을 알게 됐지요.
그로부터 신부님은 매년 휴가 때마다 '달빛초당'을 찾게 됐다고 합니다.

"휴가 때마다 '달빛초당' 오두막을 찾아간다. 절벽에서 내려치는 폭포에 멱을 감기도 하고, 계곡의 반석 위에 마주앉아서 차를 끓이며 다도삼매에 젖기도 한다. 전혀 오염이 되지 않은 문덕산 구폭동천이 언제나 청정한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산중에 사는 맛은
작설 한 잔 그 맛이다

치자꽃엔 청록차로
보름달엔 황록차로

소나무 정자에 앉아
작설 한 잔 그 맛이다.
(후략)'
        <김필곤 / 산거일기 중 '치자꽃엔 청록차로'>

  • ?
    섬호정 2003.07.04 21:44
    한해 5월에 차를만들겠다고 목압골에 갔다가 김시인의 달빛초당에 앉아 어린동요 <섬집아기>를 불러주던 차대접이 새삼 순진한 웃음으로 오네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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