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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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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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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이 떠졌습니다. 지난 잠에 꾸었던 꿈을 생각하며
내가 왜 이곳에서 살려하는지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의 다짐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잊어버렸는지 한참을 생각해보아도 도시 가물가물한게
참 무디게 설렁설렁 살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낮에는 열심히 손 발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 저녁에는 마음을 닦는 공부를 해야지...
자연의 소리를 듣고 영성 깊은 생활에 젖어
이왕에 주어진 한 세상 의미를 찾는 인간이 되야지 했었는데...,
어찌된게 이 겨울 맞을 때도 적어놓은 일조차 제대로 된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뒷간에 똥쳐서 거름내는 일이며, 밭 복판에 놓인 돌 꺼내기며,
계곡 쪽 위험한 축대로 떨어지지 않게 돌로 쌓은 화단 만드는 일 등등...
낮에 한가하게 놀았으니 저녁이라고 자기를 들여다 볼 시간을 가졌을리 없겠지요.
하다못해 좋은 만화라도 봤으면 즐겁고 건전한 생각이나 했을텐데...
두레 엄마도 뭐라고 할 정도로 애들보다도 게임을 더 많이 한 것 같습니다.
연초에 어느 분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올해는 킬링 타임을 갖지 말아야지 했는데,
결과는 한 달도 안돼 그쪽에만 잔뜩 동그라미가 쳐져 있습니다.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못사는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부끄러운 일이지요.
추운 날입니다.
얼추 새벽공기에 발이 시렵지만 어둑한 사이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돌축대입니다.
내 앞전에 살던 이들이 내게 보여준 발자취입니다.
밭둑 무너지지 않게 틈새 없이 잘 쌓아놓은 것인데 누가 쌓았는지
그 손에 얼마나 많은 땀을 훔쳤을까 생각하곤 했던 것이지요.
작년에 제가 화장실 가는 길에 야트막하게 쌓아놓은 것은 벌써 흐트러졌는데
그에 비해보니 더 많은 공력이 들어갔나 봅니다.
돌 하나를 쌓아도 이모조모 요리조리 잘 얹어질 모양새를 따지는 법인데,
인생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하면서 너무 무지하게 사는 모양이
머지않아 흐트러진 돌담이 될 것만 같아 두려움을 느낍니다.
올 한해 아직 얼마 안 왔으니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새벽을 깨우는 꿈을 꾸게 하신 이 땅의 힘에 감사함을 드리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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