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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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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21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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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들이 하도 짖어 여름철 손님이 오면 시끄러울 것 같아 하나 둘 정리중입니다.
앞집 송정 식당에서 어느 손님이 발발이를 약으로 쓸려고 찾는다기에
제일 먼저 어미의 역할을 끝낸 총명이를 보냈습니다. 물론 총명이의 새끼들도 모두 분양하고 이레가 제일 좋아하는 똘이 하나만 남겨두고 말입니다.
똑똑이는 이 달 말일 복날 중에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우리집에서 만2년 넘게 살았으니 식용견으로서는 장수한 편입니다만
그래도 안된 것이 장가도 못가보고, 또 정든 놈을 넘기자니 괜히 안돼보여
요즘 맛있는 짬밥은 모두 그 놈만 주고 있습니다.
타고난 성정대로 죽어야 하는 생명들, 특히 견공들에게 여름날의 시간은 꽤 중요하지요?

톰은 원래 값나가는 종자(비글이레나 뭐래나 70만원이나 한데요 글쎄. 그러면 뭐합니까. 우리집에서 제일 멍청해 제가 미워하는 놈입니다)라 식당에 팔려가지는 않고 동네에 개 잘 키우는 철민이 아버지한테 주려고 합니다.
괜히 미워서 밥도 안주고 싶은 놈, 미워하지 말고
저보다 더 사랑받을 사람한테 보내는게 좋아보여서지요.
전에 철민이 아버지가 씨만 받아도 된다고 할 때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안했는데 시간이 지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데리고 있어봐야 목욕도 안 시키죠.
맨날 나무에 줄 묶어두면 나무를 삥글삥글 돌아 다시 되돌아 풀를 줄도 모르고
나무뿌리에 주둥이 꾀여 깨갱거리는 일이 다반사죠.  
그게 보기 싫어 블록벽돌에 묶어두면 지놈이 씨름 선수도 아닌데
그 무거운 보루꾸 벽돌을 질질 끌고 운동장을 빙글빙글 도는데 내가 꼭지가 돌겠더라구요.
그래서 이놈 시끼는 생긴거는 허쉬파피 모델 같이 잘 생긴 놈이 왜 매일 속뒤집어놓느냐며
씩씩거리니.. 그래 차라리 남 주는게 개 신상에도 좋겠다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한놈 두놈 보낼 때를 정해두니 이제 또또와 그 새끼 똘이만 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17일 이후 강아지 똘이가 안보이는 겁니다.
그날 저녁은 내내 이름부르다 어디 마루 밑에 자겠지 하고 그냥 잤는데
그 다음날 꼬리를 허리부터 흔들어대며 슬리퍼 사이로 비집고 나온 발고락 햝으며 따라다녀야 할 놈이 없는 겁니다.
그때서야 이거 너구리가 물고 갔나, 그날 손님이 많이 왔었는데 이쁘다고 집어갔나,
혹시 또또따라 큰 길 나갔다가 차에 치인 것은 아닌가....
집 앞 사방 몇 백미터를 흝어보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놈 찾아다니다
닭들이 나무 밑에 사람 몰래 낳아놓는 달걀 무더기를 보고 삶아먹었지만...
그때부터 이레는 징징대기 시작했습니다. 이잉 똘이야! 똘이!...어디갔니...
그러고보니 개 아비 또또도 눈밑이 수척하고 털이 붕붕 빠지는게 슬퍼보였습니다.
뒷다리로 제 목덜미 박박 긁길레 벌레에 물리는게 안쓰러워 보여 간만에 가루약을 뿌려주고 목욕시켰는데 그 날 오후에 덮다고 흙구덩이 파고 드러누워 도로 흙강아지가 되버렸습니다.

어쨌든 똘이는 이제 집에 없습니다. 우리 집 식구로서의 인연이 다했는가봅니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길지는 않은 것입니다.
똘이 태어나서 한 3개월인데도 정이 들고 안보이니 허전한 것인데...
미우니 고우니해도 함께 했던 공간을 나누지 못하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올 여름에도 길게는 삼사일 짧게는 하루.
서로가 살아온 장소가 다른 이들이 함께 만나 인사나누다 헤어질 것을 생각합니다.
天地間에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사이에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네들이 좋은 인연으로 추억나누어지는 시간이기를 바랍니다.

어젯 밤에는 무척이나 달이 밝았습니다.
새벽 한시쯤인가 소피보러 나갔다 달빛 아래 한참인가를 냇물소리를 들으며 서있는데
또또가 소리없이 다가와 내 발등 아래 쪼그려 앉더군요.
같이 사는 숨붙이들의 정(情) 나눔이 아닐까 싶어지더군요.
누구라도 좋으니 달 빛 아래 한번 나가보세요. 아마도 서로간에 의미있는 시간일 겁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 민족은 큰 달 아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미를 찾는 명절(추석,정월 대보름)을 찾아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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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거사 2002.07.25 16:45
    잠도 덜깬 오밤중에 우연히 달빛아래에서 꼬리치는 또또, 길지않은 우리생명의 주변을 맴도는 생명체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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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2.07.25 18:11
    풀뽑기와 숨붙이들 얘기 잇달아 올린 두 편의 글을 읽노라니 마치 안윤근님이 옆에서 직접 얘기를 들려주는 듯합니다. 이런 좋은 글을 꽤 오래 대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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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2.07.25 18:13
    글방에 다른 분들의 글이 침입하여 다소 혼란스러운 것도 문제네요. 어떻게 두레네 사랑방으로 퍼옮길 수는 없는지요? 어쨌든 여운이 따르는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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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민과민서네 2002.07.25 19:31
    윤근형,오용민씨께 두레네글방은 형네글만 오르게 제로보드설정해 달라고 하셔요 그럼 글방은 두레네 글만 볼수잇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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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선녀 2002.07.25 19:55
    똘이가 제일작은강아지 맞나요?어쩜..어디로 떠난걸까요?분명 이레의 손길을 많이 그리워하고 있을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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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레네집 2002.07.26 13:47
    그 동안 게을러졌나봅니다. 제가 여름날에 태어났는데도 여름을 타는지 헉헉거렸거든요. 오늘도 집에서 부지런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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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2.08.11 21:48
    5월 두레네집 모임 때 얻어왔던 강아지 [마리] (라고 이름붙인) 는 식구들과 아주 따뜻하게 지내다가 털이 많이 날려 땅넓은 현지 외가에 보냈습니다. 이미 두달을 함께 지낸터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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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도옹 2002.08.11 21:49
    금도 찾아가면 냄새를 기억하고 달려들어 핥고 난리랍니다. 그런 짐승 일 지라도 가슴이 찡하게 하네요.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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