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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87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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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달이며는
쌍계사의 학이 울고

천년 전 솔바람도
어느새 와서 불고

화개골 흰 구름 같은
고운 생각도 피어난다.

댓잎 이슬 받고 자란
지리산 그 죽로차

눈 속에 번져가는
담록색 머언 향기 따라

꽃사슴 지순한 꿈도
영을 넘고 있구나.'
           <김필곤 / 지리산 죽로차>


육우(陸羽)의 '다경(茶經)'에 '차죽' 파는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중국 진나라 원제(元帝)때 차죽을 파는 할머니가 살았다네요.
할머니는 먹어도 없어지지 않는 차죽을 팔아서 길거리의 가난한 이들을 도와주었답니다.
할머니의 거동을 이상하게 여긴 한 사람이 할머니를 관가에 고발했습니다.
할머니는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지요.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관가의 쇠창살 너머로 차죽 그릇을 가지고 날아갔다는 거예요.

차죽 파는 할머니 이야기는 조선시대 가정실학의 '규합총서'의 '신선이 된 여인편'에도 나옵니다.

지난날 차는 구황(救荒)식품으로 배고프면 다른 곡물과 섞어 양식이 되었는가 하면,
몸이 아프면 끓여서 마시는 약이 되는 식물이었습니다.

사실 지금과 같은 녹차를 제대로 만들어 마신 것은 언제부터일까요?
또 제대로 녹차를 마실 수 있는 이들은 스님 등 극히 한정적이었지요.

지리산 화개동천 주민들도 야생차로 차죽과 나물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차죽이나 나물밥은 요즘 들어 차요리로 인기가 아주 높지요.
야생차 국수나 야생차 수제비 등의 건강식품들도 나오고 있고요.

화개동천 차소(茶所)는 주민들에게 혹독한 고통을 안겼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곡식 대신 먹는 구황식품 역할도 잘 해냈어요.
야생차는 주민들에게 구황식품보다 약용으로 더 소중했을 법도 합니다.

초의선사가 칠불암 아자방에서 삼하안거를 할 때였습니다.
공양을 맡은 스님이 큰 가마에 철늦게 따서 말린 차잎을 한 솥 끓여 대중에게 마시게 했습니다.
초의선사는 훌륭한 화개차가 절차나 격식도 없이 천박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겼다고 하더군요.

화개녹차는 지금 지리산 최고의 소득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요.
화개동천 탑리에서 쌍계사, 칠불사까지 12㎞ 구간이 야생차밭입니다.
요즘은 차 생산 농가가 무려 583호나 됩니다.
연간 생산량은 약 900여톤, 소득도 연간 100억원대에 이릅니다.

화개동천에는 큰 제다회사도 있고, '조태연가(家) 죽로차'와 같은 명품들도 즐비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이 나온 것은 1960년대 이후이며, 그 이전에는 누구도 녹차를 만들어 상품으로 유통시키지 못했답니다.

차의 성지 화개동천에서조차 60년대 이전에는 흔히들 '잭살'이나 만들어 먹었지요.
잭살이란 몸살 감기약의 일종으로 찻잎을 약용으로 쓴 경우입니다.

하지만 늘 꽃이 핀다는 화개동천(花開洞天)을 가장 화개답게 만드어 주는 꽃이 바로 차꽃으로 '소화(素花)'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화개오미(花開五味)'라는 것이 있지요.
은어, 작설차, 고로쇠물, 죽순, 다슬기가 그것입니다.
이 가운데 작설차와 죽순, 은어는 옛날부터 궁중에 바쳐지던 진공 품목이예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작설차와 죽순의 진공입니다.
화개동천에는 차나무와 대나무가 많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차나무와 대나무는 서로 궁합이 잘 맞지요.

"차도 대숲 아래서 댓잎 이슬 받고 자라난 죽로작설차(竹露雀舌茶)라야 향미가 고아롭고, 대숯을 죽로(竹爐)에다 피워놓고 대숲 속에서 앉아 차를 달여야 차의 신기(神氣)가 절묘하게 돋아나는 것이다. 차를 두고 '차여군자성무사(茶如君子性無邪)'라고 읊었다면, 대를 두고는 '녹죽군자절(綠竹君子節)'이라고 칭송을 했었다."

화개동천 출신 시조시인 김필곤님의 말입니다.

"차나무와 대나무는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서 행복한 조화를 이룸에 찬탄치 않을 수 없다. 제 아무리 화개차밭이 훌륭하대도 함께 벗해줄 화개죽림이 없다면야 그것만으로는 너무 단조롭고 허전할 수밖에 없다."
      
  • ?
    김현거사 2003.06.05 20:22
    화개동천의 년간 차 생산이 100억원대라니,명산 지리산 또하나의 명물이군요.花開五味 역시 신선이 사는 방장산의 신비로운 음식같고요.
  • ?
    나그네 2003.06.06 21:50
    차가 유명한곳에 죽(竹)의명칭이 같이 쓰인 연유을 알것같네요..
  • ?
    댕댕댕 2006.08.25 22:18
    차가 유명한곳에 죽의명칭이 같이 쓰인 연유를 알것같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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