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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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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19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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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도 두레는 여전히 이불 속에서 뭉기적거리고 있네요.
아침이면 몇 번이나 소리질러 부르고 깨워서 이방으로 오면
이불 속에서 엄마와 한참을 놀고 난 다음에도
일어나라고 하면  "아빠도 한 번 안아줘야지이 ~~~"하며
아빠 품속에서 또 한번 뭉기적거리는 늑장을 부립니다.
난 아침이면 애들 학교 보내려고
"얼른은 ~~~~" 이라는 단어를 입에 몇번을 달아야 하는지...
도시나 시골이나 누구나 겪는 학교생활,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도
복터진 교육혜택을 누리는 시골의 학부모들이다.
간혹 신문지상에서 펼쳐지는 교사와 학부모의 은근한 실랑이는 우리에겐 없다.
부담스러워 학교가기를 꺼려한다는 도시의 학부모들이 안스러울 뿐이다.
우리는 그냥 학교에 놀러간다. 아무런 봉투도 선물도 없이(우리가 예의가 없는 건지)
운동회도 학예회도 스승의 날에도 심지어 애들 생일날에도... 간다.
한 반 아이들이 얼마 되지 않으므로 기껏해야 돈 만원이면 한 반 애들이 모두 먹을 만한 간식거리를 들고 간다.
치마바람이나 바지바람도 아니다. 그냥 마실가듯 간다.
이런게 시골사는 학부모들의 학교福이 아니겠는가?

우리 사는 집이 애들이 다니는 토지초교의 분교인지라
그 덕에 교장 선생님과 교감선생님도 틈틈히 방문하며 학교일 후엔
자연스레 애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신다. 애들로서는 참 좋은 대면의 기회라 할 수 있다.
그림을 잘 그리시는 교감선생님은 우리부부를 볼 적마다
"두레 부모님들은 신선같이 사시는 분"이라고 추켜세워 주시곤 하셨다.
지난번 정년 퇴임한 교장 선생님은 틈틈히 전화도 주시며 두레에게 무슨 상장을 줄까
고민까지 하셨단다. 혹시나 장애아를 상장주면 놀리는 게 아닐까 오해할까 염려하셨다며,
그래서 상장주는 것 아니라며 설명도 해주셨다.
이번 학기에 학교버스를 담당하는 기사님은 재작년에 맡으셨던 분이 다시 오셨다.
이래저래 두레는 자기를 이해해주는 분 덕에 편하게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며칠전 신 기사님과 대면하게 되었는데, 그 분은 두레가 요즘은 좀 늦는다며
당신은 통학 시간이 급해서 소리치는데 두레는 여전히
느긋한 게 급한 것이 없다는 듯 할 거 다하며 내 사정 아니라는 식으로
걸어온다는 얘길하시며 웃으셨다.
하긴 아침에도 엄마 아빠만 바쁘지 두레는 지 할 일 다 하면서 가는 녀석인지라...
두레를 먼저 일년 넘게 겪어 보셔서인지
언제나 등하교 시간에 챙겨주시는 고마우신 분이시다.
혹 이레가 학교버스를 못타는 날이면 두레 혼자 우리 집 앞에서
내려서 길을 건너는 것이 위험하다며 피아골 입구까지 돌아서 그곳의 아이들을
내려주시고는 돌아가는 길에 안전하게 내려주곤 하신다.
며칠 전 새학기라 선생님들이 가정 방문을 하셨다.
이 곳은 시골이고 아이들이 많지 않아 새학기면 꼭 가정방문을 한다.
아이들 하나하나 세세하게 대면할 수 있는 사립학교보다 좋은 환경이 절로 꾸며진 셈이다.
두레는 지난 이년 동안 한 분 밑에서 모든 사랑을 받았다..
이레 말로는 김용성 선생님께서는 올 해도 두레를 맡고 싶다고 자원을 하셨다는데
특수 아동을 거푸 맡으면 힘들다고 여긴 교감선생님의 사랑의 배려로
두레는 새로 오신 또다른 총각 선생님이 맡으셨고,
이번 해는 이레의 담임선생님이 되셨다고 한다.
김 선생님을 두레를 맡으면서 앞으로도 두레 같은 아이들을
만날 것이라며 그런 아이들을 더 알기 위해서 따로 특수 교육을 공부하시고 계시다며
두레를 통해서 좋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며
도리어 감사하다고 하시던 분이시다.
올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날 수 있는 연차였던지라 속으로 아쉬워하며
우리는 다른 곳으로 가셔도 인사 가자며 영원히 잊지 못할 선생님으로 꼽아 놨었는데,
두레를 생각하며 한해 더 남았다가 올 해 이레의 담임 선생님이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김용성 선생님은 우리랑은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선생님이야"
하며 만족해하며 우리 모두 웃었다.
이레가 선생님께 그런 이야기를 해드렸더니 웃으시며 이레를 살짝 꼬집으셨단다.
올해도 두레와 이레의 학교 생활은 아마도 즐거운 나날일 듯 싶다.
새로 오신 두레의 담임 선생님은 김 선생님의 후배이신 것 같았다.
함께 가정방문을 오셔서 여러 변을 살피시며 먼저 담임 선생님께  많이 지도를 받는다며
겸손한 인사를 주셨다.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해주시며
우리 보다 먼저 자꾸 허리를 굽히신다.
이번 방문을 오셔서는 작년 사월의 벚꽃 피던 날의 저녁을
얘기하시며 참 좋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올해도 벚꽃 활짝 피는 날 좋은 저녁 자리 한 번 마련해야겠다.

  • ?
    웃는사람 2002.03.16 09:19
    그런분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오늘 제가 있게 했습니다. 은사님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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