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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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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조회 수 1166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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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두레를 보낸 후 방을 정리하면서 두레가 벗어놓은 양말을 집으니
발바닥 윗부분이 구멍이 뻥하고 양말 두 짝이 다 나있었습니다.
희한하게 부자가 닮을걸 닮았는지 애 아빠도 구멍내는 발부위에 두레도 똑같이 구멍을 내더군요.
아침에는 버스를 타고 가고 올 때는 버스 시간이 안맞아
걸어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는 약 4킬로 정도 되는데 오는 길이 반고개를 오르는 오르막 길이어서
벅차지 않을까 했는데 잘 걸어 다니고 있습니다.
이곳 분들은 차들이 세게 달려 위험하다는 이야기들을 하셨지만 저희의 생각엔
구례의 19번 섬진강변 도로에 비하면 이곳은 차가 없는 편이기에 처음부터 걸리기로 했습니다.
첫 날엔 두레의 표현대로 구례의 군내버스가 아닌 다른 버스(문이 하나인 시외버스)라서
긴장이 되었는지 아침에도 걸어가겠다고 하는 것을 버스타는 곳까지
데려다주면서 버스를 태워보냈습니다.
첫날은 오후가 되니 신경이 쓰이더군요.
선생님이 약 3시 반정도면 학교가 끝난다고 하셨는데
5시가 넘으니 이걸 가봐야 되나, 기다려야 되나 망설이게 되더군요.
그래도 두레를 믿으며 기다려보기로 했지요.
5시 반 정도 되어서 안오길래 나가려고 하는데 두레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얼마나 기특하고 이쁘던지.
9월 초라 오후의 볕이 따가와 녀석의 콧등엔 땀도 송글하고 런닝은 푹 젖었더군요.
'두레, 힘들었어?' 하니 '응.' 합니다.
기특한 마음에 이것저것 과자를 주며 두레 최고라고
칭찬을 마구마구 해주었습니다.

이튿 날에도 걸어왔는데 어제보다는 덜 힘들어 보이더군요.
그러더니 지금은 가쁜히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하교길에는 오는 길이 두레가 끝날 시간이 됐을때면
민서네나 우리나 일부러 그 시간에 맞추어 면에 볼일 보고  기다렸다가 두레를 태워오는데
두레도 힘들게 걸어오다가 차를 타고 오면 힘이 안드는걸 아니까
이제는 아예 천천히 걸어오면서 차가 오면 유심히 보더군요,
날 태워갈 차인가, 아닌가.
그러다가 우리를 발견하면 얼마나 얼굴에 미소를 띄며 좋아하는지.
녀석도 힘들긴 힘든가 봅니다.
어느 주는 일주일에 3번 정도 걷고 나머지는 식구들 차타고 들어오고,
어느 주는 시간들이 안맞아 6번 다 걸어 올때도 있고.
어느 토요일 오후에는 아이들은 다 왔는데 두레만 안왔습니다.
오후 3시경 민서 아빠 차를 타고 왔는데 차를 탄 곳이 바로 다 걸어서 집
입구였다네요.
자기도 억울한지 화가 나서 들어오는데 표정이 안 좋아 보여 두레아빠가
'두레 화났어?' 하니 '화났어.' 하며 그냥 휙 들어오더군요. ^-^
같은반 친구들 엄마들이 간혹 두레를 발견하고 차를 타라고 해도
절대로 타지 않더라는 얘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두레는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차는 절대로 타지 않거든요.
두레안에 그사람과의 교제가 아직 안되어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어느 날 어쩔수 없이 두레의 그 룰이 깨진 날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약간 늦게 나갔는데 얼마후 학교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두레가 차를 놓쳐서 걸어오는 걸 친구들이 봤다며 두레가 걸어오고 있으니
데려다달라는 전화였습니다.
전화를 받고 나갈려는데 뒤이어 바로 전화가 오길 지금 학교 운동장을 걸어오고
있다는 전화였습니다,
이상타, 두레는 남의 차를 잘 안타는데...... 아마도 이곳 목사님 차를 탔나보다
얼굴을 알고 탈 차는 그 차밖에 없는데.
저녁에 집에 왔길래 물어보니 같은 반 친구차를 탔더군요.
아마도 자기딴에도 차도 놓쳤겠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며 급했나봅니다.
그런데 가만히 얼굴 표정을 보니 인석 얼굴이 그 일만 물어보면
조금 창피해하는 얼굴이면서 얼른 다른 얘기로 바꿔버리는 것이
아침에 차를 놓쳐서 친구네 차를 탄 것이 자기딴에는 창피한 일이었던가 봅니다.
요며칠 비가 계속 왔던 날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오후에도 비가 오냐고 물었습니다.
그래 오후에도 비가 오면 마중 간다고 했는데 오후에 학교 앞으로 가니
비가 온다고 아예 정문 앞에서 우산을 쓰고 기다리고 있네요.ㅎㅎ


요즈음에는 걷기에 새로운 즐거움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이곳에는 동네 입구인 반고개에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간판도 없고 담배라고남 쓰인 글만 있어 외지 사람들은 가게인지도 잘 모르지만은
담배나 종류는 많지 않지만 아이들 군것질거리는 갖다놓은 곳입니다.
처음 이사온 우리도 그곳이 가게라는 걸 늦게서야 알았는데 두레도 그걸 알았는가 봅니다.
구례에선 학교 근처인 토지나 가야 가게가 있었는데
이곳에는 집 근처에 과자를 사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두레에겐 그야말로 희소식이지요.
열심히 걸어와서는 그 곳에서 과자를 하나 사먹는 즐거움. 걷기의 하이라이트죠.
이제는 아예 아침에 갈 때 차비 600원에 과자 값 500원을 가져가지요.
처음에는 일주일에 두 세번 주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두레가 걸어와서 그렇지 차를 타고 다니면 어차피 들어가는 돈이어서
그래 네 차비다 여기고 그냥 주지요.

그런데 사먹을 수 잇는 조건은 되는데 환경이 못바쳐준 경우가 근간에 좀 있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이모네 차를 타고 오는 바람에 한 삼일 그냥 집으로 들어오게 되었지요.
여러번을 그렇게 하니 그날은 억울했는지 집에 오더니
두레 사먹으러가?하길래 농담처럼 그러라고 했더니 옷 갈아입고는
부리나케 반고개까지 가서 사먹고 오더군요.
또 다른 환경은 며칠동안 늦게 끝나서 걸어오니 그 가게가 문을 닫아서 못사먹었다는데.
그날은 얼마나 억울했는지 씩씩거리며 들어와서는 끝내 울먹거립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두레 늦게 끝나서 과자 못사먹었어~~~~~~어'
우리는 과자며 잘안주는 초콜렛까지 주며 내일은 꼭 사먹을 수있을 꺼라고
위로(?)해주었지요.
다음날은 제대로 사먹었는지 웃으며 들어오더군요.

요번주 아주 늦게 끝나 두레가 걸어올수 없을 만큼 깜깜해서 선생님이
데려다 준다며 마중나오라고 하시더군요.
저녁을 하던 중이라 이레를 마중보냈더니 이레가 돌이와서 하는 말인즉,
나가보니 저 멀리서 회색 바지와 교복을 입은 사람이 보이길레 혹시? 했는데
반고개 쪽으로 가면서 오빠가 혼자 뭐라 하는게 들리길레 오빠인줄 알았다네요.
내리자마자 반고개로 과자사먹으러 직행.
이제는 이모차를 타도 반고개 앞에서 내려달라고 한답니다.
그러고는 과자를 사와서는 집에올 그 짧은 시간에 다먹고는 들어온다지요?


오늘도 두레는 열심히 걸어올겁니다.
신던 양말은 하루만에 뻥뻥하고 구멍이 나서 아빠 양말도 모조리 구멍을 낸 두레.
저녁이면 반고개 가게에서 "오감자"를 사먹으며 집으로 오는 두레를 기다리는 우리.
두레가 들어섬과 거의 맞추어서 저녁을 먹는 우리집 저녁시간.
약 50분을 걸어온 두레는 밥? 두공기먹고는 또 다른 간식을 찾습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잘 걸어와주고 잘 커주는 두레가 고맙기만 하답니다.

  • ?
    부도옹 2003.11.20 00:45
    우와~~ 학교에서 집까지 거의 한시간을 걸어서 다니는 두레가 자랑스럽습니다. 두레 화이팅~~
    두레엄마의 설명이 두레와 딱 겹쳐져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
    까막 2003.12.09 16:21
    두레 엄마의 눈을 빌리면 모든 일이 재미있고 의미있게 보여지나 봅니다. 과자가게를 마음 저 앞에 두고 열심히 걸어오는 두레 모습이 눈에 훤~합니다. 어쩌면 아침부터 마음길엔 그 가게가 놓여있었을지도?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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