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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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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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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돈으로부터 호쾌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느 분에게 건네 들은 이야기가 있어 함께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올려봅니다.
상설 시장 말고 읍내에 5일마다 장이 서는 복판에 쌀집이 있습니다.
사람 먹는 쌀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개도 먹고, 닭도 먹고, 소도 먹는 사료도 팝니다.
그 주인 아저씨는 구례에서 오래 장사를 한 분이신데
물건도 좋고 가격을 절대로 터무니없이 안받는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간 저는 이곳의 사정을 모르니 똑똑이 사료를 딴 집에서 사 먹여왔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개 사료 값은 종류 별로 각양각색이고
사료집 주인의 그 날 컨디션과 물건 사러간 사람의 면식 여하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략 엇비슷하겠지만 사람 기분이 같은 물건을 다르게 주면 기분이 좋지 않은 법이지요.
같은 사료의 물건값이 집마다 다르면 비싸게 부른 집에 다시는 안가는 것은 당연합니다만
문제는 앞에 사람 눈을 보며 능청스럽게 속인다면 그 무엇이냐?
사람에 대한 배신감 같은 씁슬함을 우리는 안타까이 여기지 않습니까?
저도 먼저 사오던 집에만 늘 다녀 다른 집의 사료 값을 알 턱이 없으니
그 집주인이 가격이 올랐다고 하면 그런가보다 하고 따질 이유도 없이 그냥 주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 집 이야기를 듣고 그 집에 가보니 그간 제가 사왔던 사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더군요. 똑똑이는 제일 하품의 사료를 먹었다는 점을...
가격차이도 한 포에 천원 꼴로 차이가 나고,
참! 먼저 아저씨도 너무한다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제가 이곳 사투리 말 안쓰고 서울 말 쓰는 객지 사람 같다고 해도
처음 보고 지나가는 관광객도 아니고 한 일년을 왔다갔다했는데...
사실 이곳 분들은 말씨만 들어도 타지인임을 잘 알더군요.
서울 사는 사람들은 늘 도시에서 그 말이 그 말이니 관계없지만
시골장터에서 객지인은 고정 단골이 될 사람이 아니니 잘 해줄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초기에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소금 파는 아줌마, 젓갈 파는 아줌마의 모습이 정겨워 이리저리 물어보면 정답게 웃으며 잘해준 거라며 샀는데
나중에 알아보면 정말 짠 바가지였습니다.
그냥 저는 말씨 다른 객지 관광객이니 그럴 수 있다 싶어졌고
그 다음부터는 장터 좌판보다는 버젓한 가게에서 면식 익히는게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사람 사이보다는 이문 남기는 것이 먼저 고려되는 것 같습니다.

어이구 좋은 이야기 할려구 했는데 자꾸 엉뚱한 데로 풀어지네요.
다시 그 쌀집 아저씨 이야기를 하면,
몇 해 전에 그 집이 돈을 모아 집을 한 채 지었다고 합니다.
아는 분이 그 근방에 목수 일을 하시는데 그 분의 말에 의하면
당시에도 결코 적지 않은 가격으로 건축업자에게 후하게 쳐서 지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건축업자가 자기 자랑으로 그랬는지, 더 받으려 그랬는지 주변에 다니며
그 집 짓느라 손해가 막심하다, 나니까 그 가격에 지었다며 나발을 불었더랍니다.
동네 분들도 쌀 집이 후하게 쳐준 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그 말이 돌고 돌아 결국은 집주인에게 소문이 들어가는 것은 세상의 정한 이치겠지요.
나 같으면 꽤심한 그런 소리 못나오도록 소리를 지르고 따져볼텐데...
쌀 집 아저씨는 말없이 건축업자를 불러
그 날로 우리 집 지으면서 도대체 얼마나 손해가 났소 물어보고
천만원이라는 얼버무리는 답에
내 집 생겨 나는 좋은 일인데 그 좋은 일에 좋은 일 한 사람이 손해보았다니
그럴 수는 없다 하며 그 앞에서 현찰 천만원을 주었더라는 겁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은 많은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요즘 세상에...

그 후에 어떻게 되었냐구요?
잘난 척하는 업자는 돈과 이름을 바꾼 꼴이니
동네 사람 입에 좋은 사람으로 오르내릴리는 없을터이고
물론 쌀 집 아저씨는 명예스럽게 제 귀에도 들린 구례의 살아있는 전설의 주인공이지요.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제가 좋아하면서 한번도 실천해보지 못한 성경에 나온 글입니다.
나는 언제나 그런 전설의 호인이 될 수 있으려나...
숯불을 머리에 쌓을 놈만 생각했는데,
당장 개 사료 값 속은 거에도 괘씸한 마음에 씨근덕거렸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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