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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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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가는 길에서 성삼재로 갈려 나간 도로를 조금만 타고 가다보면
매천 황현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나옵니다.
지리산 일원을 찾는 많은 이들 중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국토순례나 문화기행을 생각하며 찾는 이들 외에는 발걸음이 뜸한 곳입니다.
민족에 대한, 어쩌면 범인들의 생활을 좋은 삶의 지표로 삼던 청년의 때에
저는 매천 선생의 이야기를 신문인지 잡지에선가 소개글로 보고는
우국 충정에 넘친 인물이로구나 한 번 찾아보자 하고는
어느 문고본으로 엮은 매천 야록을 읽었었습니다.
그때 느낌은 참 깨끗한 선비가 있었구나,
어쩌면 매천을 일제에 대항한 독립투사 같은 인물로만 몰고 가는
애국주의로만 보기에는 속좁은 것이겠다 싶네요.
그는 자기 삶에 당당한 유학자로서 하늘에 순명하는 입장에 선 올곶은 생활인으로
저절로 그러한 인생을 풀어가는게 자연스러운 귀결인데,
오히려 그러한 일을 단지 애국의 잣대로 헤아리는 것이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물은 인물인데 시간을 제대로 얻지 못한 역사의 많은 이들 가운데 한 분일 것입니다.
단편적인 제 생각이지만 그는 역사를 앞서간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절대 왕조의 전성기에 태어났으면 좋은 역할을 담당했었을 분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모든 이들이 시대의 조류에 따라 자기의 운명을
비굴하게도 일본의 세력에 머리를 조아리는 때에 당시 세게관에 따라
양성된 선비정신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은 행동은
시대를 넘어서서 살고자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줄 기개있는 모습일 것입니다.
아무리 21세기라 해도 보수이건, 진보이건 애국주의 앞에 자유로운 정신은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자는 휴매니즘은
민족이나 국가를 내세우는 집단심리를 넘어서지는 못하는 셈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하늘의 순리를 깨달은 유학자를 애국정신으로 차용하는
우리들의 속좁은 단견이 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문제풀이의 정답인 셈입니다.

이거 큰 일이군요. 매천 선생의 어릴적 이야기를 한다 해놓고는
국민윤리 시간에 빵점 맞을 게 뻔한 생각만 잔뜩 늘어놓았으니 말입니다.
분명한 것은 매천 선생이 윤동주 시인의 싯귀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상당한 인물이었음을 말하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분이 어릴 때에 이런 일이 있다 합니다.
9살인가의 어린 나이 때에 비가 억수같이 내려 무섭게 불어난 내를 건너게 되었는데,
어린애는 물에 휩쓸리기에 곁에 선 어른이 매천의 손을 움켜 잡았다는군요.
그러자 어린 매천이
"만일 물에 휘청하여 중심을 잃으면 나를 잡은 손을 놓아버릴 것이 아닙니까?
그것 보다는 내가 어른을 꼭 잡을 테니 손 위치를 바꿔 잡겠습니다."
했더랍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입장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가겠다는 인생관이 벌써 그 나이에
저절로 나올 수 있게 깃들여 있었나 봅니다.
사실 자신의 인생을 자기 주관대로 소신있게 살지 못하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
매천의 어릴 적 이야기는 귀담아들어야 할 의미 깊은 것입니다.
부모의 그늘에 기대는 어른이 많아져 안이하게 대처하는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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