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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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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7월 셋째주 일요일, 백무동 느티나무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필자는 40여명이란 1개 소대 병력과 맞먹는 산꾼들과 함께 한신지계곡을 따라 장터목으로 오르고 있었습니다. 한신지계곡은 필자가 지리산 등산로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그 많은 인원과 뒤섞여 오르면서도 언제나 그렇듯이 환상의 나래를 끝없이 펼쳤지요. 하지만 필자는 당시 한신지계곡이 반달가슴곰 보호를 위해 출입이 금지된 곳임을 모른 채 지나갔던 것이예요. 만약 걸렸다면 제마다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했을 겁니다.

필자는 마음에 쏙 드는 분과 아름다운 한신지계곡 루트를 함께 찾는 것을 평생의 소망으로 간직해 왔지만, 그것도 그만 끝장이 나고 말았지요. 2001년 7월에 입산통제구역인 사실을 모르고 찾았던 게 한신지계곡 루트에 마지막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이 되고 말았답니다. 이 코스(장터목~가내소폭포 4.2㎞)가 천연기념물 제329호인 반달가슴곰 서식환경 안정화를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의해 출입통제 조처가 된 것은 2001년 2월15일이었어요. 진주mbc 김석창PD팀이 반달곰을 발견한 날로부터 3개월 이후가 됩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원보전처 자연보전부는 자연공원법 제36조의 2 및 동법 시행규칙 제20조 제1항의 규정에 의거, 반달곰을 비롯한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2001년 2월15일부터 한신지계곡 등의 출입통제 공고를 했지요. 칠불사~토끼봉 4.9㎞와 만복대 자연보존지구 3.5㎢, 그밖에도 노고단~쑥밭재~치밭목 102.17㎢ 가운데 개방등산로를 벗어난 전지역이 출입통제구역으로 묶였으니 엄청난 것이지요. 위반자에 대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는 자연공원법 제60조 제1항에 근거한다고 함께 밝히기도 했더군요.

반달가슴곰 새끼 한 마리가 몰래카메라에 찍힌 것이 이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발동케 한 거예요. 지리산꾼들은 한신지계곡 코스는 물론, 쑥밭재 주변의 아주 아름다운 정취가 넘치는 산길에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됐답니다. 2002년 6월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곰 새끼 가운데 한 마리인 '반순'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이 됐었지요. 그러자 한달 뒤인 7월31일부터 성삼재~천은사 861호 지방도로 동쪽 성삼재~노고단~삼도봉~통꼭봉 구간내 구례군 일원 중 취락지를 뺀 52.9㎢를 출입통제지역으로 확대지정을 했더군요.

진주mbc의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반달곰 새끼 한 마리 사진과 지리산 관리공단에서 방사한 반달곰 새끼 한 마리의 주검이 지리산의 비지정 등산로 대부분을 출입통제구역으로 획일적으로 묶어버리게 한 것입니다. 이런 판국에 지난해 11월 지리산 반달곰 관리팀이 또 반달곰 성수 한 마리를 무인카메라로 촬영했다는 소식이 또한번 날아든 것이지요. 지리산꾼들 가운데는 반달가슴곰 출현을 기뻐하고 축하하기보다 "아이쿠, 또 골치 아프게 됐구만!" 하고 탄식하는 이가 더 많았지요. 뻔히 짐작되는 게 있어서였답니다.

아니나 다를까, 2002년 11월20일 환경부는 무인카메라에 포착된 지리산 야생반달곰을 보호하기 위해 지리산의 일반인 출입통제구역을 더욱 확대하여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것을 발표했답니다. 반달곰 보호를 위한 출입통제구역은 mbc 카메라 포착 후 설정된 106㎢에다 반순이 주검으로 추가된 53㎢ 등 모두 159㎢로 지리산 국립공원 총면적 440㎢의 3분의 1을 훨씬 뛰어넘지요. 환경부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의 제정을 추진, 이 지역을 '반달가슴곰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해당면적도 더 확대할 방침도 밝혔고요.

그러니까 2000년 11월 이래 지리산에선 '반달곰 사건'(?)이 세번 일어납니다. mbc무인카메라의 포착, 방사 반달곰 '반순'이의 죽음, 그리고 지리산 반달곰 감시팀의 무인카메라에 반달곰 성수가 포착된 것이 그것이지요. 이 세번의 사건마다 지리산은 반달가슴곰을 위한 입산통제가 아주 광범위하게 이뤄졌거나 추진이 발표된 겁니다. 그것은 지리산꾼의 지리산 출입이 그만큼 제한된 것을 뜻합니다. 반달곰 발견 소식에 지리산꾼들이 "어이쿠, 골치 아프네" 하고 비명을 지르게 된 것도 바로 여기에서 연유하는 것이지요.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환경부는 반달곰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지리산 출입통제 조처들을 서두릅니다. 야생 반달곰 두 마리 발견과 방사 반달곰 한 마리의 주검으로 지리산의 3분의 1 이상이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이게 된 것도 놀랍지요. 하지만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러한 조처가 공청회 한번 거치지도 않고 관리공단과 환경부의 일방적인 뜻에 따라 결정이 된다는 사실이예요. 지리산 이용자인 산꾼들의 의견이나 주장은 묵살된 채 오직 반달곰만을 위한 조처라는 것에 근원적 문제가 따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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