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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산책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5112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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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의신마을 뒤편 산골짜기.
가파른 고개로 '선비샘 직등 루트'가 이어집니다.
그 동쪽에 두개의 골짜기가 있지요.
가파르고 좁은 골짜기, 얼핏보면 그냥 좁은 산골짝일 뿐이예요.

두 골짜기 가운데 바른편 골짜기를 보면 뭔가 눈에 거슬리는 것이 들어옵니다.
시멘트 전신주!
전신주!? 골짜기 안으로 전기를 끌어간다면...집이 있다는 뜻이지요.
전신주를 따라갑니다. 오솔길이 30여분 가량 이어져요.

"아니, 저것은...!"
처음 가보는 사람은 꽤 놀랄 법합니다.
겹겹의 산줄기에 싸인 깊고 적요한 골짜기,
그 깊은 골짜기가 갑자기 빛나는 듯합니다.
아주 멋지고 우아한 기와집이 그림처럼 나타납니다.
부잣집 별장!?

별장이 아니라 암자(庵子)랍니다.
원통암(圓通庵)이지요.
지난 90년대까지 원통암터로 빈 땅이던 곳입니다.
근년에 원통암을 복원한 거예요.
6.25 전란후 칠불사를 일으킨 통광스님의 집념이 복원불사를 이룩했다네요.
원통암은 복원 이후 전 칠불사 주지스님이 머물었고,
현재는 비구니스님이 수도정진을 하고 있답니다.

지리산에서 명멸한 사암(寺庵)은 셀수없이 많지요.
원통암도 그 가운데 하나지요.
무엇보다 서산대사가 수도하여 득도한 곳으로 알려져 있답니다.
또한 '지리산 최고의 명당(名堂)'으로 소문나 있지요.

'서산대사는 의산사의 한 암자에서 머리를 깎았다. 그로부터 그는 의신사 뒤편 삼철굴(三鐵屈, 상철굴 중철굴 하철굴)에서 세 해 여름, 대승사에서 두 해 여름, 의신 원통 원적 은신 등 여러 사암에서 두 서너 해를 보내며 수도에 전념했다. 그가 수도했던 곳 가운데 원통암은 지금도 '지리산 최고의 명당'으로, 풍수지리에 밝은 이는 누구나 이 곳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한다.'(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 3권)

원통암터에서 정남향으로 백운산 정상이 자리하는데, 원통암과는 그 고도가 썩 차이가 나는 데도 이상하게 똑같은 높이로 바라보입니다. 명당으로서의 이유가 거기에도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더군요.
지난날 원통암터에는 공부를 하고자 하는 스님과 도학자들이 줄을 잇다시피 하여 몰려들었다는 군요.

그런데 전란 후 잿더미가 된 칠불사를 일으킨 통광스님이 누구보다 원통암터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고 합니다. 그이는 1987년에 이미 원통암터를 석축으로 고쳐 쌓았고, 그곳에 이르는 오솔길에도 돌계단을 만들었더군요.

하지만 1989년 원통암 터를 찾았던 필자의 느낌은, 그 곳이 영영 빈터로 남아있을 수밖에 없을 듯했어요. 지리산 골짜기 깊숙한 곳이어서 건축허가가 날 것으로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만난을 무릅쓰고 원통암 복원불사가 이뤄졌네요.
그것도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멋진 기와집입니다.
부잣집 별장이라도 이렇게 잘 짓기는 어려울 거예요.

원통암 복원을 두고 필자가 감히 뭐라고 말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서산대사가 득도한 것을 높이 샀다면,
그이가 공부하던 당시의 토굴처럼 복원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아쉬움으로 따르는 군요.

우아하고 근사한 당우가 왜 좋지 않겠습니까.
청정수도 도장을 지키는 비구니 스님의 인상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다만 서산대사가 수도정진하는 모습이 떠올랐지요.
"소박한 초옥이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
아니, 옛날 모습이 어떠했는지,
자꾸만 그것이 궁금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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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레아빠 2003.04.02 15:33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는 말을 떠올려봅니다. 자연스럽지 않은 거슬림. 인위적인 모습은 인위적인 것을 넘어서려 숨고르는 도량들에게는 득이 없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최선생님 글에서 좋은 착상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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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3.04.02 22:35
    지리 제일 명당터에 원통암이 복원되었다니 다시 찾아보고싶습니다, 청정한 기운을 깊게 호흡하며 저는 무슨 느낌이 일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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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3.04.04 10:19
    최선생님 글로 그 좋은 명당터는 알았는데,아깝다.비구니만 있으모 거기서 며칠 자보자고 할수 없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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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3.04.05 17:18
    원통암에 꼭 한번가보겠읍니다.여산선생님의 반가운글을 읽게되니 정말로 기분이 좋습니다.
    (3일날저녁에는 부천석왕사.서울대병원 영안실 조문하고 4일은당직하고 오늘은13:00시 명동LCI 웨딩홀 15:00시에는 가락동성당에 다녀왔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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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3.04.07 13:16
    여기서 최화수 선생님의 글을 다시 읽게되어 겁나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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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3.04.07 13:43
    두레아빠, 솔메거사, 김현거사님, 그리고 오해봉님과 부도옹님, 격려의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사이 화사한 꽃들이 물결을 이루는 봄이네요. 언제나처럼 건강하시고, 좋은 시간 이어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한 결례, 저의 부덕 탓입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십시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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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득이 2003.04.07 15:03
    저도 무지하게 반갑습니다. 최화수님..
    건강하시구요. 좋은 글 뵙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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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광석 2003.04.16 22:01
    최선생님 부산알파인클럽 오광석 입니다. 장신광 우리고문님과 작년 부산 금정제때 뵙고 처음이네요.
    제가 연맹이사라 사진 크게뽑아 보내드렸는데 잘 받어셨는지? 야간촬영이라 잘 나오지못한것 이해드리며 이곳을 통해 자주 인사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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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3.04.17 10:15
    오광석이사님, 반갑습니다. 여기서 뵙게 되니 뜻밖이면서도 더욱 좋네요. 지난해 금정제 때 사진 잘 받았습니다. 정성을 받고도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해량 바라옵고, 산에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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