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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759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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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차 한잔 하고
밤이 되면 잠 한숨 자네.
푸른 산 흰 구름
더불어 무생사(無生死)를 말함이여.'
                  -서산대사

'가을 하늘은 맑고 달빛 같아
청화(靑和)로
그 맑음 비할 수 있으랴.
잘 생기고 못 생김은
감히 뉘가 말하며
진, 가 또한 다 한가지 초월함이여.'
                 -초의선사

'산골물 차가운 소리 천 떨기 대나무에 이르고
봄의 정취는 뜨락의 한 그루 매화에 있네
지극한 즐거움 이 속에 있어도 달랠 곳 없어
맑게 갠 밤에 여러번 일어나 어정거리네.'
                    -다산(茶山)

조선시대의 다도(茶道)정신을 대표하는 서산대사, 초의선사, 다산.
이들이 남긴 차시(茶詩)에서 그 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청허(淸虛), 사무사(思無邪), 청화(淸和), 중정(中正)...
차를 마시며 마음을 맑고 고고하게 가다듬어 결국 해탈의 경지에 이릅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 곧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자기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아는 정신을 차를 마시면서 가다듬나 봅니다.

차를 마시며 고고한 정신세계를 찾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수행을 하는 스님,
공부를 하는 선비,
농사를 짓는 농부.
누구에나 차가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화개동 야생차는 사연이 많습니다.
지리산자락의 너무 좋은 차였기 때문이지요.

'들으니 화개곡(花開谷)은
맑기가 양이산과 같다하네
향기로운 차는 금옥같이 귀중하니
이것으로 나의 심중 표시하노라.'

조선조 세종 때의 영의정 하연(河演)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는 판서 민의생(閔義生)에게 화개차를 선물로 보내면서 적어준 시입니다.

하연은 그에 앞서 세종 7년(1425년) 경상감사로 재임 중 '경상도 지리지'를 편찬했지요.
'진주도 진주목관(晋州道 晋州牧官)'조에 토산의 공물(貢物)로 차(茶)를, 약재로서 작설차(雀舌茶)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이 토산 공물 기록의 이면에는 화개동천 민초들의 고난이 깔려 있는 것이지요.

고려의 대표적인 문신인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동국 이상국집'에 '화개 차소산지(花開 茶所産地)'라 써놓았어요.
화개동에는 차를 따모아 궁중에 바치는 차소(茶所)가 차려져 있었지요. 주민들이 그 일에 동원되어 강제노역을 했음은 물론입니다.

이규보는 진주에서 부기(簿記)를 맡고 있던 손득지(孫得之)와 화개차에 대한 생각을 차시로 주고받았는데, 차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썼답니다.

'화개에서 차 따던 일 논하면 관에서 독려함에 장정과 노약자 구별 없었네.
험준한 산중에서 간신히 따 모아 멀고 먼 서울로 등짐 져 날랐네.
이는 백성의 고혈과 살점이니, 수많은 피땀으로 간신히 이르렀네.'

이규보는 이 글 뒤에 다음과 같은 '놀라운 당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대 다른 날 관원에 들어가거든, 내 시의 은밀한 뜻부터 기억하게나.
산림과 들판 불살라 차의 공납 금지한다면,
남녘 백성들 편히 쉼이 이로부터 시작되리.'

차 공물을 전담하는 차소가 설치된 만큼 지리산 주민들은 노약자 구별없이 이른봄부터 험준한 산중에 올라 차잎을 따 날랐지요.
다시 등짐으로 저 멀리 서울(개성)까지 져다 날랐습니다.
그 모두가 백성의 고혈과 살점, 피땀이란 것이지요.
차라리 산림과 들판에 불을 질러 백성들을 쉬게 해주라 했으니!!!

지리산 화개동 차나무는 40~50리에 걸쳐 야생하고,
향기로운 차가 금옥같다고 했습니다.
바로 그 금옥같은 차로 하여 화개동에는 예부터 차소가 설치됐지요.
그 차소로 하여 주민들이 혹독하게 착취를 당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지리산의 기막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 ?
    나그네 2003.05.30 16:32
    차와관련한 역사의그늘이 있었군요. 역사와 문화에는
    늘 그늘진 민초의아픔이 있은것 아닌가요? 그러한 한(恨)이 있기에 더욱녹차향이 짙어지는가 싶네요
  • ?
    솔메 2003.06.02 11:45
    그옛날, 행정 중심지로부터 천리밖에 있는
    화개동천에 차소가 있어 산간오지인 그곳의 백성들이 오히려 극심한 貢物 차 조달에 시달렸다니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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