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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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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39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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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웰빙(well-being)이라는 말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릴 때만해도
"야 이제 우리 사회도 정신적인 것에 가치를 부여하니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구나"
하는 흐믓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근대화 이후 물질의 위세에 눌려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도 잊은 채
각박하게 변해버린 한국 사회에 전환의 시대가 비로소 오는구나 하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자기를 돌아보고
특히 내면의 세계에 마음을 기울여
다른 사람과 자연과의 조화를 절로 불러일으키는
천지인(天地人)상생의 세계관의 시초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게 있었습니다.

well-being이라는 말 자체가 지극히 철학적인 말입니다.
철학의 존재론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개념을 요구하는 주제어로 볼 수 있습니다.
있다, 없다의 유무(有無)를 따져 묻고
있다고 한다면 어떠한 상태로 존재해야 하는지를 성찰해야하는 것입니다.
웰빙이라는 말은 그 존재의 상태가
"잘 있어야 함"을 추론적 결론으로 내린 것이라 봅니다.
자기 자신에게 물어 어떤 상태가 "잘 있는 것"이라고 보여지는지?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묻는 질문일 것입니다.
이 우주 속에서 묻고
소우주인 자기 속에서 묻고, 묻고 또 묻고...
불가의 화두로 일생을 지고가는 수도승의 전륜(轉輪:쳇바퀴)인 셈입니다.
석가모니는 그 쳇바퀴에서 헤어 나와 전륜성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지요.

사람으로서 잘 사는 것은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짐승은 짐승끼리 살며, 벌레는 벌레같이 살고...
"답게"라는 말은 오직 사람에게만 붙이는 존칭의 의미를 지닌 후미어입니다.
결코 개나 고양이에게 "답게"라는 품위의 언어를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지 않고
개같이 살며 벌레같이 살며 위대한 존재를 스스로 버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잘 살자"의 의미가 어떤 뜻으로 알려져 있습니까?
속물근성이 잔뜩 묻어나오는 단어로 연상되어진다면
그 사회는 사람답게의 사회가 아니라
금수같이 사는 곳일 것입니다.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말이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황금만능사회의 모토였다면,
이제는 돌이켜 사람답게 제대로 사는 사회로 돌아갔으면 합니다.

요즈음 크게 유행하는 웰빙 열풍은 심각한 우려감을 아니갖을수 없더군요.
처음 발상의 산뜻함은 점차 사라져가고
이제는 상술로만 남아있는 듯 합니다.
본연의 인간, 즉 자연과 어울리며 사회와 조화로운
"잘 있는 상태"를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남과 상관없이 혼자만 잘사는 이기주의의 극치를 표방하는 광고가 늘고있습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내 식대로의 판을 합리화시키는 경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잘 사는 것은 사람답게 제대로 사는 것입니다.
어제는 두레엄마와 일하다가 그늘에서 쉬면서 이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가끔 내가 전에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가 생각이 나,
그럴때면 굉장히 부끄러워지고
만일 그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가 내 앞에 있다면 몸둘 바를 모를 것 같아"
"그런데도 그런 잘못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도 있어, 양심도 없나 봐"

그늘에 자리잡고 앉아 무성한 풀을 뿌리채 잡아뽑으면서 두레엄마가 이야기합니다.
"어쩜 잡초는 비료도 거름도 안주는데 이렇게 잘자라지..."
"그러니까 다른이들에게 나눠 줄 열매가 없지, 혼자서만 잘자라고"
"그래 그런 놈들은 죽지도 않아, 재목감들은 일찍 요절하는데 말야"
"정말 꼭 필요한 이들보다 쓸모없는 잡초들이 더 무성한 것 같아..., 세상의 이치일까?"
"하지만 잡초같이 거칠게 세상을 사는게 사람이 살 도리는 아닌 것 같아..."

그런 것 같습니다.
잡초에 비유되는 인생이 끈질긴 생명력과는 달리 사람답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돌고도는 쳇바퀴를 돌리는 잡초인생의 업보는 끊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열매를 맺어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보탬이 되는 인생,
어쩌면 그것이 사람답게 사는 잘 사는 존재일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으로 다른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인생인지?
모든이들이 나름대로의 화두를 이고 가는 수도자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웰빙일 것입니다.

내 안의 나에게 묻습니다.
잘 있느냐?

  • ?
    오 해 봉 2004.05.25 16:46
    그것이 우주만물의 원칙이고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別曲이아닐까 싶네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버렸다고하지만 세상이 너무나
    빨리변하는것 같네요(^_^).
  • ?
    김현거사 2004.05.25 17:38
    꽃밭 꽃만 꽃이 아니고 야생꽃도 꽃인거는 마찬가지 입니다.
    잡초도 식물인것은 마찬가지며,인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잡초생명 고유의 가치를 무시당한 것 입니다.인간이 곡식을 얻는 밭에 난 것은 잘못이나 그건 인간과 잡초의 관계이지 우주상 존재끼리의 관계는 아닙니다. 나도 내밭의 잡초를 뽑지만 미안하다는 생각은 항상 하지요.
  • ?
    詩사랑 2004.05.26 15:22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있는 자들의 사치스러운 건강관리를
    웰빙이라 부르며 떠받드는 듯 하여,
    그리고 그 웰빙하는 생활이 또다시 상대적인 빈곤감만 부추기며
    금전만능주의, 소비주의에 날개를 달아주는 듯 하여
    심히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여기서 진정한 웰빙의 의미를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 ?
    햄버거아저씨 2004.05.26 19:33
    초파일 냄새도 나는것 같군요
    연이틀 글을 올리는게 컨디션이 좋나?
    나는 요즈음 웰빙
    상생 이라는 단어는 왼지 싫어집니다
    -----두레 이레도 잘 있지요?------
  • ?
    솔메 2004.05.27 16:39
    오묘한 철학서를 읽어내려간 감흥입니다.
    동의합니다.
  • ?
    막걸리 2004.05.30 16:36
    일산에 살고 있으며 항상 글 잘읽고 있습니다.
  • ?
    계수나무 2004.06.06 12:23
    안양댁입니다. 즐겨찾기에 넣어놓고 가끔 들어와 잘 읽고 있어요.
    꼭 한번 가서 묵고 싶어 벼르고 있습니다.
    김현거사님에게 한표.
  • ?
    진로 2004.06.26 15:34
    동감입니다.
    외국에선 잘도 되는 것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사치로 치부되어 버립니다.
    웰빙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새겨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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