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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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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97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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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 집이 몇 차레 TV에 출연했지만 한번도 집에서 본적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안 맞아서 못 보거나, 일부러 안본 것도 아닙니다.
그것은 순전히 보고 싶어도 방송 수신이 안 되는 우리 집 지형 탓이었습니다.
우리 집 뒤와 옆은 지리산에서 흘러나온 왕시루봉 줄기가 섬진강에 부딪치면서
우묵하게 내려앉은 골짜기 안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앞이 훤히 트인 것도 아니고 섬진강 건너 마치 협곡처럼
백운산이 치달아 올라가는 곳입니다. 학교는 산에 둘러쌓인 형세이지요
이런 지형 탓에 옛날신라 백제의 국경이며 피에 절은 격전지입니다(고려때 왜구들, 임진왜란). 자료를 보니 왜군들이 섬진강을 타고 구례에서 남원 방향으로 가려면 꼭 이곳을 지나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협곡을 막고 전투가 벌어진 곳이라는군요(석주관 칠의사)
어쨌든 하늘을 가르는 전파도 우리집 안방에 들어오려면 무척이나 어려운 전투를 치러야 합니다.
그 바람에 우리 이레는 남들이 "여기 살기 좋으니?"하고 물으면
"다 좋은데요 화장실하고 tv가 안좋아요"하곤 합니다.
지난 봄이던가 나무가지에 잎이 돋기 전에 해야 한다며 앞 산 언덕꼭대기에
안테나 줄을 메고 올라가고 남은 줄을 또 끌고 내려오느라
고생 고생했습니다. 그랬는데 안되더군요.
동네 분 말로는 전선이 길면 전파가 방전돼서 안된다고 하데요..
다른 방송은 아예 소리도 안들리고 kbs-1만 조금 나옵니다.
여전히 지지직 거리는 화면에 태조왕건(이곳에 이사 오기전부터 시청하던 유일한 연속극)을 봅니다. 최수종 귀밑에 입 달려있고 산천경개가 춤을 추고 입벌리면 이빨이 괴기영화 저리가라는 모습입니다만...
어느날인가는 이거 혹시 tv가 잘못된거 아닌가 의심을 했는데
비디오로 연결하니 으아아 환상의 화면이 펼쳐지는 걸 보며 괜한 의심에 머슥해
10여년 훨 넘게 결혼과 함께 동거해온tv(지금은 LG로 이름바뀐 금성)윗면을 토닥였습니다.
다른 것은 인터넷 시대에(비록 모뎀이어서 그나마 동영상도 못보지만) 문화적으로 아주 처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외로 tv광고를 모르는게 문제가 되데요?
가끔씩 도시의 아이들이 와서 하는 첨단 유행어를 무슨 소리인지?
지금 이 상황에서 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몰라 버엉 떠 있으면...
그건 십중팔구 광고에서 유행하는 멘트임에 틀림없더군요.
저야 몰라도 그만이고 알아도 써먹어야 할 공감대가 통용되는 나눔터의 거리가 멀지만...
우리 이레는 학교에 다니고, 또 이다음에 같은 연대의 아이들과도 동시대의 문화 현상을
나누기에는 단점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유행어를 문화로 보느냐의 짐짓 무거운 주제를 문제삼는 것은 아니고
사람 사는 세상에 걸맛는 사람은 되어야 -문화의 섬-런던의 타잔은 면하겠다는 생각이지요.
흔히들 시골 사는 사람의 교육 문제를 들먹거리지만 그것은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사실 인물이야 자연의 정서를 보고 자란 시골에서 나지요.
우습게도 똑똑한 도시 사람은 그 밑에서 가방 들고 다니는 게 요즘 현실 아니겠습니까
(다음에 이 주제를 더 생각해 쓸까 합니다)

무언가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겨울 방학에는 영화를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간 저도 뚝딱거리느라고 못 본 게 많아
읍내의 비디오 집 문턱에 우리 집 흙이 조금 쌓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실 망설이는게 있습니다.
애들 텔레비전에 빠지는게 싫다는 핑계로 안 달았지만
요즈음 우리 동네 지붕에 하나 둘 씩 생기는 위성 인터넷 접시안테나를 쳐다 보며
내심 속으로는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올해 월드컵을 tv로 보려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지요.
설치비용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애들 욕심은 안중에도 없다가 아빠 욕심에는 내키는 데로 할 수도 없고...
어떻게 하지... 궁리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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