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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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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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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잔기침이 한 3개월 끊이지 않아 이게 감기이려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기침 중 구슬만한 핏덩이들이 보여 두려운 생각이 뭉클 들고 그 길로 병원에 가서 진단 받은 병명이 폐결핵이란다. 내심 무서워 병원에 입원하고 애들한테 옮길까 무서워 수건, 내의 싹 삶고 볍석을 피웠다. 다행히 비전염성이란다.  그래도 현대의학이 발달해 폐결핵은 꾸준히 약만 먹으면 쉽게 완치된다고 했다. 한 두 달을 가네마이신, 스토렙토마이신 주사를 매일 엉덩이에 맞고(주사를 맞으면 엉덩이가 뻐근한 게 잘 풀어주지 않으면 걷는 데도 통증이 온다.)
한 달은 3일에 한번 다음 한 달은 일주일에 한번 식으로 주사를 맞았다. 이상하게도 내 경우에는 근 1년간이나 약을 계속 먹어야 할 정도로 오래 갔다. 결핵은 잘 먹어야 한다는 속설에 따라 그 동안 좋다는 것도 먹었겠다, 치료하던 약물이 간에도 부담이 돼 몸은 부었겠다, 결핵 완치 판정이 난 직후 금식에 대한 단계별 수순을 밟았다.
먼저 세끼 중 두끼만 먹고 일주일 중 하루만 금식하길 두 번의 예비 금식으로 굶는 연습을 했다. 처음엔 한 열흘만 해 볼 작정으로 시작했다.  한 4일쯤 됐을까 뱃속의 시커먼
물이 아래 위로 다 나와 그날 밤 고역을 치루었다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건강한 사람이 금식할 경우엔 아무런 일도 없이 7일 정도는 무난히 한다고 한다. 그러나 몸이 성치 않은 사람의 경우 독소가 몸 안에서 빠져 나오며 심각한 통증을 가져 온다는 것이다). 그리곤 한 닷새 동안 체내의 묵은 똥(흔히 숙변이라고 하는데 짙은 암청색으로 끈적끈적한 젤리 형태이다 이것이 장내에 들러붙어 발생한 독소가 체내에 흡수될 때 만병질환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심한 경우 태아 때부터 머무른 찌꺼기가 있다고도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다)이 배설되었다. 그 동안은 생수만을 계속 마셨다. 집에서 한 열흘 하다가 기도원이라는 곳에 가보고 싶어 주섬주섬 짐을 꾸렸다.
한 10kg 정도 되는데 그렇게 굶었는데도 그 짐을 지고 산에까지 갈 정도니 금식과 기력은 별 상관이 없어 보였다.  치료를 목적으로 한 금식의 경우 열흘 이상 지속하는 것이 통례라는 말도 있고 해서 내친 김에 20일을 목적으로 더 늘였다 그 이유는 음식물이 차단되어 몸이 움직일 때 쓰여지는 에너지원은 이제부터 지방과 단백질이 분해되어 나오는 것으로 충당된다는 이론에서였다. 문제는 지방과 단백질이 분해될 때 그와 함께 녹아 있던 세포내의 독소가 같이 분해된다는 주장을 믿어서였다.  평소의 혈핵 순환은 보급되어지는 음식물에 기대어 있기 때문에 체내 장기의 기능은 음식물의 독소 분해에 전력하지만 금식기간의 경우에는 우리 몸의 독소가 분해된다는 금식론자들의 주장은 일견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정말 소변의 색은 굉장히 짙어서 혈액의 혼탁도가 심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한 12일쯤이 지나서였다. 기력이 약간 떨어진 감은 있었다. 그러나 속이 너무 깨끗해서인지 기분은 상쾌했다. 더구나 머리가 너무 맑아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12일 동안 성경을 한 차례 통독하게 되었는데 나로서는 정말 대단한 체험을 이때 한 것이다. 마치 성서 속의 글자가 기도하던 산 위의 바위벼락에 날아가 새겨지듯 한 자 한 자가 내 마음판에 박혀 오는 것이었다.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신명기 6:6)

라는 말씀이 이런게 아닐까? <환각제와 마약>이라는 책에 보면 인간이 극도의 고행을 지속하면 대뇌에서는 마약과 유사한 호르몬이 분비되어 환상이나 환청을 듣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최근 베스트셀러로 각광받는 하루야마 시게오의 <뇌내혁명>에서 말하는 대뇌 모르핀이 그와 유사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히피들은 이 환상이나 환청을 종교적인 계시로 알고 이를 쉽게 체험하기 위해 마리화나에 접근했다. 정신적인 세계를 인위적인 약물에 의지하려는 히피들의 단순한 생각은 비난받아야 하지만 그들은 그 마약에의 접근을 인디언에게서 도출해 냈다고 주장한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정신력이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은 그 약물 남용에 있지 않을까?
각설하고 어쨌든 나는 그 때의 감격이 잊혀지지 않는다. 이후에 나는 믿음이 부족한 분에게는 하나님의 확실한 말씀을 명확히 이해하게 되는 금식에서 오는 효과를 널리 권장하는 금식예찬론자가 되었다. 맑게 흐르는 개울물에 내 몸을 맡긴 듯한 깨끗한 의식의 흐름. 하여튼 필설로 설명하기엔 부족한 그 청아한 마음을 금식은 가져다주었다. 그 깨끗한 감격에 나는 금식을 며칠 더 연장한 후 이만하면 됐다싶어 24일만에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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