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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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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떠났다!

구례로 떠나는 버스는 하루에 네 번밖에 없었다.
거기다 요금이 거금 20000원이었다.
이건 기차로 부산까지 가는 것보다 더 비싼 비용이었다.
갔다 왔다 40000원.
두 달전에 상위마을을 다녀왔던 터라.. 바다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마음 한 구석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여행'을 떠나면서 쫌생이 같이 속으로는 '손익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가서 무엇을 보고... 또 무엇을 보고.. 하는..
그런데.. 지리산 전문가인 '최화수 선생님'에게 메일을 띄운 것이
나를 어디로든 못 가게 만들었다.
선생님께서 직접 나에게 '지리산 안내'를 자청하신 것이었다.
'그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다. 최화수 선생님과 두레네 식구들을..'

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청바지를 입은 사람은 오직 나 뿐이었고.. 할머니, 아줌마들은
다들 보따리, 보따리를 가지고 차를 탔다.
나는 그냥 떠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거워 음악을 흥얼흥얼 따라 불렀다.
버스에는 트롯트 테잎이 계속 흘러 나왔다.
나는 머리 속으로 열심히 '두레네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피아골 근처 송정분교라...
어떤 모습일까..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가끔 잠이 들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무심했던
사람들 얼굴도 한 둘 떠올리니.. 버스는 어느새 '구례' 근처로 접어들고
있었다.
버스 기사 아저씨와 앞 쪽 자리에 앉은 아저씨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전에 우박이 왔어예. 그래서 저기 저 배추밭은 폭삭 망했으예"
"저런.. 쯧쯧.. 애써 가꾼 배추일텐데.. "
"글쎄 말이지예.. 저 집은 이제 일년동안 뭐 먹고 살런지. 그나저나
요즘 비가 너무 안 와서 걱정이라예. 뭐.. 월드컵인가 뭣인가.. 한다고
비가 안 와야 한다는데.. 뭐.. 월드컵이 이 곳 사람들 밥 맥여 준다예?
월드컵이고 뭣이고 간에.. 비는 와야 되예.."

그렇다.
이 곳 사람들에게선 월드컵이나 붉은 악마나.. 그런 것들은 그저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 곳 사람들은 단지 우박을 맞은 배추가 걱정이고, 비가
안 오는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인 것이다.

드디어 구례 터미널에 내렸다.
두레와 이레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몇 개 사서 쌍계사 행 시내버스를 탔다.
버스에는 커다란 배낭을 맨 등산객 같아 보이는 사람 두 명과 나를 제외하고는
터미널 근처 장터에서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왁자지껼하게 탔다.
다들 한 동네에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신가?
어떤 할머니가 치마를 훌쩍 들어 허벅지에 든 멍을 보여 주시자, 근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들 나름대로의 처방전을 내 놓는다.
아마 저게 당신들 나름대로의 민간요법이란 거겠지..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열심히 보아도 정거장에 이름이 없다.
우씨.. 나는 그럼 어떻게 내리라고...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물으니.. 다음 정거장에 내리면 된단다.
850원을 내고 내렸다.
앞에는 섬진강이 펼쳐져 있고, 불어오는 나무냄새가 나를 기분좋게 한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키고, '두레네 집'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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