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876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삼국사기'에는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김대렴이 차(茶) 종자를 가지고 와서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지요.
정만우 스님의 '화엄사적기'는 그 차 종자를 처음 재배한 자리가 화엄사 아래 산기슭 '장죽전(長竹田)'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 기록을 근거로 전라남도는 1991년 7월19일 구례 화엄사 장죽전을 '녹차 시배지'로서 전남 기념물 제136호로 지정했답니다.  

행정구역이 경상남도인 쌍계사와 전라남도인 화엄사가 서로 녹차 시배지라며 기념물 지정을 한 거예요. 지리산 남쪽에 나란히 들어선 대찰 화엄사와 쌍계사가 '차 시배지'로 엉뚱한 갈등을 빚고 있는 셈입니다.
사찰의 뜻과도 관계없이 행정관청들이 차 시배지를 고집하여 빚어진 일이니,  '지리산의 아이러니'라 할까요?

'화엄사적기'를 쓴 정만우 스님은 1930년부터 1938년까지 화엄사 주지를 지낸 분으로 이 사적기는 현대에 작성한 것이지요.
그는 또 연기조사가 진흥왕 때 화엄사를 세웠다고 했는데, 화엄사는 진흥왕 때 창건된 사찰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어요.
그러니까 이 기록의 신빙성에 의문이 따른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차 시배지가 화엄사냐, 쌍계사냐 하는 것은 사실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신라 때부터 시작된 지리산 야생차가 1,000년의 역사 공간에서 지리산 주민들과 어떻게 숨결을 나눠왔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할 테지요.

또 김대렴 공이 당나라에서 차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었다는 기록 자체를 잘못으로 보는 차인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하도록 합니다.

그러나 저러나 차를 마시면 신선이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초의선사(草衣禪師)가 '동다송(東茶頌)'에서 그렇게 노래했어요

一傾玉花風生腋(일경옥화풍생액)
身輕已涉上淸境(신경이섭상청경)
明月爲燭兼爲友(명월위촉겸위우)
白雲鋪席因作屛(백운포석인작병)

옥화(가장 깨끗하고 순수한 옥) 같은 차를 한 잔 마시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어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거니는 것 같네
밝은 달은 촛불이 되고 또한 친구가 되며
흰 구름은 자리 되고 아울러 병풍이 되어주네.

초의선사(草衣禪師)의 '동다송' 시입니다.
'동다송'은 조선후기 다도(茶道)의 중흥에 크게 공헌한 초의선사가 우리차의 아름다움을 기린 고시체 송시(頌詩)이지요.

조선 순조 28년(1828년) 해남 대흥사의 초의선사가 지리산 화개동천 칠불암에 찾아옵니다.
스님은 유서깊은 이 암자에 소장돼 있는 '만보전서(萬寶全書)'의 '다경채요(茶經採要)'를 채록하여 '다신전(茶神傳)을 저술합니다.
그리고 대흥사로 돌아가 '동다송'을 지었지요.

'칠불암'은 6.25 때 불탄 뒤 다시 복구를 한 뒤 '칠불사'로 승격했지요.
1994년 칠불사 주지 통광스님은 초의선사가 칠불암에서 '다신전'을 저술한 것을 기리고자 일주문 앞 도로변에 '초의선사다신탑비(草衣禪師茶神塔碑)'를 세웠어요.
이 다신탑비에는 이런 시가 새겨져 있지요.

'옥보대(玉寶臺) 아래 아자방(亞字房)이여
다도(茶道)의 성지 화개동(花開洞)이여
견당사(遣唐使) 뿌린 씨앗 겨우내 푸른 찻잎
찬서리 향기 짙은 여린 움 작설(雀舌)인양
선미선약(禪味仙藥) 겸한 차로 우리 차가 으뜸일세
천하에 이 좋은 차 속수(俗手)에 버려지니
초의선사 다신묘록(茶神妙錄) 다도의 중흥이라
제법불이(諸法不二) 다선일여(茶禪一如) 녹향연(綠香煙) 차 한잔에
반야봉 흰구름 섬진강 푸른 물결
초의선사 다신선풍(茶神禪風) 길이길이 진작되어
온누리 불국정토 맑은 향기 농울지리.'

원래 운상원(雲上院)이던 칠불암(七佛庵)은 가락국 김수로왕의 7왕자가 성불했다고 하여 이름이 바뀌어졌고, 편액을 '동국제일선원(東國第一禪院)'이라고 했지요.
이곳 '아자선실(亞字禪室, 속칭 아자방)은 신라 지마왕 8년(119년) 담공화상이 만들었는데, 당우는 여러 차례 중건했지만, 온돌은 한 차례도 개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아자선실에 역대 명승들이 면벽수도를 했는데, 스님들이 오로지 차를 애용했음은 능히 짐작할만 하지요.

어쨌거나 화개동천은 지금까지 지리산 야생차를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합니다.
지리산 최대의 야생차밭이 있어 좋기도 하지만, 역사적으로는 차 때문에 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어야 하기도 했지요.
화개동천 사람들은 차 때문에 어떤 고통을 겪었으며, 또한 어떤 즐거움을 누렸던 것일까요?

[다음 글에 다시 이어집니다.]
  • ?
    정진도 2003.05.23 20:48
    선생님의글 너무 감동이었고 삼신산 가기전에 읽어볼걸.... 김대렴이란분 대(大)씨란 설도있고 밀양에 대씨가 많이살고 있고 다원(茶苑)이란곳도 있고 그곳에 600년 된 차나무가 있다하니....어떤연유가 있는듯... 항상좋은글 감사합니다.
  • ?
    오 해 봉 2003.05.24 01:45
    최화수 선생님의 글을 접할 때마다 항상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난 19일 오후에 다오실에 들렸더니 성락건님께서 최화수선생님 전화를 받으셨다고 반가워 하시데요. 항상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
    솔메 2003.05.24 10:32
    지리산차 시배지에 관련하여는 행정기관간의 다툼도 예고되는 민감한 사안이군요..6월달에 있을 화개동천 '차문화축제'에 필히 참석하고 싶습니다..
  • ?
    김현거사 2003.05.26 14:41
    최선생님 글 항시 반갑게 읽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한번 초의스님의 '동다송'이 창작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를 언급하시면 어떨지요?
    동다송은 다도에 대해 문의하는 철종의 사위 洪顯周에게 보낸 송구로 쓴 서신으로,그보다 1000년 앞선 당나라 陸羽의 '차경'을 간추린 것으로 판단됩니다.두책을 읽어보면 내용이 거의 일치합니다.
    공자님이 述而不作(기술하되 창작하지 않음) 한 것처럼 초의스님도 그런 것 같습니다.
  • ?
    최화수 2003.05.26 15:30
    김현거사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초의선사의 '東茶頌'이 창작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합니다. 초의선사가 자신의 글에 唐나라 陸羽의 '茶經'에서 인용하는 대목이 많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東茶頌'의 창작여부에 관한 글은 관계 전문학자나 연구가의 몫으로 생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3) 5 최화수 2003.05.23 5876
191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5) 3 최화수 2003.06.05 5875
190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5 최화수 2006.12.13 5875
189 2005년 '지리산 10대 환경뉴스' 4 최화수 2005.12.28 5870
188 노고단 산장과 '무장비 등산'(5) 14 최화수 2005.09.03 5864
187 황산대첩(荒山大捷)과 승전비(7) 3 최화수 2005.02.17 5841
186 "폭력 미스터리 풀리지 않았다!" 3 최화수 2002.07.16 5838
185 인휴대(印休臺)의 낭만시대(3) 3 최화수 2004.02.26 5826
184 인휴대(印休臺)의 낭만시대(4) 5 최화수 2004.03.07 5820
183 아름다운 집 '느티나무산장'(2) 3 file 최화수 2008.09.13 5807
182 부산 사람들의 지리산 사랑(1) 2 file 최화수 2009.11.30 5806
181 불꽃같은 여인, 불꽃같은 사랑(1) 2 최화수 2005.03.21 5798
180 '남명(南冥)기념관'에 가면...(1) 5 최화수 2004.11.20 5792
179 천하명당 금환락지(金環落地)(1) 4 최화수 2004.10.19 5782
178 천년송(千年松)...솔바람 태교(2) 2 file 최화수 2009.09.27 5769
177 콩 세 말은 콩이 몇 개일까요?(3) 4 최화수 2003.09.26 5761
176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4) 2 최화수 2003.05.30 5759
175 용유담(龍遊潭)과 엄천(嚴川)(3) 4 최화수 2004.10.01 5751
174 인휴대(印休臺)의 낭만시대(6) 2 최화수 2004.04.09 5747
173 황산대첩(荒山大捷)과 승전비(3) 5 최화수 2005.01.23 5744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