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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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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16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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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요즘 직업(?)이 생겼습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화개 골짜기로 녹차를 따러 다닙니다.
아침 여섯시 오십분이면 도시락을 싸 나가서는 봉고차,
때로는 더불 캡(6인승 화물차)을 타고서 일터로 갑니다.
손에는 일하는데 있어서의 필수인 챙 달린 일모자(산에서나 들에서 많이 보는 일명 아줌마 모자로 목덜미까지 천이 달린 꼭 남미 게릴라들이 쓰는 모양입니다)를 들고서요.
그 시간이면 골짜기는 많은 봉고차와 트럭들로 붐빕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할머니, 아줌마들의 행렬.
그러나 어느새 어느 골짜기로 접어들었는지 금새 사람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침 일곱시부터 시작해서 저녁 여섯시까지 그냥 녹차 잎만 따지요.
보통 아홉시 반경과 오후 세시 반경에는 새참을 먹습니다.
300원 짜리 샤니 빵과 우유를 하나씩 먹습니다.^^
평소에 쳐다보지도 않던 빵, 그런데 며칠이 되니 그 시간만 되면 샤니 빵이 기다려졌습니다.
정말 내가 빵을 기다리나 생각해 보니 빵이 아니라 그시간 만큼은
쉰다는 생각에서 기다리더군요.
녹차 따는 일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루 왼종일 오전, 오후 새참시간 약 5분?, 그리고 점심시간 약 20분?
그게 휴식의 끝입니다. 오로지 녹차 잎만 바라보고는 땁니다.
요즈음 사람 같으면 주인이 없이 일을 하라하면 대충도 할 수 있으련만
우리 어머니들은 주인 없이 일하는 게 더 무섭다며 누가 안보아도
정말 쉬지않고 일합니다.
주위에 좋은 쑥이 있어도 안땁니다.
그 쑥 따느라 녹차 안땄다는 말 들을까봐서요.
누가 보나 안보나 내일처럼 하는 그 분들에게서 농촌이 그래도 존재하는
이유를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흘러서 이 분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면
이 농촌의 정서는 어찌될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일하는 사이사이 주고받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들이 재밌습니다.
녹차금(가격) 얘기, 매실 얘기, 올해의 시세 얘기.
참 이 집은 잘 가꿨다 하며 주인 집 얘기. 동네 누구네 집 얘기.
어머니들 집 얘기, 자식들 얘기, 텔레비 연속극 얘기.........
거기에 보태 서울서 온 우리 사는 모양이 궁금하신지 이것저것 묻습니다.
그중 가장 궁금한 것은 어떻게 먹고사느냐는 것입니다.
그래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녹차 따러 나왔어요." ㅎㅎ
그랬더니 "암, 암, 그래야지. 이제 녹차 끝나면 매실도 같이 따세.
그리고 가을에는 밤도 같이 줍고"
당신 딸들과 같은 나이라며  걱정을 해주십니다.
그러시면서 작년에는 "고급" 이라서 이런 일은 안하는 줄 알고
아예 말도 안했다고 하시기에
작년 가을 이장님네 밤밭에서 한달동안 밤 주었다고 하니 놀라시더군요.
어머니들 얘기에 할 말이 없는 전 그냥 들으며 웃기만 합니다.
그 덕에 어머니들께 참 참하다는 칭찬도 듣습니다.

하루내 녹차잎만 바라보다 집에 오면 전 바퀴벌레(??)가 됩니다.!!!!!
한번 뒤집어지면 일어나지 못하는 바퀴벌레처럼 비유가 좀 엽기적이지만
한번 누우면 정말 못 일어납니다.
첫 날은 어휴 어찌 한달을 따러 다니나 하며 한숨이 나오더니만
이틀 사흘이 지나니 여전히 힘들지만 그래도 쪼끔씩 나아집니다.
눈썰미도 생겨서 어떻게 따야 많이 따는지, 또 어떻게 따야 무게가
나가서 주인이 좋아하는지도 알게되어 조금씩 따는 양이 늘어갑니다.
제법 야무지게 잘 딴다는 칭찬도 듣습니다. ^^

아침에 제가 나가면 두레아빠도 바로 일어난다고 하더군요.
미안해서 더 못 누워있겠다나요?
이번 주부터 두레아빠도 간디학교 아이들과 오후에는 같이
노작활동을 하느라고 힘들어합니다.
저녁에 밥만 먹으면 서로가 그냥 자기가 바쁩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말
"겨울을 잘 놀았으니 봄부터 가을까진 열심히 살아야겠지?"
그 말에 이레도 동의를 합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의젓해 진 듯합니다.
일하러 다니기전 엄마가 왜 녹차를 따러 다니는지 이야기하며
협조와 도움을 요청하는 시간을 가졌더니 이해를 하고는 잘 도와줍니다.
아이들은 집에 온 간디학교 언니 오빠 형들과 같이 잘 놀고 밥도 저녁은
으레히 언니들과 먹는 줄 알고는 거기 가서 줄을 서서는 먹고 옵니다.
특히 맛있는 거 하는 날이면 두레는 아예 안오지요.^^
제가 가고 나면 아빠가 깨워서는 학교 갈 준비를 시켜서는 학교로 보내는데
아이들도 아침에 나가기 전에 잠깐 그 방에 가서 한번씩 안아주고
뽀뽀를 해주면 웃으며 잘 다녀오라고 합니다.
목요일인가 아침에는 이레에게 뽀뽀를 하니 이레 말이
"엄마, 힘들어서 얼굴이 부었네. 엄마 제가 힘나라고 기도해 줄께요."하더군요. 행복했지요.
두레 놈은 이불개기 담당이고 이레는 방치우기 담당으로 정해주었는데
아직은 잘 지켜지나 봅니다.
오늘은 엄마가 있으니 아이들이 깨우지도 않았는데 일찍부터 건너와서 앵깁니다.
특히 두레 놈은 더 일찍 일어나서 건너옵니다.
한참을 같이 놀다가 세수하라니까 이불개야 한다며 건너갑니다.
이불을 잘 개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두레의 생각 속에 아침이면
이불은 개야한다는 생각이 이제 들어있다니 기특하기만 합니다.

오늘과 내일은 그 동안 날씨가 추워서 녹차 잎이 잘 피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쉽니다. 그리고 그 동안 일한 일당을 처음으로 받았습니다.
올해부턴 오천원이 올라서 삼만원씩 주더군요.
그동안 일 잘하는 어머니들 틈에 끼여서 일 못하는 게 감춰지는 복이 있었는데
닷새치 일당을 받으니 거금 십오만원이니 됩니다.
든든한(?) 맘으로 집에와 두레아빠에게 보이니 "좋게엣네" 합니다.
돈은 들어오기도 전에 쓸 데가 먼저 생긴다는 어머니들 말이 맞나봅니다.
벌써 쓸데가 생겼으니 말입니다. ^^
그래서 엊저녁은 기분이 어찌나 홀가분하고 좋던지
제주도로 이사간 친구와 오랫동안 수다도 떨고
여기저기 전화도 해서 안부도 전하고 또 전화도 받고 했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들을 보낸 후  조금 전 아홉시 경이 되어서 내가
  "어, 샤니 빵 먹을 시간이네." 하니 두레 아빠가 웃습니다.
정말 샤니 빵이 먹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오늘은 서울서 친구가 아들과 같이 온다고 해서 이따가 구례구 역으로
마중을 갈까 합니다.
간 김에 압록으로 해서 두가교로 한번 드라이브를 하고 올 생각입니다.
지난 삼월에 섬진강 도보 여행(?)때의 두가교 근처의 풍경이 참 좋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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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2.04.15 12:20
    화개엔 예부터 차소(茶所)가 있어 주민들이 차잎 따대느라 혹독한 고생을 했었지요. 지금은 품삯이라도 받으니 다행입니다. 고향 누님은 7순인데 날마다 딸기 따주고 일당 받는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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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수니 2002.04.15 12:45
    아무리 챙달린 모자를 사용해도 얼굴이 그을리는걸 알아요.손끝에 까맣게 녹차물드는것도..그래도 행복해 보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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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4.15 12:50
    곡우절기 못미쳐 지금 따는 연초록의 참새 혓바닥같은 모양의 차가 제일 웃질인 [雨前茶]라 하지요? 고생이 많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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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mo 2002.04.16 23:47
    두레 엄마! 고생 많씀다. 지리산에서 하산할 때 보던 언덕배기의 녹차밭에 서 계시다니 생경한 현실이 느껴집니다.우리 부부는 전.군 마라톤에 다녀온 후 사이버 과제물에 쌓여있음다.
  • ?
    오브 2002.04.17 00:23
    두레어머니 왼종일 녹차 따느라 고생 많으시네요. 온 삭신이 뻑적찌근하시겠습니다. 엄마 안마는 이레가 해주나요^^ 녹차 에 연신 눈길 주느라 해뜨고 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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