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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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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봉 천왕봉은 두 가지 지적(地籍)을 가지고 있지요.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산 208번지가 그 하나요,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산 100번지가 다른 하나입니다.
천왕봉 지번을 산청군과 함양군이 함께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천왕봉에 대한 주인 의식은 산청군 못지 않게 함양군도 당연히 갖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멀잖아 천왕봉에선 중요한 민속자료 복원 사업이 추진될 모양입니다.

함양군은 오는 10월18일 제4회 '지리산 천왕축제'를 열게 됩니다. 이 축제는 '우리 민족의 영산이 근대 지리산의 암울했던 시절을 뛰어넘어 희망의 역사를 만드는 장으로 가꾸어 나가 함양의 지리산으로 발돋움하고자 민간 주도로 마련했다'고 하는 군요. 천왕축제는 지난 2000년부터 천왕봉과 백무동 일원에서 매년 10월에 열리고 있지요. 위령제와 살풀이춤, 쑥불놀이 등 행사 내용도 다채롭습니다.

그런데 함양군은 천왕제를 열게 되면서 천왕봉의 민속자료 복원에 눈을 뜨게 됐나 봅니다. 천왕봉 성모석상(聖母石像)과 성모사당 복원을 추진하기로 하고 곧 구체적인 작업에 들어간다고 하는 군요. 함양군은 1차적으로 6천만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천왕봉의 성모상 복귀사업을 펴나갈 것이라고 합니다.

천왕봉에 있던 원래의 성모석상은 중산리 중심골 천왕사에 강제보존(?)이 되고 있어 어떻게 손을 쓸 수조차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따라서 함양군은 새 성모석상을 만들어 천왕봉에 다시 봉안할 계획이지요. 이와 함께 성모석상을 보존할 성모사당도 당연히 옛 모습 그대로 복원을 추진할 것이라 하는 군요.

마천면 출신 문호성 함양군의회의원은 "1천여년 동안 우리 민초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온 성모석상을 천왕봉에 모셔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천왕봉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한 성모석상과 함께 성모사당도 옛터에 함께 복원할 것이다. 다만 그 중대성에 비추어 신중한 사업 추진을 모색하고자 관계 전문인사들의 의견을 모으는 한편 공청회나 토론회도 개최할 것이다"고 밝혔다.

강제하산(?) 조처를 당했던 성모석상이 다시 천왕봉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성모사당도 옛모습 그대로 복원된다면 천왕봉 풍경부터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성모상은 천왕봉 남쪽의 산청군 시천면 두류산악회원들이 복귀운동의 불을 먼저 당겼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어요. 시천면 주민들은 지난 2000년 새 천년을 맞게 된 것을 기려 새로운 성모상을 만들어 중산리 관광휴양단지에 세워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산청군은 결과적으로 성모상의 천왕봉 복귀에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나마 원래의 성모상이 중산리 천왕사에서 보존되고 있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성모석상에 대해 침묵하고 있던 함양군이 천왕봉 성모상 재현과 성모사당 복원을 추진하고 나서게 됨으로써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된 것입니다. 성모상에 대한 관심 환기는 물론, 산청군측의 대응 또한 궁굼해지는 군요. 함양군측에서 천왕봉에 성모상과 사당을 복원하면 천왕봉은 함양군 관할이란 인식이 더 강해질 수도 있기 때문지요.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성모석상, 새 천년 들면서 둘로 늘어난 성모상이 이제 다시 셋으로 늘어나려고 합니다. 그것도 하나는 천왕봉 복귀를 추진한다는 군요. 성모상과 성모사가 천왕봉 원래의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워낙 말이 많은 성모상이다보니 천왕봉 복귀를 싸고 또다른 우여곡절을 빚게 되지는 않을는지 걱정되기도 하는군요.

천왕봉의 성모사와 성모석상은 어떠했던가?
그것은 옛 선인들의 지리산 기행록에도 잘 드러나 있지요. 성모석상과 성모사를 빼고는 지리산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금년 중추에 남쪽 경내의 농사 작황을 둘러보던 중 우뚝한 봉우리를 우러러보고 간절한 마음이 절실하였습니다. (중략) 그런데 병예(구름과 비를 맡은 신)가 심술을 부려 구름이 자욱합니다. 보름달을 보지 못할까 두려워 마음이 조급하고 답답합니다. 삼가 성모님께 바라건대, 이 술을 흠향하시고 신령스런 힘을 내리소서. (후략)"

조선 성종 3년(1472년) 함양군수로 재직하던 점필재 김종직이 천왕봉에 올라 성모(聖母)에게 고유(告由)한 내용의 일부입니다.

김종직 일행은 저녁 무렵 천왕봉에 올랐는데, 운무가 자욱하고 산천이 어둑어둑하여 중봉마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동행했던 두 스님 행공과 법종이 성모묘(聖母廟)에 들어가 날씨게 개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는 군요.
김종직도 그들을 뒤따라 기도를 하는데, 자신의 두류산 기행록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나는 갓을 쓰고 띠를 매고 손을 씻은 뒤 돌층계를 잡고 사당에 들어가 술과 과일을 차려놓고 성모에게 다음과 같이 고유하였다.'

김종직은 이 기행록에서 당시의 성모사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습니다.

'사당 건물은 세 칸뿐이었다. 나무판자로 지은 집으로서 못질이 매우 견고하였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바람에 날려가버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성모'는 석상인데, 눈과 눈썹, 그리고 머리 부분에 모두 색칠을 해놓았다.'

성모석상과 성모사에 대한 얘기는 미로처럼 이어지는데, 지리산과 민중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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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3.10.06 18:48
    '최화수의 지리산 산책'이 어언 80호를 맞았군요. 그동안 이 칼럼에 격려나 도움말씀을 들려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번 칼럼은 Daum.net 칼럼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2003년 10월6일자)에 올렸던 글을 이곳에 그대로 옮겨 실었습니다. '지리산 통신' 칼럼을 이곳 '지리산 산책'에 전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요즘 너무 바쁜 일에 쫓기기도 하고, 천왕봉 성모석상 복원사업 추진이란 중요한 사안으로 생각된 때문입니다.
    성모석상 관련 이야기는 이곳 '지리산 산책' 제6호 '성모석상을 쇠창살에 가둔다?'와 제7호 '중산리의 이 기막힌 아이러니'에서도 했었는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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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3.10.07 08:14
    천왕봉 성모석상과 성모사당이 이제나마 중요한 민속자료 복원 사업으로 추진된다니 원래 있었던 자리로 돌아가는 당연한 일입니다만, 일이 원만하게 잘 진행되려나 모르겠네요. 서로 이기를 버리고 잘 협력하여서 이왕이면 실제 성모석상이 천왕봉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셋으로 늘어날지도 모른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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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10.07 13:29
    천왕봉이 두개의 地籍을 가지고 있다는것은 놀라운 일이군요.
    그렇다면 성모석상의 복원과 관련하여 함양군과 산청군사이에 '지역행정이기주의'랄까 ? 하는 분쟁의 소지가 예견되는군요..
    비유가 적절할지 모릅니다만, 지리산 茶 始培地와 관련하여 하동군과 구례군사이에 분쟁이 뜨겁다는 일도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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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10.07 20:19
    '성모'란 명칭이 혹시 마고할미를 의미하는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성모'라니 성모마리아 생각이 나서 명칭이 좀 이상하네요.그리고 전자의 형상화는 원래 이미지를 반감시킬 우려 때문에 신중을 요하고,郡 수준에서 작은 산신각 건립은 별 문제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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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도 2003.10.08 21:36
    최화수님의지리산산책80회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글을 읽을때마다 지리산과 그속에 사는 인간군상, 교훈등 읽을수록 새롭습니다. 우리사회가 남을배려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포용하는 성숙한 사회로 이르지못함을 안타까이 여깁니다. 어떤궤변이라도 논리적인 이론을 덧칠하면 그럴듯한게 .... 혹세무민 할수있습니다. 성모상, 천왕봉 연고권... 성모상이 말할수있다면 무어라고 말할지 궁금합니다. 천왕봉이 우리에게 어떤계시를 내릴지 궁금하고....
    도데체 주객이 전도되고 개인및집단이기 만이 이사회를 지배하는 힘의원천이되니 앞일이 걱정입니다
    그러나 지리산 같은넉넉한마음으로 밝게사는 우리홈의가족들이 있는이상 세상은 밝아질걸로 기대합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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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10.09 09:21
    선생님의 칼럼을읽으며 항상새롭고 좋은공부를 하고있답니다.그리고 지리산산책 80호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어쨋든 성모석상을 복원한다니 잘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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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그네 - - 2003.10.13 22:39
    선생님 ! 첨으로 인사드립니다. 지리산을 주먹구구식으로 알던 때 님의 "지리산 365일 4권"을 따라 지리산 곳곳을 다니다 보니 지리산 전체를 한 눈에 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늦게나마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을 뵌 적은 없습니다만 ㅇㅇ암스님을 통해서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어느해 겨울엔가 가서 하루밤 자면서 들으니 선생님께서도 며칠전 다녀가셨다고 하시면서 제 이야기도 했다고 하더군요. 스님께선 얼마전에 이곳에 한번 오셨더군요. 아는 분이 이곳에 암자를 지어서 스님을 모시려 한다 더군요. 함께 현지에 가 보면서 인연이란 참 묘한것 이구나를 실감했습니다. 선생님 !,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쓰셔서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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