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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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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하순의 일입니다. 나는 '지리산 종주 챔피언' 이광전님과 함께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관리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나는 지리산을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들었지만, 관리공단이나 관청과 같은 곳에는 한번도 찾아가지 않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에게 그런 것이 체질화(體質化) 돼 있다시피 한데, 굳이 이유를 들자면 시골농부가 지은 죄가 없으면서도 지서(경찰서)에 가기 싫어하는 것과 똑같다고나 할까요. 나는 회사에서 출장명령을 받고 사찰 취재를 가더라도 종무소 같은 곳에는 아예 들리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해 봄에는 어째서 저 막강한(?) 국립공원 관리공단 지리산 관리사무소를 찾아가게 된 것일까요? 지리산꾼 후배들이 모처럼 좋은 일 한번 하자면서 이광전님과 나에게 관리사무소 방문을 강력히 요청해온 때문이었습니다. 지리산의 입산통제 해제를 앞두고 몇몇 인터넷 산악동호회가 합동으로 지리산 청소를 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아달라는 것이었지요. 구멍가게도 문을 열기 앞서 청소부터 하는데, 지리산도 춘계 입산통제 기간이 끝나면 개방해야 하고, 그에 앞서 청소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었지요.

지리산 청소 자원봉사 계획은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많은 검토를 거듭한 끝에 세심하게 계획안이 마련됐답니다. 세석고원 세석산장을 집결지로 하되 거림, 대성골, 한신골, 장터목 등 사방에서 분산하여 접근하고, 산장에서 전체 참가자들이 모여 지리산 보존 관련 캠페인을 벌이는 등 다채로운 시간계획으로 짜여졌답니다. 나는 거기에 더하여 세석고원에서 하룻밤 머무는 귀중한 시간을 뜻깊게 장식하기 위해서 지리산 관리공단 직원들과 지리산 산악동호인과의 토론회를 열고 좋은 결론을 이끌어낼 것도 제의했답니다.

국립공원은 자연자원의 보존과 이용을 효율적으로 할 필요가 있지요. 그것을 위해 국가에서 관리공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지요. 지리산도 다른 국립공원과 마찬가지로 '관리'와 '이용' 사이에 대립 내지는 마찰관관계가 지속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국립공원이라고 하더라도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일방적으로 규제 조처들을 남발하는 것에 문제가 따르는 것입니다. 또한 이용자들이 국립공원의 입산통제 등 각종 규제 조처를 무시하거나, 규제의 법적 근거를 따지는 등 대립 관계에 서는 것도 문제가 있지요.

국립공원의 보존과 이용의 체계가 보다 합리적으로 구축되고, 관리자나 이용자가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관점이나 주장을 경청하고 서로를 설득하는 진지한 토론의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지난해 4월 지리산 관리사무소를 찾아 지리산 등산코스 등에 대한 청소 자원봉사를 제안할 때 나는 이 토론을 더 기대했었지요. 지리산 현지에서의 관리자와 이용자의 토론회를 시작으로 서로 마음의 문을 활짝 열 것을 기대한 거예요.

하지만 나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리산 관리사무소를 방문했던 결과는 참담하기 짝이없었지요. 지리산 청소 자원봉사를 하지 못한 것은 물론, 입산통제 기간의 등산로 출입 자체가 제지를 받았답니다. 그러니까 지리산을 사랑하는 산악동호인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과의 어떠한 대화의 통로나 토론의 광장이 마련되는 것도 이뤄지지 못 한 거예요. 관리공단 관계자는 입산통제 기간의 지리산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허용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까닭을 나는 그들로부터 참으로 장황하게 듣고 또 들어야 했답니다.

"야생동물은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사람들의 냄새를 맡게 돼요. 화장품 냄새 한 가지만도 그네들에게 얼마나 불안과 고통을 주는지 모를 지경이지요..." 관리공단 관계자의 이런 설명은 1시간이 지나도 끝날 것 같지 않았답니다. 또 있답니다. "특전사 군부대의 훈련과 TV방송사의 백두대간 종주 취재도 불허했어요. 예외를 두게 되면 끝이 없을 것이니까네...!" 입산통제 기간의 산중 행사를 어떤 경우에도 허락할 수 없음을 강변하는 것이었어요. 우리의 얘기는 들을 생각도 않으니 정상적인 토론이 되지 않는 겁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나 환경부에서 각종 명목을 붙여 지리산 입산통제 등의 규제를 하고 있지요. 춘추계 산불방지를 위한 입산통제기간이 있는가 하면, 자연휴식년제와 반달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입산이 통제되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야간 입산금지에다 악천후 등에 따른 입산통제 등으로 끊임없는 규제가 따르고 있지요. 그래서 '중봉' 공용철님 같은 산악인은 이런 복잡한 출입 규제 조처들을 일일이 지적하면서 합리적인 시정을 줄기차게 촉구하지요. 이 사이트에 올리는 그의 일련의 칼럼이 그렇습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의 일방적인 규제에 대한 반론은 '중봉'님 뿐만아니라 많은 산악인들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산악인은 '쇠귀에 경 읽기'를 하느니 아예 그런 조처들을 무시하고 '불법 침투'를 감행하기도 하지요. 잘 알겠지만, 비지정등산로 등을 드나들다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억울하게'(?) 과태료를 물지도 말아야 하겠지만, 근원적으로는 국립공원 관리자와 이용자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지리산을 이용하는 산악인들도 이제 관리공단 관계자와 한 테이블에서 토론을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 ?
    중봉 2003.01.16 15:27
    최화수 선생님....
    작년 지통에서 지리산 청소행사 관계로
    관리사무소를 찾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도 한때는 환경부,공단 본부,지리산 사무소등에 전화,이메일,
    게시판등을 통하여 많은 건의와 질의를 한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늘 똑같은 답변만 되풀이 되는 것에 지쳐서 이젠 포기상태입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지리산에 대한 수많은 금지 조치....
    그것을 시행하기 전에 산꾼들의 의견을 묻는 공청회 한번 열었는지....
    정치를 해서 국회의원이 되거나 압력단체를 조직해서
    그들이 무시못할 힘을 갖게되면 달라질련지.....
    답답한 심정입니다.언제 그런 토론의 장이 마련될지...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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