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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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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많이 부르던 동요 중에
"토끼야 토끼야 산 속에 토끼야"란 노랫말 중에 이런 가사가 생각납니다.
"겨울이 되면은 무얼 먹고 사느냐?"

저희가 시골로 내려간다고 하니 주위의 많은 분들이 염려하는 문제는
다름아닌 양식 즉, 경제적인 문제였습니다.
정말 주위분들의 염려대로 저희 집은 한국 사회의 평균적인 가정
수입에 한참 모자라는 경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연초에 이레의 학교에서 가정환경 조사를 하는데
물론 이런 조사는 저희가 학교 다닐때인 30년전
아니 그 이전부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하므로
여태도 하고 있다고 해서 별로 새삼스러울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집 생활란에 무엇을 표기하나 하고 고민하다 안쓰고 그냥 보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전화가 왔길레 상,중,하 중에
하에 속하는 것이 맞다고 하자 전화상으로 선생님께서 껄걸 웃으십니다.
아마도 학력란에는 대학원까지 다닌 사람이
시골서 이런 경제적 모양새로 살아가는 것이 장난스럽다고 느끼시는가 봅니다.
나중에 얼굴을 맞대며 함께 이야기하면서
한 이삼년 하시다가 다시 제 자리로 가셔야지요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그래 모든 사람들이 도시인의 시골생활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 보편적이지
그게 현대인의 상식에 속하는 일일 것이라고 저도 인정했습니다.
요즘 저희 부부는 동요의 가사대로 겨울 양식을 위해 밤을 줏으러 다닙니다.
도시인의 소득으로 환산한다면 그리 많지 않은 일당입니다.
어찌 생각하면 그거 받으려고 거기서 사나고 한다면 침 우스운 일이지요.
제 변명일지는 모르지만
사람은 상황에 적합한 삶을 살 때에 의미있다고 여깁니다.
자본주의 소비구조의 첨예한 꼭대기인 도시인은 소비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의 행복지수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대로 따르는 것이 상식이듯
시골에 살려면 시골 살림에 맞는 경제구조로 자신을 맞추는 것이
시골에서 잘 살수 있는 비결입니다.
즉 도시인의 소비구조를 그대로 지닌채 시골에 정착한다면 시골의 수입구조에 비교해 볼 때 가진 돈을 들어먹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다른 말로 소비를 줄여야만,
물질적 풍요에 익숙했던 기억을 잊어야만,
시골이라는 말 속에 함유된 자연의 풍요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이것은 신앙의 영역일지도 보릅니다.
자신의 소망을 성취하기 위한 인내가 있어야 함을 말하니까요.

우리가 가진 돈이 있다면 이런 고민 저런 궁리 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그렇게 많이 가진 분들의 풍요로운 시골생활을 모르는 바도 아니어서
이자수입으로 도움받는 노후의 삶을 계획하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거리며 듣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다움의 삶
그중에서도 자연이 주는 혜택을 몸으로 느끼는 삶을 원한다면
돈으로 환산된 자본으로 자연을 살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삶의 원천으로 삼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돈이 없지만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아내 말대로 어떨 때는 불편하긴 합니다만
단지 그 어떤 때의 빈도를 지금보다 더 많이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밤줏으며 힘들때 물마시는 쾌감이 더 짜릿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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