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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도 어려운 보호식

  금식은 이제 나 죽었거니 하는 생각으로 기도하며 굶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금식을 끝낸 후의 보호식이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지....혓바닥의 감각은 새로 태어나서 맛에 민감하지, 코는 뻥 뚫려 온갖 냄새는 귀신같이 다 맡아대지, 갓난아기처럼 음식 맛이나 모르면 먹지도 않겠지만 왕년에 먹어본 음식인지라 머리는 자꾸 먹고 싶은 음식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장기 금식 직후의 소화기관은 모든 게 깨끗하다. 새로 태어난 아기라고나 할까? 아이는 밥을 먹기까지 1년을 밥먹는 연습기간으로 보낸다.  모유 먹다, 미음 먹다, 쥬스 마시고, 죽 먹고, 이유식이다 하는 단계를 골고루 거처서야 어머니가 으깨 준 밥을 먹게 된다. 금식한 날짜 수만큼 보호식을 해야 하는 것이 정설이다. 열흘 굶으면 열흘 미음과 죽을 먹어야 한다. 적어도 치료를 위한 금식은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미음으로 1/2, 죽으로 1/2을 보내는게 좋다. 그것도 하루에 한끼, 열흘 지나면 두끼 식으로 점차 정상 식으로 나가야 한다.
  대부분의 금식자들이 이 보호식을 실패한다. 한국인 특유의 조금함 때문에 이 단계는 정말 어렵다. 나의 경우 사흘이 지나서 야채 미음을 먹다 더 먹고 싶어 반 그릇을 더 먹었는데 속이 얼마나 부딪기는지, 엄지손가락으로 배 주위를 한참 누르며 들이 내쉬자 트림이 나왔다. 진땀 나는 일은 아예 삼가는게 좋다. 보호식을 잘못해 사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다시 내 이야길 하자면 미음과 죽 이후 야채 생즙과 콩가루로 한 열흘 그 다음 해바라기씨를 섞은 콩가루와 감자 양파를 삶은 곤죽을 한 열흘을 먹었다. 사실 태어나서 이때처럼 밥 먹고 다음 밥 먹을 때가 기다려질 정도로 음식 맛이 좋은 적이 없었다. 조금 먹으니 속도 편한 뿐더러 100% 소화되는 것 같았다. 사실 낡은 기계는 재료를 제대로 다 쓰지도 못하고 폐기물로 만든다. 음식 때문에 탈이 난 현대인의 소화력은 음식이 지닌 모든 칼로리를 제 몸으로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똥으로 만든다. 에너지의 낭비인 셈이다. 금식 직후의 장내 소화 활동은 완벽하다. 최소한의 음식을 먹더라도 최대한의 에너지원을 그 안에서 추출한다.
  결국 미음 한 끼니지만 정상식을 먹는 환자가 흡수하는 열량 이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보호식은 맛있는 음식의 유혹한 견뎌내면 건널 수 없는 강은 아니다.

현대인의 잃어버린 쾌감

  옛부터 사람의 3가지 즐거움이 밥 잘먹고 똥 잘싸고 잠 잘자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쾌식과 쾌면은 그런 대로 이해하겠지만 쾌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이 허다하다. 보호식을 시작한 후 일주일 만에 첫 변을 보게 되었다. 그 무렵부터 내가 가장 신나하며 기대하는 일 중 하나는 우습게도 똥 싸러 가는 일이었다.
  세상에나! 그 일이 그렇게 시원하고 기분 좋고 달리 말해 굉장한 기쁨을 주는 일일 줄이야. 신선들이란 바로 똥 잘싸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내가 사람들에게 즐겨하던 이야기가 바로 똥 싸는 쾌감에 대한 것이었다. 현대인의 잃어버린 쾌감. 변보고 나서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상쾌함, 굴뚝 청소 하면 연기가 제대로 빠지듯이 장을 깨끗이 청소하면 이러한 즐거움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이때의 변은 딱 한번만 힘 주면 그야말로 주아악 빠진다. 밑 닦을 필요도 없이 똑 떨어진다. 단 10-20초 사이에....화장실 가서 10분이상 앉아 있고 변을 봐도 본 것 같지 않은 사람. 새끼줄만한게 똑똑 떨어지는 변을 보는 사람에겐 당장 금식을 권한다. 장청소가 되면, 새끼줄이 아니라 밧줄같이 굵은(내 자신도 내 똥을 보고 정말 놀랐다. 아니!  이렇게 굵은 것이 어찌!)  변이 나온다. 이렇게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면 그날 전체가 즐겁다.
  사실 금식은 말이 쉽지 그 실천은 어렵다. 말 그대로 고행이다. 너무 힘들어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차례나 중단하려 한다. 산을 등반아다 보면 뻔히 보이는 고지가 보이고 저기에 가면 정복했다 여기지만 그 고지에 오르면 또 다른 봉우리가 계속 이어진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의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매번 고비를 넘기며 새 하늘로 향해 가듯이 금식도 매번 중단의 유혹을 넘겨야만 한다.
  금식과 종교적 수행의 관계를 언급하기에는 본 지면이 새로운 주제를 할애해야 하므로 다음 기회로 미루자. 분명한 것은 금식이 도랑치고 가재 잡는 유익한 일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분별할 깨어 있는 믿음의 시간이요 그로 인해 자기 몸이 다시 태어나는 덤을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저의 경우 사람들에게 새로운 세계의 만남을 위해 금식을 적극 권한다. 하느님의 사랑도 깨닫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세상에 신선되는 배설의 쾌감과 그 이후 확실한 그리움으로 세상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없어도 되는 말 두 번째: 치료를 위한 금식을 실행할 때 중요한 것이 바로 물입니다. 좋은 물과 공기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예로부터 환자의 요양지가 청정지역 임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저는 금식 이후 물맛에 대단한 입을 가지게 되었는데, 우리 집의 물은 양질의 물입니다. 먼저 학교를 관리하던 교직원의 말을 들으니 수질검사 기관에서도 인정해주는 맛이라는군요. 혹시 이러한 금식을 준비하려는 분은 우리 집에 연락하시면 제 경험에 깃댄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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