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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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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일찍 뜨지만 우리집 안마당에 햇살이 비치려면 9시는 넘어야 합니다.
이제는 봄기운이 완연해 골짜기를 넘어온 햇살 한 조각에도 얼었던 땅이 녹아 질퍽합니다.
그리고보니 땅의 기운을 느끼지 못하는 도시 분들에게 땅에 봄볕이 스몄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젠 어디고 모두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흙 한줌도 만지지 못하고
한 발자국도 디디지 못하는 삭막함에 땅의 감촉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르잖아요.
저도 한때 온 몸으로 느끼는 이 감촉을 잊었었습니다.
어릴 때 고무다리라 부른 땅의 무른 부분이 있지요?
굉장히 질퍽거리는 데를 적당히 마른 흙을 덮으면 말랑말랑해집니다.
밀가루반죽 하듯이 말입니다.
짖굳은 개구쟁이들은 함정을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진흙창에 살짝 마른 흙을 덮었지요.
걷다가 이렇게 푹 들어가는 곳을 밟아 심하면 발목을 삐기도 하지요.
고무신을 신고 질퍽이는 길을 가다보면 신발은 땅에 쩍 붙어있고 맨발만 쑥 나와본 경험이며, 발 뒤축에 묻은 흙이 튀어 등이며 심지어 머리 위로 튀겨오른 적도 있을 것입니다.
저번 날에 친구가 왔었는데 아이들이 진창을 마구 뛰어다녀
옷 뒤를 흙범벅으로 해가지고 들어왔습니다.
도시의 아이들은 달리면 흙이 자기 등뒤로 오르는 경험을 한번도 못해본 것이지요.
옷 버렸다고 막 혼이 날라고 그러는데 제가 보고 이런 경험 어디서 하냐?
너 어릴 때를 생각해봐라 하니 졸지에 혼날 게 자연공부체험이 되버렸습니다.

폭신한 흙을 밟으며 학교 주위를 돕니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절로 흙이 부드러워지면
이 위에 흩뿌려진 풀 씨들이 수월하게 돋아나겠지요. 얼마 있으면 말입니다.
동물이고 식물이고 이 땅 위에 터잡고 사는 모든 숨붙이들에게
자연은 그냥 있어도 좋은 곳입니다.
흙을 보며 겨울의 혹독함이 오히려 새 생명을 주는 밑거름이 되는 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도 자기만의 혹독한 시련이 한번 이상 있겠지요.
헌데 다 지나면 다시 태어날 희망을 주는 밑거름이었다고 고백들을 하더군요.

학교 뒤뜰에 조그만 샘이 있습니다.
돌틈 아래 늘 배어나와 조금씩 흐르다 괴는 여름날 이끼 잔뜩한 곳입니다.
양지바른 곳에 고인 물 속에 벌써 개구리가 알을 까놓았습니다.
아직도 경칩 한 달 전인데 방정떠는 개구리 부부가 사는가 봅니다.
저러다 갑자기 꽃샘 추위 오면 올챙이도 못되고 알탱이 다 얼텐데 하고
제가 괜한 걱정을 합니다. (그만큼 이 동네가 따뜻하단 얘긴가?)
뭉그럭거리는 개구리 알들을 두 손으로 살며시 떠봅니다.
요놈들이 다 크면 폴작대고 뒤뜰을 오갈텐데 잘 살아라 마음으로 빌었습니다.
사실 깨어난 올챙이의 반수는 애들 손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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