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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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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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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이 남녘 지리산 아래로 와서 처음엔 생소하게 들린 말이 있었습니다.
"물 받느라 죽겠어","집에도 물 나와요"
아니 각자 집마다 우물이 있고 산에서 연결한 물줄기가 다 있을텐데...
동네 분들은 앞에 고로쇠 란 말을 통상 빼고 말하기에 우리는 의미를 몰랐던 것입니다.
고로쇠 나무는 지리산 중턱에 아주 흔한 나무입니다.
옛날부터 나무 등걸에 상처를 내고 그 밑에 통을 대어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아왔습니다.
신문과 책자에 소개하기로는 신라말 도선대사가 앞산인 백운산에서 오랜 수도 후
일어나려 하자 기운도 없고 굳어진 무릎으로 인해서 주변의 나뭇가지를 붙잡았는데
그 가지가 부러지면서 수액이 흘렀나왔다고 합니다.
그 분이 며칠간 이것을 마시자 마침내 기운을 회복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아시다시피 생물체의 세포를 이루는 주요 구성원에는 물이 70%입니다.
봄철 날이 따뜻해지면 나무는 자신의 생리 작용을 시작하려고 온 나무 전체에 생명활동을 시작하려 할 것인데 그 가운데 고로쇠 나무의 경우 그 활동이 대단히 왕성합니다.
자연생활이나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면 모두 다 한번은 읽었을 책인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에 보면 이들 부부가 버몬트의 숲에서 봄이면 하던 일이 당단풍 나무의 수액을 받는 일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수액을 끓여 일정의 물을 증발시켜 시럽으로 만들어 빵에도 발라먹고 각종 요리 재료로 쓰인다고 했습니다.
고로쇠 나무위 잎은 캐나다 국기의 단풍잎 같이 생긴 것으로 보아서
저는 이 나무가 같은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만 정확한 확인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시럽으로 할 것도 없이 모두 생수처럼 마십니다.
서울이나 중부 지역의 사람들은 봄이면 이 물을 마시는 것이 일반화 된 풍습이 아니어서 어딘지 낯설어 하지만 이 곳 남녘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봄철 따라 익숙한 일이라 합니다.
계절 변화가 심한 지역의 생물은 봄이면 지난 겨울의 생리작용과 다른 활동을 시작합니다.
겨우내 움추렸던 전신에 기지개를 펴 기를 복돋아 주는 것이지요.
자연에 접한 이들은 신선한 봄 나물과 돌밑의 샘으로도 이 기운을 회복하지만
이 날이나 저 날이나 그 날이 그날인 현대의 도시인은 마냥 똑같은 상태일 것이겠지요.
이럴 때 봄의 기운을 받은 생명의 진액인 고로쇠 물을 마시면 좋은 약이 될 것입니다.
보통 기운 없는 이들이 병원에서 인공으로 만든 수액인 링겔 포도당을 맞습니다.
적당히 생명체의 조성비율대로 영양분을 섞어 만든 것입니다.
물론 제약회사에서는 절대 안전하고 확실하다고 하겠지만 어디 자연의 산물을 따를려고요?
고로쇠 물을 그냥 음료수처럼 마시면 물론 좋지만
만일 몸이 안좋거나 건강상 기력회복을 원하신다면 다음 방법처럼 마시면 좋습니다.
굉장히 뜨겁게 불을 지피고 땀을 흘리며 하루에 한말을 다 마시는 겁니다.
다른 물을 안 마시고 자기 몸을 이 고로쇠 물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이렇게 황토방 구들장이면 더욱 좋겠지만 요즘 도시의 찜질방이 딱이네요.
이렇게 봄철을 고로쇠 상법을 하면 일년내 기력이 왕성해서 잔병치레가 없다는군요.
고로쇠 물맛은 달근합니다. 그렇다고 쥬스나 이온음료에 설탕 넣은 것처럼 달콤하지는 않습니다. 만일 수액이 그렇게 달다면 끈적거려 어찌 세포 끝까지 생명활동을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몸 구석구석에 조달할 수 있는 최적의 농도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에서 떠들 듯 2%니 게토레이니 하는 것들이
얼마나 물건 팔려고 엉뚱한 맛을 자연적인 것으로 위장하고 있는지 우습기만 하고,
또 그것에 속은 우리네 사람들의 입맛은 얼마나 멋대로 착각해서 사는 것인지...
고로쇠 물은 여기 현지에서 한말에 5만원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야 너무 비싸다 석유도 한말에 만원인데...그랬습니다.
그런데 물 받으러 가는거 한번 구경하고 나서는 입을 닫았습니다.
산 중턱까지 두 시간 이상을 가서 지게에 지고 오는 것을 보고 질렸거든요.
결국 나무에서 나오는 재료비는 없지만 결국 고생고생한 사람의 인건비였습니다.
요즘은 산에 PVC관으로 연결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면 투자비가 들어가니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또 사실 이곳 분들 말로는 첫해에 설치한 관에서는 플라스틱 냄새도 난다고 해서 당장 팔아야 할 약물을 그리 하길 꺼려합니다.
지리산 해발 700-1000m에서 직접 지게로 지고 오는 분이 계시는데
작년 봄철 끝날 무렵에 그분 얼굴이 힘들어서 반쪽이 되어 있더군요.
누구는 기력 찾는다고 열심히 고로쇠 물을 마시지만
어찌보면 그것을 나르는 사람의 진액을 마시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그 힘든 일에도 즐거워 벙긋거리는 그 분의 입을 보면
일하는 자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마셔보라고 건네는 사발 가득한 물맛이 기막힙니다.
아무 일도 못 돕는 제가 도울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분이 수고한 고로쇠 물을 소개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하도 지리산 아닌 다른 곳의 물이라며 의심하시지 말고 물 마시고 싶은 분은
제게 연락주시면 알려드리겠습니다(얼씨구 장사꾼 났네 하시지 말고)
그렇게 하면 저도 생기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마을 사람들에게 사람 소개해서 고맙다고 말 듣는 일이지요.
좋은 일하는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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