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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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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22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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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활짝 핀 그늘 아래서 두레와 축구를 했습니다(축구라기보다는 공차기임).
두레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두레의 실력이 실력인지라,
친구들은 같은 편에 두레를 넣기를 꺼려할 것입니다.
축구가 팀플레이를 요하는 운동이므로 의사 소통이 원활해야하는데.
바로 그것이 부족한 두레에게는 어려운 일이지요.
두레를 같은 편에 넣고 동일한 수로 축구를 한다면???-거의 질 것이 눈에 보임
제가 생각해도 두레 친구들을 이해할 만 합니다. 같이 놀아주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승부의 세계는 냉혹한 법인데 지는게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정식게임(진짜 재미가 있는 판)에는 두레를 안붙혀주니 두레의 마음 한구석이 섭섭했나 봅니다,
아마도 그런 날 두레는 집에 오면 "아빠 축구하자" 하고 저를 밖으로 끌어냅니다.
자기도 잘하려고 생각했던지 열심히 발길질을 해댑니다.
두레가 한번 차고, 아빠가 한번 차고....
그런데 이 녀석은 도대체가 공 받을 자세가 아닙니다. 내질르고는 그만입니다.
내가 차려고 하면 공에 맞을까봐 나무 뒤로 숨거나 막 달아납니다.
"아빠한테는 세게 차고, 너는 기다리고, 그래 이렇게 해라, 저렇게 말아라..."
공차기하며 발보다 입이 더 바쁩니다.


두레가 공을 내게 주고 얼른 다른데로 내빼려 폼을 잡는 순간,
이번에는 제가 두레녀석을 맞추어야지 하고 냅다 찼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 공이 빗맞아 옆의 계곡으로 튀어 들어갔습니다. 우리집에 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계곡은 축대 밑으로 제법 깊어서 내려가기가 수월치 않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여름 태풍이 왔을 때 내내 고생하며 쌓아둔 돌계단도 떠내려 간 터라
빙 둘러서 내려가야 합니다.
저보다는 날쌘 두레가 내려갔는데 "공이가 없서-어" 하고 소리지릅니다.
축대 위에서 바라보니 정말 안보입니다.
계곡 물살에 떠내려갔나 해서 얼른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한수내 다리에서부터 계곡을 거슬러 찾아보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무리 계곡 위아래로 몇차레씩 돌아보아도 공이 없습니다.
어느 귀퉁이에 있을 것 같은데, 바위 틈마다 머리를 들이밉니다.
해도 어스름해지고, 계곡길을 타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흔들거리는 돌에 안넘어지려고 발에 힘을 더 주기 때문에 발목이 시큰거려 옵니다. 옛날 생각하고 바위 위를 뛰어 넘다 물에 빠지고(거 이상하다 이 정도도 못뛰나?) 찾는 물건이 없으니 약도 오르고...내일 찾자 하고 오니, 두레는 에전에 집에 들어가 라면을 삶아먹고 있습니다.
"이 따식이 아빠는 공 찾는다고 밖에 있는데 의리없이 너만 들어왔냐?"
이 녀석은 잃어버린 공 찾을 생각보다는 눈 앞의 식욕이 더 급한 가봅니다.
라면을 입에 물고는 "아빠 내일 공 사러 가자" 하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는가 봅니다.
자면서도 내일 해가 뜨면 다시 찾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날 아예 강변부터 가보았습니다. 군청에서 무슨 공사를 한다며 자연석을 채취한다고
한수내 물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공이 강으로 떠내려가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요즘같은 시대에 누구나 흔히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지만
"공 사면 되지 일당도 안나오는 짓" 하는구먼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요즘의 제가 특별히 돈 나오는 일로 시간을 쓰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아마도 못찾으니 포기의 구실을 이렇게 합리화 하나봅니다.
미련한 집착을 버리고 다시 공이 들어간 나무 아래서 계곡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던 공이 담장 대신 둘러있는 나뭇잎 사이에 있는 겁니다.
어떻게 이리 나무가지에 걸려 있을 수 있는지. 애초에 계곡에는 떨어지지도 않았네요.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을 자꾸 멀리서부터 찾아다녔다니...
잃은 양을 찾아다녔다는 성서이야기도 어쩌면 부근에 있었을 것입니다.
내 주변의 잃어버린 이들이었을 것입니다.
멀리있는 백마 탄 왕자가 아니라 내가 잊고 있었던 이들일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찾아다니는 소중한 것이 내 주변에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부분의 선남선녀가 맺어지는 혼인의 짝도 알고 보면 멀지않다고 하지요.
그런 측면에서 "소중한 것은 가까이 있다"는 것은 세상의 평범한 진리중 하나일 것입니다.

  • ?
    새들처럼 2003.04.22 17:46
    그런데도 우리들은 자꾸 먼곳에서 무지개도 찾고 잊지도 않는 것을 찾기위해 정작 소중한것들을 두고 떠나고들 있지요. 참 소중한 일깨움을 주셨군요.
    5월에 두레네 집에서 행사를 하면 꼭 들르고 싶군요.
    건강 하세요.
  • ?
    마음 2003.05.07 15:56
    오늘 이곳은 어제부터 내린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습니다. 봄 장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져 드는군요
    소중한 것 이란 마음에서 오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신라시대의 유명한 고승이신 자장스님께서 심생즉 종종법생, 심멸즉 종종법멸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행과, 불, 희망, 소중함 등등.. 마음을 어찌 먹느냐에 따라 느끼는 감정또한 다르다고 생각이 드네요?
    가끔 한번식 방문을 하지만 봄 철 널 푸른 평야에 보리가 한가로이 바람에 몸을 맞기고 흔들리듯 잔잔한 마음의 여유가 있는 진솔한 글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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