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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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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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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책을 한 권 사보았습니다. 이레가 먼저 읽고 집사람과 내가 읽었습니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읽으며 정말 얼마만인지...
콧등이 찡하다가 결국 눈물이 배어 나왔습니다.
슬프지만 희망이 싹트는 이야기이기에 가슴이 환해졌습니다.

추천자의 말대로 요즘의 우리는
어느덧 이 나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해 보이지 않는 양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경제적인 문제가 꼭 가정의 무너짐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상당부분 가난은 사람을 육체적으로 지치게 하고,
결국은 황폐한 마음으로 몰고 가기 일쑤이지요.
모두가 어려운 시절이라면 모를까, 다들 살만해 보이는데
어째 우리만 이래 살아야만 되나 싶어지면 더욱 삶의 전환은 힘들어지겠지요.
어느 사회학자의 말대로 절대적인 가난보다
상대적인 가난이 더 헤쳐나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자라던 70년대 서울의 변두리였던 마포만 해도 물질적으로 빈약한 때이지만
모두들 즐겁게 살았던 느낌이 남아있는 곳입니다.
물론 지나간 추억은 대개 아름답다고 그때의 고생을 잊어버린 탓일 것입니다만...
하기는 제가 고생한게 아니고 저희를 먹여 살리신 아버지, 어머니의 고생이셨고.
그 세대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지나간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나처럼 고생한 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내 얘길 소설로 쓰면 대하장편 눈물 없인 못 읽는다,
지나간 얘기 생각하기도 지긋지긋해" 하시며 손을 내저으시지요.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이런 지긋한 가난을 지금의 시대에 겪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상처받은 가난한 아이들의 슬픔이 더욱 깊게 느껴집니다.
저희가 어릴 적의 이야기를,
시절이 달라 없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아픔을 지금 겪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
동네는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의 아이들이 그 심정을 알고 있을지...

제가 직장생활을 할 때
동료 직원들과 어릴 때의 추억을 이야기 할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당신과 나는 동시대를 살았는데, 왜 나는 그런 것을 알지 못하지."
"자네는 차원이 다른 동네에 살았나보지"
역사 속에서 빈궁을 미학으로 예찬한 적은 드물었습니다.
하긴 80년대 학번 세대에게는
노동자 농민의 아들임을 은연중 자랑스레 여기는 풍조도 있었습니다만,
압구정동이 욕망의 배설구라며 문화현상처럼 들먹거려지면서
다시 음지로 들어갔는지 근자에는 자랑스럽게 떠드는 청년들은 없더군요.
솔기히 제가 보기에는 <괭이부리말 아이들>은
풍요의 시대에 사는 청소년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한국경제의 성장기를 보낸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습니다.
어려운 시절을 가슴에 묻어둔 이들에게 이웃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
이제는 시대의 주류정서에는 약간 비켜난 듯한 이야기 같지만
현실이기에  더 나누어야 할 이야기입니다.
옆집에 놀러가려도 무언가 돈 될만한 생색을 들고 가야한다는 체면 때문에
문 닫는게 속편한 심정이야 모두에게 마찬가지입니다.
눈물과 웃음을 나누는 이웃의 정분이 아름다운 것을 알지만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벽이 되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는 안타까움만 있습니다.
지금의 삶에 행복하느냐고 질문을 했는데
세상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방글라데쉬라고 신문에 난 것을 보았습니다.
돈이 없다해서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적이 우리에게도 있었습니다.
오히려 돈이 많아져서 집집마다 삽작문 떼고 튼튼한 벽 만들어 놓고부터,
돈 없어 개떡이나 풀빵 해먹을 때는 나누었는데 좋은 음식 먹으면서부터
냄새날까 문 걸어 잠그다 굳어져버렸습니다.
그래도 저는 돈 많았으면 좋겠다고 여기는데...(다른 분들도 그렇죠?-에잉 쯧쯧)
어떻게 알았는지 돈이 더 많아질수록 행복하지 않다는게 선인들의 가르침입니다.
사실 집집마다 전기제품이 다 있어서 이제 나다닐 필요가 없어 몸은 편해 졌습니다만
어떨 때는 tv는 마을에 하나만 있어 모였을 때가 더 좋았다 싶어집니다.
욕심만 많아 가지고 돈도 있고 행복도 있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하여간 같이 나누어먹읍시다.
나눠먹자니까 꼭 수준 맞는 사람끼리만 몰려가지 말고 하여간 같이 나누어먹읍시다.
<괭이부리말 아이들> 책 좋습니다. 물론 재미의 차이가 서로에게 다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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