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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94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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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종주 챔피언'이란 말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이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거북한 느낌이 앞설 수도 있습니다. 지리산 종주산행이 무슨 타이틀을 쟁취하기 위해서 하는 것일 수 없는 만큼 '챔피언'이란 말은 엉뚱한 구석도 없지 않네요. 하지만 지리산 종주산행을 한 것을 그 횟수로 비교한다면 '챔피언'이란 말도 쓸 수가 있겠지요. 내가 알고 있는 '지리산 종주 챔피언'은 대한산악연맹 부산직할시연맹 부회장인 '자이언트' 이광전(李廣田)님이 틀림없을 듯합니다. 그이는 지난해 연말 지리산 종주 122회를 기록했으니까요.

지리산 종주란 통상 화엄사에서 출발하여 노고단으로 올라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 또는 대원사로 하산하거나 그 역코스로 산행하는 것을 일컫지요. 요즘은 태극종주라 하여 서북능선과 하봉~웅석봉 능선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어요. 일반적인 종주산행이라 해도 2~3일이 걸리는 강행군과 엄청난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합니다. 지리산을 좋아하는 산꾼들도 한 해에 한, 두번 종주산행을 하는 것이 고작이지요. 그런데 지난 연말 현재 122회를 기록했다면 그이를 '지리산 종주 챔피언'이라고 불러도 결코 지나침이 없지 않을까요.

이 얘기를 들으면 '자이언트' 이광전님은 오로지 종주산행만을 목적으로 지리산을 찾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는지도 모르겠네요. 또 그이는 무슨 직업도 없이 지리산만 찾아다니느냐고 물어올 것도 같군요. 하지만 그이는 지리산만 고집스럽게 찾았던 것은 아닙니다. 동아대 교직원산악회와 사회 일반산악회에도 관여한 그이는 자연히 전국의 명산들을 두루 섭렵하고 다녔답니다. 그이는 또한 지난 2월 부산 동아대에서 정년퇴임을 맞기까지 대학에서 근무를 했었지요. 그래서 그이의 122회 종주 기록은 더욱 빛이 납니다.

'자이언트' 이광전님은 나의 고등학교와 대학 선배이고, ROTC 선배입니다. 그보다 그이는 필자의 대학 같은 학과 단짝인 이광식군의 친형이기도 합니다. 이런 저런 인연으로 하여 나는 '자이언트'님의 숨겨진 면모까지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는 편입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자이언트'님 내외분과 함께 지리산 종주산행을 했었지요. 종주를 하는 내내 '자이언트'님은 나를 웃겼습니다. 그이가 전매특허처럼 쓰는 "오늘날에 있어 우리가 남이가?"를 비롯하여 "조트로 마이싱"이라거나 "신발끈!"이라는 말이 나를 웃게 만들었지요.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자이언트'님이 "오늘날에 있어 우리가 남이가?" 라고 소리치는 데는 전적으로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이 부부의 종주 배낭은 다른 사람보다 유별나게 크고 무거운데, 마주치는 산장마다 선물할 먹거리와 일용품 등이 함께 들어있는 때문이지요. 땀 흘리며 무겁게 메고 온 마음의 선물들을 그렇게 전하는 것이 아주 몸에 박혀 있답니다. 그러니까 그이가 지리산 주능선을 걸어가다가 불쑥 소리칠 때가 있답니다. "오늘날에 있어 우리가 남이가?" - 그이의 그 외침이 조금도 이상하지가 않아요.

지리산 주능선을 따라 종주산행을 한다고 하여 그 모든 과정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야생화들의 청순한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시야를 어지럽히거나 귀를 더럽히는 일들도 보게 되지요. '자이언트'님은 욕지꺼리를 퍼붓지 않고는 도무지 베겨내지 못할 경우에는 "조트로 마이싱!"이라고 내뱉거나, "에이, 신발끈!" 하고 소리칩니다. 욕지꺼리 대신 그와 유사한 우스개말로 상황과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이예요. "우리가 남이가?" 라는 식의 인정이 넘치는가 하면, "에이, 신발끈!"의 여유가 그이의 특징인 것도 같아요.

이광전님의 인터넷 대화명은 '자이언트'입니다. 나는 그이가 일찍이 부산에서 '자이언트산악회'를 만들어 회장 등을 역임한 때문에 '자이언트'란 대화명을 쓰는 것으로 쉽게 생각했었지요.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까 그 이름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은 듯합니다. '자이언트'란 거인(巨人)을 일컫습니다. 키만 크다고 거인이 될 수는 없겠지요. 지리산과 같은 포용력을 지닌 넓은 가슴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그이는 '지리산 종주 챔피언'보다 지리산 사람들을 가장 많이, 친근하게 알고 있는 으뜸 산악인입니다.

'자이언트' 이광전님은 오로지 자기자신을 위해서 지리산을 찾는 것은 아니랍니다. 지리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또 지리산 현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물건이라면 장갑 한 켤레라도 갖다주기 위해 지리산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이가 지난해 연말까지 122회의 지리산 종주산행을 했던 것도 무슨 기록을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리산 여러 산장의 산친구들과의 반가운 해후를 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될 선물을 전달하고자 찾은 것이나 같지요. '자이언트'란 대화명은 그래서 그이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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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10.29 09:58
    '자이언트' 선생님은 큰 산의 품안에서 진정한 큰 마음을 쓰시는 분이라는 것을 저도 몇번의 짧은 만남이지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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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2.10.29 11:51
    지리산 웅거의 빛! 쟈이언트님 ! 빗속에서도 하얀 민들레 뜯어 비벼주신 비빔밥 생각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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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길따라당쇠 2002.10.30 12:07
    선생님의 숭고함이 보입니다 만나뵙고 곡차 한 잔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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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프맨 2002.10.31 22:26
    다.저와도 종주를 몇번했습니다만,저에게 산이 무었인가를 가르케주신분입니다. 감사합니다.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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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만복래 2002.11.17 20:05
    지리산 산책을 너무나 감명 깊게 보고 있습니다.
    계속 좋은 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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