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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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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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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서울의 일가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신문지상의 흔한 표현대로 보니 거창해 보입니다.
올라가는데 10시간, 내려오는데 7시간이 걸렸습니다.

서울 가는 길
전부터 기차표를 예매했어야 했는데 꿈지럭거리다 이리됐습니다.
그래도 전날 고속버스를 알아보니 오전 9시 차편이 있다는걸 알고 서둘렀습니다.
전날 설맞이 겸 교회 장로님 생일 축하 겸 윷놀이를 밤12시까지 놀고
집에 와서도 이리저리 노닥거리다 보니 아침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버스를 결국 놓치고
결국 도로 위로 적토마의 기수를 과감히 돌렸지요 뭐!
남원 지나 88고속도로를 따라 함양을 지나고 새로 생긴 대-진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날씨도 좋아 지리산을 휘돌고 덕유산을 스치면서 원경의 눈 덮인 산을 알프스 보듯이
상쾌한 마음으로 접하면서 길떠나는 여행이 즐거웠었지요.
그런데 금산을 지나 대전 즈음에 이르니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속도가 50km대로 떨어지고 앞이 안보이도록 갑작스런 폭설이 내리며 정체가 시작됐습니다.
여기저기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체인을 다는 모습이 보였지만
워낙 눈 잘 안쌓이는 동네에 살던 말이라 특수 편자를 달 필요를 몰라 갖추질 못했는데...
모두들 앞차 뒤를 10-20km 대로 줄지어 살살 뒤따르는데 갑자기 앞차가 브레이크를
눈길에 브레이크를 밟으면 미끄러지는데 순간 저는 핸들을 틀어 추돌을 피하고
요리조리 아슬아슬하게 잘 피했다고 여겼지요.
주위를 보니 여기저기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한 바퀴 졸아 뒤로 서있는 차, 대각선에 걸쳐있는 차, 깨진 파편이 위 아래로 뒹굴고 꼭 전쟁터 같았습니다. 잘잘못을 따지는게 멋 적은지라 서로의 상태를 묻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우리도 옆 차와 부딪쳐 찰과상을 입었고 상대편 차는 주먹만큼 푹 들어간 타박상을 입었습니다.
그나마 속도들이 낮아 사람이 다친 것 같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그 이후 천안까지 지루한 막힘이 계속되었습니다.
멍청히 도로 위에 서있는데 버스 전용 차로를 씽씽 달리는 사이로
서울-화개 간 버스가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시간상으로 다음 차편인 11시 차 같았습니다.
으아아아 이렇게 약오를 수가!
우리 부부는 서로 마주 보며 다음부터 명절에는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겠어
그렇게 주먹을 불끈 쥐고 교통방송 듣고 있었더랍니다.

내려오는 길
막힌다는 뉴스를 뻔히 지켜보면서 내려오는게 싫어 아이들을 하루 결석시키기로 했습니다.
참 우스운 부모지요.
옛날 우리 부모님 같으시면 억척스레 학교 안빠지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이리 학교 빠지기를 심각한 고민 없이 결정하니
정말 우리 사회의 교권이 흔들린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아이들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4일 출근시간을 피해 10시 즈음에 출발했습니다. 올라올 때와 달리 서해안 고속도로로...
서해대교도 건너고, 행담도 휴게소에서 햄버거도 사먹고 안 막히는 길이었습니다.
올라오는 도로를 바라보니 대단하데요. 꽉 막힌게 저렇게 언제 가나 싶더군요.
군산에서 나와 전주를 거쳐 남원간 국도를 달려오려는데 방송과 표지판에 정체라고 하데요.
그래서 돌아가지만 전주에서 호남고속을 타고 광주를 지나 석곡으로 노선을 바꿨습니다.
석곡을 나와 보성강을 따라 오는 길과 압록에서 섬진강과 합하여
구레까지 오는 강변길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군요.
장시간 운전에 조금 피로감만 없었으면 태안사를 들러볼 수 있었을텐데,
다음에 우리 집에 놀러오시는 분과 함께 둘러보기로 정했습니다(선착순임)
7시간이나 걸린 이유는 막힌 시간이 아니라 여유롭게 쉬면서 돌아왔기 때문이었지요.
올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왔습니다. 그런걸 보니 오래된 곳도 아닌데... 이제 2년째인
이곳 지리산 밑이 내 둥지임이 틀림없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려집니다.
집에 오니 주인 없는 집에 개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멀리서 주인 냄새 맡았는지 유일하게 풀어 논 또또는 신나라 달려오고
개밥그릇 넘치게 부은 먹이도 남긴 총명이는 똑똑이에 시달린 면상으로 꼬리를 흔듭니다.
먹성 좋은 허시파피 톰은 그만 개줄이 꼬여 그나마 있는 밥도 제대로 못먹었는지
모자라는 발고락으로 개밥그릇 끌다 뒤엎어놓고는 낑낑대고 있습니다.
서둘러 우리 집 숨붙이들을 보니 이렇게 반갑네요.
그러니 사람으로서 일가 피붙이를 찾아 나선 우리네 모든 이들은
얼마나 즐겁고도 정겨운 설이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느껴지는군요.
서울서 일일이 안부 묻고 찾아보지 못한 친구들과 인연있는 분들에게 인사드립니다.
이렇게나마...
건강하게 즐겁게 늘 그리 지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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