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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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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 대웅전 앞뜰에는 진감선사대공탑비(眞鑑禪師大空塔碑)가 있지요. 신라 석학 최치원의 비문을 짓고 글씨를 쓴 것으로 국보 제47호입니다. 이 비는 총탄 자국 등 그 상처가 깊어 보이지요. 어쨌든 쌍계사에서 가장 값진 유일한 국보입니다. 쌍계사를 찾는 이들은 대개 이 비를 지켜보며 최치원의 글씨에 찬탄을 금치 못하지요. 깨알같은 한문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렵겠지만, 뜻은 두고라도 조밀하게 씌어있는 글씨체만 보아도 감동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어요.

이 탑비 앞에서 최치원의 학문 경지에 감탄하는 것도 좋지만, 그러나 탑비 주인공 진감선사는 어떤 인물이며 어떤 발자취를 남겼는지를 모른다면 말이 안 되겠지요. 진감선사의 존재를 모르고 쌍계사를 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쌍계사란 이름은 진감선사가 시적한 뒤 36년이 지나 옥천사(玉泉寺)를 고쳐 불렀지요. 선사는 쌍계사의 전신인 옥천사에 12년 동안 주석하는 동안 신라의 국사로 추대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어요. 혜조(慧照)란 그의 호(號)도 신라 왕실에서 내려준 것입니다.

진감선사는 무엇보다 '어산(魚山)의 묘곡(妙曲)'이란 범패음곡(梵唄音曲)을 가르치고 보급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지요. 중국에 유학하여 범패를 배운 그는 지리산 옥천사로 와서 그 원류를 낳게 됩니다. '선사는 범패를 잘 불렀다. 옥을 굴리는 듯한 음조와 상쾌하고 애완 깃든 목소리는 능히 하늘을 환희, 감동케 하고 인간의 감정을 오랫동안 부드럽게 하여 천인일체(天人一體)를 이루게 하면서 은은히 울렸다. 마침내 이를 듣고 배우는 자가 항상 당(堂) 안을 꽉 메웠다.'고 비문이 전함니다.

범패음곡은 원래 중국에서 비롯됐지요. 위(魏)나라의 조식(曺植)이 천석(泉石)이 깊고 아름다운 어산(魚山)의 수도장에서 경을 읽는데 열중하다가 홀연 공중에서 하늘의 소리(梵天聲)가 맑고 애완함을 듣고 그 곡조를 따라서 만들었다 하지요. 이 때문에 처음에는 '어산의 묘(魚山之妙)'라고 불렀어요. 중국에서 공부하던 진감선사가 이를 배워와서 쌍계사 전신 옥천사에서 우리에게 맞는 토속적인 범패음곡의 원류를 낳게 됩니다. 또 이를 널리 보급시킴으로써 옥천사가 그 중심지가 됐어요.

범패는 불교음악으로 일명 범음(梵音), 인도(印道, 引導)소리, 또는 어산지묘라고도 합니다. 이 범패는 불교의 의식음악으로 주로 재를 올릴 때 부르는 노래이지요. 범패음곡은 가곡, 판소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성악곡의 하나로 꼽습니다. 범패는 그 소리 스타일로 안채비가 부르는 안채비 소리, 겉채비들이 부르는 홋소리와 짓소리, 그리고 축원을 목적으로 하는 화청(和請)이나 회심곡(回心曲) 등 네 종류인데, 좁은 의미의 범패는 홋소리만을 가리키고 짓소리는 범음이라고 일컫습니다.

안채비는 흔히들 염불을 통칭하며, 겉채비는 범패를 전문으로 하는 스님이 다른 사찰의 초청을 받고 가서 연주하지요. 이 때 중간중간에 범패 반주에 맞추어 추는 춤을 작법(作法)이라 하며, 나비춤 바라춤 법고춤이 이에 속합니다. 이들 춤은 대중을 의식하지 않고 조용히, 일정한 장단없이 한없이 뻗는 범패의 꺾임과 단락에 의하여 춤사위를 변화시켜 나가는 특징이 있답니다. 그 옛날에 이런 불교음악, 곁들여 무용까지 원류를 낳은 것은 지리산이 문화의 산실로 빛남을 웅변해줍니다.

범패음곡에 대해 더 이상 아는 바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다만 지리산에서 이 어산의 묘곡 원류를 낳은 진감선사에 대해 곁들여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 많더군요. 선사의 속성은 최씨로 어려서부터 어부가 되어 고기잡이로 부모를 봉양했으나 36세 때 양친을 잃었다지요. 그는 출가하려 했으나 미천한 신분으로 뜻을 이룰 수가 없어 세공사의 노꾼으로 당나라에 건너가 그곳 남종선문에 출가를 했답니다. 그이는 길거리에서 짚신을 삼아 행인에게 보시하며 수행을 계속했답니다.

진감선사는 흥덕왕 5년(830년) 귀국, 상주 장백사에 6년을 머문 뒤 삼법화상이 세운 지리산 옥천사를 수리하고 도량을 크게 넓혔어요 . 제44대 민애왕이 보위에 올라 선사에게 왕실번영 기원을 부탁했다지요. 하지만 선사는 "올바르게 정치하는 일이 임금의 할 일이지, 기원은 해서 무엇하냐" 하고 거절했어요. 그 뒤에도 역대 왕이 옥천사로 사람을 보내 선사의 법력을 청했지만, "마른 등걸같은 나를 무엇하러 부르냐"며 거절했다는군요. 오늘의 우리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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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4.04 13:36
    진감선사는 우리나라 범패의 효시구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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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신 2003.11.06 15:10
    아~보고 싶어라~~..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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