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섬진나루>두레네이야기

두레네
/두레네(추풍령) /두레네(지리산) /두레네크리스마스이야기(지리산)

두레네 글방입니다.
2001.11.16 13:47

상여 뒤를 따르며

조회 수 1114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요번 주는 피아골에 들어갈 일이 많았습니다.
화요일 연곡사 못미쳐 남산 마을에 상이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장례예배를 마치고 장지까지 따라갔습니다.
상여로 나가는 것을 멀리서 한 두 번은 봤으나
직접 상여 뒤를 따르며 그 과정을 지켜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장의사 영구차에 실려나가고 모든 것이 빨리빨리 진행됐는데,
아름다운 상여에 관이 들어가고 동네분들이 메고 장지까지 노래를 부르며
가는 과정이 내게는 생소하지만 신기했습니다.
유족이 대나무 작대기를 손에 쥐고 그 뒤를 따라갑니다.
뒷산은 무성한 대숲이었습니다.
하늘이 어슷하게 갈려있는 대숲 사이를 와삭거리며 상여는 지나고
뒤따르는 노래소리는 끝없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묘로 쓰이는 자리는 고인이 평소에 늘 다니던 녹차 밭이라 합니다.
올라가서 보니 당신이 살던 마을과 집들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참 좋은 자리 같아 보였습니다.
피아골서 갈라져나온 능선이 왕시루봉으로 쳐올라가는 기슭의 녹차밭.
부러웠습니다.
한평생 땅과 같이 살다 다시 당신이 사랑하던 땅으로 돌아갈 수
있는 분들이 부러웠습니다......
우리의 장례의식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삶이
더욱 의미깊게 다가오는 하나의 문화인가 봅니다.
이제껏 도시에서 보아온 병원 영안실의 멋없는 장례가
얼마나 한 인간의 삶을 초라하게 보이게 하는지를 생각하니
우리들이 갖고 있던 장례식의 이미지 즉 우울하고 서글픈 일이라 생각했던 것이
너무나 잘못된 편견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장례문화는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또 하나의 삶의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멋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이 곳에서의 장례예식은 거나한 잔치라는 인상이 풍깁니다.
온 동네 분들이 품앗이로 나와 거드는 일은 한두번 해본일이
아니라는 듯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됩니다.
먹거리도 풍성해서 한 상에 다 못놓을 정도입니다.
점심때는 피아골의 불지핀 따끈따끈한 황토방에서 몸을 지지다가 돌아왔습니다.
우리집의 보일러 방을 들어서니 정감없는 썰렁한 느낌은 왠일인지?
할 수만 있으면 흙으로 지은 방 하나 있었으면 싶어집니다.
흙속에 사는 사람의 조화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서 더욱 그런가 봅니다.

  • ?
    박용희 2001.11.18 07:02
    티베트에 사는 사람들은 늘 죽음을 생각하기에 행복하다는 글을 보았어요. 저 역시 장례예식도 일종의 축제라고 생각하지요. 먼 고향으로 돌아가는 편안한 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4 느림이라는 여유와 교환한 자동차에 바램 1 두레네집 2001.12.09 923
133 ...그리움-중(금식과 정신세계) 두레네집 2002.01.11 1124
132 ...그리움-하(현대인의 잃어버린 쾌감) 두레네집 2002.01.11 1116
131 well-being : 잘 사는 것과 제대로 사는 것 8 두레네집 2004.05.25 1394
130 [re] 도인의 경지가 멀리 있으랴? 정명진 2002.04.08 263
129 [re] 똑똑이, 허우대 風神이 훤칠허고.. 솔메거사 2001.11.27 208
128 [re] 지난주에 들렀을때... 솔메거사 2001.09.20 327
127 歸農, 달콤함만 주려하고 3 두레네집 2004.01.10 1131
126 감자에 싹이 났다 잎이 났다 9 두레네집 2004.05.24 1603
125 게임하듯 풀을 뽑다가 5 두레네집 2002.07.23 1047
124 겨우내 꼼지락거리다가 7 두레네 집 2003.02.26 1060
123 고사리를 뜯으며 4 두레네집 2008.07.08 1557
122 교실 난로에 얽힌 추억 1 두레네 집 2001.11.20 1086
121 그리운 사람에게 먼 길은 없다. 두레네집 2002.01.30 935
120 그리움을 알게 될 줄이야 5 두레네집 2003.11.13 969
119 금식에의 그리움-상 (굶으면 난다) 두레네집 2002.01.11 1044
118 기계가 무서워진 날 10 두레네집 2002.03.27 1061
117 까마귀 4 두레네집 2004.02.10 1095
116 까치는 돈을 모르는데요? 1 두레네집 2003.04.18 984
115 낙엽으로 지는 단풍을 따라 두레엄마 2001.11.16 12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