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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571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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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가장 험난한 칠선계곡에 등산객을 위한 등산로가 개척되기 전에 목재를 운반하는 길이 먼저 뚫렸습니다!
참으로 놀랄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칠선계곡 원시수림에 대한 도벌이 얼마나 일찍부터 성행했는지 알 만합니다.

칠선계곡은 지형이 험하고 원시수해가 뒤덮고 있어 등산로를 개척하는 일이 쉽지 않았어요.
김경렬 대장이 이끄는 칠선계곡학술조사대가 처음 등반로를 개척한 것이 1964년 겨울철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칠선계곡에는 등반로 이전에 '목마로(木馬路)'라는 것이 먼저 생겨났답니다.

'목마로'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칠선계곡은 지형히 험악하여 산판도로를 낼 수 없었지요.
산판도로조차 낼 수 없는 험악한 지형에 나무들을 얼키설키 엮어서 마치 시멘트 콘크리트를 하듯이 연결시켜 길을 열어 놓은 것입니다.

1960년대 초반 칠선계곡 중턱에서 산자락까지 곳곳에 이 목마로가 뚫려 있었다고 합니다.
왜 이런 '나무의 길(?)'을 만들었을까요?
산 중턱에서 베어낸 나무들을 산 아래로 운반하기 위해서였지요.
도벌한 아름드리 나무들을 그 위로 굴러내린 것이에요.

1964년 10월 부산 대륙산악회 성산(成山)씨는 칠선계곡학술조사단에 앞서 선발대로 예비답사에 나섰어요.
그 때 그는 문제의 목마로를 처음 지켜본 것입니다.
무엇보다 목마로를 만든 그 독특한 방식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군요.
얼마나 많은 나무를 실어날랐는지 목마로가 반질반질 광채가 나기까지 했다니까요.

성산씨는 필자가 십수년 동안에 걸쳐 펴낸 산악지 <우리들의 산> 1991년 11월호에 칠선계곡의 목마로에 관한 글을 기고했습니다.
그이의 글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아요.

[...칠선계곡은 지형이 너무나 험악하다.
울퉁불퉁한 바닥에 먼저 굵은 기둥을 경사지게 세웠다.
그 위에다 경사지게 좀 작은 기둥으로 연결했다.
또 그 위에다 허벅지만한 통나무를 3미터 정도 길이로 잘라 착착 붙여서 목마로를 만들었다.
이 길을 이렇게 만드는데만 사용된 나무가 도대체 몇 만 그루이었겠는가.

사람이 나무를 둘러메고 오르락 내리락 해본들 몇 그루나 운반할까 생각하다 짜낸 묘안이 바로 이 목마로였다.
얼마나 베어먹어야 본전이 나온다는 것도 계산했으리라.
아무리 긴 나무, 큰 나무라도 이 목마로에 올리기만 하면 경사각도를 이용하여 힘들이지 않고 끌어내릴 수 있을 테니, 얼마나 많은 돈을 벌 것인가.

관계 당국에서 목마로를 모를 리가 없다.
신음하며 쓰러지는 나무들의 비명을 못들을 리가 없다.
그러나 나무들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쓰러져 갔다.
한 잔의 술잔에, 미희들의 간드러진 웃음소리에 백년 묵은 강건한 체구는 말없는 여한을 남기며 비웃기라도 하듯이 쓴웃음을 지으며 죽어만 갔다...]

그런데 칠선계곡에는 이 목마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또 하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도벌 댐'이 있었답니다.
도벌한 아름드리 나무들을 목마로보다 훨씬 더 용이한 방법으로 산 아래로 운반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도벌 댐'이었어요.
  • ?
    오 해 봉 2006.02.23 00:25
    구수한 옛날 이야기를 듣는것 같습니다,
    도벌댐이 기다려 집니다.
  • ?
    김용규 2006.02.23 10:02
    칠선계곡의 숨은 역사를 알게 되어서 고맙습니다. 목마로는 칠선계곡의 왼편에 있는 한쟁이골(함양독바위 왼쪽)에서도 직접 목격을 했습니다. 마리다(당시 사람들이 베어낸 나무에 대한 일본식 이름)를 운반하기 위한 통로라고 하더군요. 도벌 댐은 한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름이군요. 지리산의 아픈 역사들이 최근에서야 하나씩 하나씩 들춰지는 셈이 되는 것 같습니다.
  • ?
    야생마 2006.02.23 21:13
    백년 묵은 고목들이 쓰러져 가 버렸군요. 대규모로...
    나무를 베던 사람들도 어찌보면 막걸리 한사발 들이키며
    가족의 안녕이나 소박한 꿈을 꾸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게 엄청난 지리산 역사의 상처가 되는줄 모르는 체 말이지요.
    목마로...대략 그림은 그려봅니다만, 도벌댐은 또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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