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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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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년 새해가 밝았지만 지리산에 풀어놓은 반달가슴곰 장군이가 겨울잠에 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겨울잠에 접어들 채비를 했던 숫컷 반돌이는 날씨가 따뜻해지자 다시 움직였지만 1주일 전부터 가수면에 들어간 상태. 연말께 15㎝의 눈이 내리면서 먹잇감을 찾기 어려워지자 또다시 겨울잠 채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그렇지만 다른 숫컷 장군이는 목에 부착된 발신기 전파를 추적한 결과 아직까지 겨울잠 채비를 하지 않은 채 먹잇감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월3일 새해 벽두 '연합통신'은 지리산 방사 반달곰 반돌이와 장군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런 뉴스를 전할 수 있는 것도 지난해 5월 발족한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팀'이 있으므로 가능한 것입니다. 전체 인원 24명의 이 관리팀은 2~3명이 한 조가 되어 3박4일씩 산중생활을 하게 됩니다. 방사 반달곰의 움직임을 체크하고, 야생 곰의 서식 흔적을 찾는 것입니다. 곰의 배설물이나 털, 나무를 긁은 자국 등이 관찰 대상이지요. 또한 밀렵꾼들이 쳐놓은 덫이나 올무를 걷어내는 작업도 빼놓지 않습니다.

방사 반달곰의 목에 부착된 전파발신기에서 들려오는 전파를 끊임없이 포착하여 그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그들의 야생의 삶을 지켜주는 일이 결코 간단할 수가 없지요. 이 관리팀은 발족 한달 뒤에 반순이의 주검을 수습해야 하는 비극을 맞이했었지요. 반순의 목에서 떨어져 나온 전파발신기를 수거하고, 마침내 그 주검의 실체를 확인했을 때의 참담한 심사는 무슨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더군요. 그 반순이의 비극을 또다시 되풀이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 관리팀의 지상과제이기도 한 거지요.

지리산 반달곰 관리팀이 하는 일은 거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무려 60㎏이 넘는 배터리를 짊어지고 1,500미터 이상의 험난한 고지를 오르내리기도 한답니다. 깊은 산중 곳곳에 설치된 무인비디오카메라에 자동차용 배터리를 갖다 붙이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그 노력의 결과가 2002년 10월 마침내 엄청난 결실을 거두었었지요. 해발 1120미터, 심마니도 접근하기 어려운 험난한 산중에 설치해놓은 무인 스틸카메라에 야생곰, 그것도 6~7년의 성수로 보이는 한 녀석의 생생한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지리산에 반달곰이 살아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관리팀이 야생 반달곰의 사진촬영에 성공한 것은 전율할 만한 감격으로 환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2000년 11월 진주mbc 김석창 PD팀이 촬영한 것과도 현저하게 비교가 되는 것이었지요. 특히 지리산 반달곰 관리팀은 비록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지리산에는 반달가슴곰이 꾸준히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답니다. 무인 비디오에 포착된 반달곰 사진 밖에도 각종 배설물과 서식 흔적을 종합한 결과가 그러했어요.

[1983년 5월13일, 설악산 천불동계곡 상류 깊숙이 자리한 '죽음의 계곡'에서 난데없는 총성이 울려 퍼졌다. 탕, 탕, 탕, 탕...독일제 장총 윈체스트의 총소리는 빠른 속도로 네 차례나 이어졌다. 그리고 '죽음의 계곡'은 특유의 고요 속에 침잠해버렸다. 그로부터 열흘 째가 되는 날 오후 4시40분이었다. 한국산악회 설악산구조대의 이영후씨는 황철봉에서 설악동으로 하산하려고 문바위골을 내려오다 반달곰을 발견한다. 허리에 네발의 총알을 맞고 열흘이 지난 암컷 6년생인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됐다.]

위의 글은 필자의 졸저 <설악산>에서 인용한 반달곰 대목입니다. 1983년 5월23일 총탄을 맞고 열흘 동안 신음하던 설악산 반달곰은 마침내 눈을 감았어요. 그 날 저녁 그 반달곰의 최후의 모습이 TV 화면에 비춰지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어졌지요. 그로부터 설악산에는 다시는 반달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지리산에서 2000년 11월 진주 mbc가 반달가슴곰을 촬영한데 이어 2년 뒤 지리산 반달곰관리팀의 무인카메라가 또 반달가슴곰 촬영에 성공한 겁니다. 지리산 생태계의 대경사지요.

하지만 2000년 11월 진주 mbc의 반달가슴곰 사진 촬영 성공은 온 국민을 경탄케 한 엄청나게 기쁜 사건이었지만, 지리산 반달곰관리팀이 2002년 10월에 촬영하여 11월에 공개한 반달곰 성수의 생생한 모습은 종래처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답니다. 2년 전 진주mbc의 대특종 환호물결이 지나간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산꾼들 가운데는 지리산의 반달곰 발견 사실을 기뻐하기보다는 '골치아픈 소식'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듯합니다. 왜 그러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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