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547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이 한 잔의 차는 한 조각 마음에서 나온 것이라.
 이 한 잔 차에 한 조각 그 마음이 담겨 있나니,
 마땅히 이 한 잔 차를 한 번 맛보고
   한 맛에 한량 없는 즐거움 내어야 하네.'

'삼국유사'에 차(茶)에 대한 재미있는 기록이 있습니다.
'경덕왕이 나라를 다스리기 24년, 5악과 3산의 신들이 가끔 궁전 뜰에 현신하여 모이곤 했다.
어느 삼짇날 왕은 귀정문(歸正門) 위에 나와 있다가 납의를 입고 앵통(櫻筒)을 둘러메고 남쪽으로부터 오는 한 중을 보게 된다.
왕은 반가운 마음으로 그를 문루 위로 영접한다.
그가 멘 통 속을 살펴보았더니 다른 것은 없고 차 끓이기에 필요한 기구들만 들어 있었다.
왕이 물어보았다.
"그대는 누구인가?"
"충담이옵니다."
"어디서 오는 길인가?"
"제가 해마다 삼짇날과 중굿날이면 남산 삼화령(三花嶺)에 계시는 미륵세존님께 차를 끓여 드리옵는데, 지금 바로 드리고 돌아오는 길이옵니다."
왕이 물어보았다.
"나에게도 차 한 잔 줄 수 있겠소?"
충담은 곧 차를 끓여 바쳤다.
차맛이 범상치 않았고, 그릇 속에서 이상한 향기가 풍겨 왔다. 경덕왕이 말했다.
"내가 일찌기 들으니 대사가 지은 기파랑을 찬미하는 사뇌가(詞腦歌)가 그 뜻이 매우 높다고들 하던데, 정말 그러하오?"
"그러하옵니다."
"그러면 나를 위해 백성을 다스려 편안케 하는 노래를 지어 주오."
충담은 그 즉시 명을 받들어 '안민가(安民歌)'를 노래하여 올렸다.'

차 한 잔으로 이런 지성과 지혜를 깨우치고 나눈 것이 돋보입니다.

'당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大廉)이 차의 종자를 가지고 돌아오니, 왕은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 차는 선덕왕(재위 832~646년) 때부터 있었으나, 이 때에 이르러 성하였다.'

신라 왕실에서 지리산에 차를 심을 것을 명한 사실이 주목됩니다.
왜 지리산이며, 또 지리산 어느 곳을 차 시배지로 선택했을까요?

차 시배지로 쌍계사 주변이 유력하다는 것은 지리적 특성과 신라왕실과의 특별한 관계에서 유추가 가능합니다.
지리산에 차를 시배한 시기(828년)는 삼법화상이 쌍계사 전신인 옥천사를 열어두고 있었고, 진감선사 혜소가 옥천사에 주석하면서 차를 달여 마신 것으로 '진감선사 비명'에 기록돼 있지요.

'들으니 화개곡(花開谷)은 맑기가 양이산 같다 하네.
향기로운 차는 금옥같이 귀중하니
이것으로 나의 심중 표시하노라.'

최치원이 일찌기 '三神洞'(삼신동)이라 새겨놓은 화개동천.
한 때 '홍류교(紅流橋) 능파각(陵波閣)'이 자리했답니다.
서산대사는 '신흥사 능파각기'에서 차를 이야기했었지요.

'산승이 이곳에 이르면 선정에 들고, 소객이 이르면 시에 고민한다. 한가히 읊조리기도 하고, 혹은 차를 마신다.'
그이는 또 '중이 한 평생 하는 일이란 차를 달여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화개동 야생차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조선불교통사'입니다.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40~50리에 걸쳐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 차밭의 너르기로는 이보다 더 큰 곳이 없다. 화개동 골 안에는 옥부대가 있고, 옥부대 아래에는 칠불선원이 있어 그 선원에서 좌선하는 중들이 항상 차 잎을 다려서 마신다.'

또한 '동다송(東茶頌)'을 지은 초의선사는 화개동 차를 다음과 같이 칭송했지요.

'다경(茶經)에 이르기를, 돌 자갈밭에서 나는 차가 상품이고, 모래흙에서 나는 것이 그 다음이라 하며, 또 말하기를 곡중(谷中)에서 나는 차가 상품이라 하였다. 화개동 차밭은 다 곡중인데다 겸하여 돌 자갈이 섞여 있다.'

이런 일련의 기록들은 지리산 차 시배지가 화개동천 쌍계사 일원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쌍계사에 '김대렴공 차 시배 추원비'를 세웠고, '쌍계사 차나무 시배지'를 경남 문화재 기념물 제 61호로 지정했으며, 매년 5월 '대렴공 차시배 추념행사'와 '하동 야생차문화축제'까지 열어오고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정만우 스님이 쓴 '화엄사적기'에는 지리산에서 차 종자를 처음 시배했던 장소가 쌍계사가 아니라, 화엄사 아래 산기슭 장죽전(長竹田)이라고 씌어 있답니다.
또 지리산 죽로차라는 이름도 이 장죽전에서 생산되는 차에서 비롯됐다고 합니다.
장죽전은 예부터 '진대밭'이라고도 부르며, 부근에 약 8,000여평의 평지가 있으며, 소나무 숲과 대나무 사이에 지금도 차나무가 자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전라남도는 '구례 장죽전'이 녹차 시배지라 하여 지난 1991년 7월19일 전라남도 기념물 제 136호로 지정했답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 ?
    솔메 2003.05.21 12:10
    차의 역사적 향기를 음미하다보니 '차문화'라는 말도 새롭게 인식이 되는듯 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12 천년송(千年松)...솔바람 태교(1) 3 file 최화수 2009.09.13 5526
211 지리산의 '자이언트(거인)'(3) 2 최화수 2002.11.10 5186
210 지리산의 '자이언트(거인)'(2) 3 최화수 2002.11.01 5646
209 지리산의 '자이언트(거인)'(1) 5 최화수 2002.10.28 5946
208 지리산에도 문(門)이 있다오 8 최화수 2001.12.13 9421
207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5) 3 최화수 2003.06.05 5875
206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4) 2 최화수 2003.05.30 5759
205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3) 5 최화수 2003.05.23 5876
»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2) 1 최화수 2003.05.19 5547
203 지리산에 서린 천년의 향기(1) 1 최화수 2003.05.13 5526
202 지리산 이름이 몇개인가요?(3) 최화수 2002.01.23 7517
201 지리산 이름이 몇개인가요?(2) 최화수 2002.01.18 7496
200 지리산 이름이 몇개인가요?(1) 3 최화수 2002.01.15 8487
199 지리산 선비의 표상 면우 선생 3 최화수 2008.02.11 4641
198 지리산 새우섬을 아시나요?(2) 5 최화수 2004.08.24 5682
197 지리산 새우섬을 아시나요?(1) 5 최화수 2004.08.20 5894
196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좌표(5) 최화수 2003.01.05 4697
195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좌표(4) 최화수 2003.01.05 4709
194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좌표(3) 최화수 2002.12.25 4746
193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좌표(2) 1 최화수 2002.12.23 465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 Next
/ 14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