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두레네(추풍령) /두레네(지리산) /두레네크리스마스이야기(지리산)

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184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우리집 화장실이야기 - 화장실 어드벤쳐를 기억하시는지요?
처음보는 이를 위해 설명하자면 우리집 화장실은 재래식에 집에서 한20m 뒤의
늘어진 버드나무 아래에 있습니다. 나무다리를 건너고 구렁텅이 옆의 좁은 길을 걷지요.
나무 껍데기인 피죽으로 둘렀고 양철 지붕인데 바람부는 날은 귀곡산장 소리가 납니다. 물로 비내리는 날 양철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문열고 앞 산을 바라볼라 치면 똥 다눠도 그냥 주저앉게 만드는 묘한 맛이 있지요????


우리집 아이들이 밤 똥누는 날이 가끔 있는데 그때는 둘이 같이 가곤 하는 불문율이...
그 화장실의 규칙이 어느 날 이레의 배신 때리기로 끝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잘 지켜지던 약속이었는데,
어느 추운 날밤 두레가 "이레야, 화장실 가자아"
하는데 날씨가 추우니 이레는 가기가 싫었나봅니다.
가기는 가야겠고 가기는 싫고 하는 수 없이 민기적민기적 따라가더군요.
그러더니 점점 두레의 채근에 소극적이 되더군요.
어느 날, 급하던 두레는 이레를 기다리지 못하고 이제 엄마를 보챘습니다.
몇 번 엄마도 따라가서 바깥에서 기다렸지요.
엄마도 꾀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요번에는 아빠를 채근했습니다. 그런데 주로 아빠가 뉴스를 볼 때나
무슨 중계를 볼 때가 많아서 아빠는 "두레야 아빠가 여기서 두레 불러줄게"
두레는 참다참다 그냥 뛰어서 갔습니다. 뛰어가면서부터 아빠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문풍지가 떨리도록 크게 부르는 겁니다.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보면서는 더크게 더크게 "아빠아-, 아빠아-아-"를 부르면
아빠는 방에서 TV를 보며, "두레야-, 그래 두레야-아-' 하며 악을 쓰며 불러줍니다.
(에잉 그럴려면 따라가겠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자 식구 전부에게 배신을 당한 두레는 어느 날부터
랜턴을 가지고는 혼자서 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해하더니 이제는 말도 안하고 혼자 잘 다녀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렙니다. 자기가 한 짓이 있어서 오빠에게 가달라고도 못하구.
대신 밤에 정 급하지 않으면 참거나 엄마나 두레오빠에게 혹시 화장실 갈일 없냐고
물어봅니다. 그런데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레나 저나 화장실 갈 때면 서로에게 꼭 물어봅니다,
'두레야, 이레야, 화장실 안가냐? 엄마, 두레오빠 화장실 안가?'.
어느 날은 이레와 엄마가 정말 주기(?)가 맞아서 같이 손잡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는데 두레가 뛰어왔습니다. 우리집 화장실 세 칸이 만원이 된 날입니다.
전 볼일을 보며 코끼리 화장실의 이레부터 노래를 부르라고 했습니다.
이레는 교내 중창때의 노래를 부르고 전 아이들 학교 교가를 엄숙한 곳이 아닌
화장실에서 불렀습니다. "장엄한 왕시루봉의 정기 받아서-어 착하고 아름다운 토지 어린이"-(이후 생략)후후
두레는 무슨 노래를 불렀냐구요?  하하하 "스승의 은혜"입니다.
정말 남을 배신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화장실 갈 때의 마음입니다.

  • ?
    최화수 2003.03.03 22:57
    두레와 이레의 화장실 어드벤처...이런 추억
    다른 아이들은 돈 주고도 만들지 못할 거예요.
    비슷한 경험이 있는 때문인지 무척이나 재미
    있고, 아름답습니다. 화장실 코러스 또한...!!!
  • ?
    솔메 2003.03.04 11:17
    허허허.. 비슷한 어릴적 추억이 밀려옵니다..
    내가 괴롭혔던 바로위 형님에 대한 그리움도 일렁이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4 자연이라는 시골서 살려면 두레네집 2001.09.19 2214
133 우리 동네 밤농사 두레네집 2001.09.20 1564
132 밤 나오라는데 뱀이 나와 두레네집 2001.09.20 1608
131 [re] 지난주에 들렀을때... 솔메거사 2001.09.20 327
130 똑똑이의 삽질은 끝나고 두레네집 2001.09.27 1185
129 배추는 어디에 심었는지? 두레네집 2001.09.27 1172
128 신선이 먹는 음식 두레네집 2001.10.09 1491
127 농사에 대한 생각1- 농자, 노자 두레네집 2001.10.12 1125
126 농사에 대한 생각2-남자(男子)의 노동(勞動) 두레네집 2001.10.12 1175
125 농사에 대한 생각3- 땅바닥이 밥상이다. 두레네집 2001.10.12 1139
124 들녘의 색은 변하고 1 두레엄마 2001.10.22 1409
123 찬 빗속의 따스한 만남(지리산 음악회 후기) 5 두레네집 2001.10.29 1404
122 낙엽으로 지는 단풍을 따라 두레엄마 2001.11.16 1213
121 상여 뒤를 따르며 1 두레네 집 2001.11.16 1114
120 교실 난로에 얽힌 추억 1 두레네 집 2001.11.20 1086
119 살계마(殺鷄魔) 똑똑이 두레네 집 2001.11.26 1062
118 [re] 똑똑이, 허우대 風神이 훤칠허고.. 솔메거사 2001.11.27 208
117 허시파피와 슬픈 공주 두레엄마 2001.12.01 1230
116 느림이라는 여유와 교환한 자동차에 바램 1 두레네집 2001.12.09 923
115 화장실 어드벤쳐 I 두레엄마 2001.12.18 110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