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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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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레네 글방입니다.
2003.02.26 00:44

두레엄마의 변명

조회 수 36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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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사무소에 나가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면사무소 담 옆의 산수유나무에 노랗게 물이 들고 있습니다.
어제보니 지리산 포탈의 사랑방 사진에는 예쁜 매화사진이 올라왔군요.
저희 집 마당에 있는 매화나무에도 조금씩 꽃망울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이사온 해에 심은 매화나무 묘목도 잘 자라 조금씩 몽글거리는 꽃눈이
꽃을 피울 준비를 하더군요.
두레아빠도 글을 올렸지만 이번 겨울 저희는 겨울잠을 잤습니다.


두레아빠와는 또 틀리게 저는 이사온 해 첫 겨울에 느꼈던 그런 고독감을 느꼈습니다.
그 때와는 틀리게 아는 사람도 생겼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차도 생겼는데
영 마음이 가라앉는게 추스리기가 힘들었습니다.
이곳으로 올 때의 마음을 많이 잊어버린 듯 해서 부끄러웠습니다.
피아골과 농평과 당치 등에 사시는 분들의 산에 기대어 사는 생활을 보며
땅이 없다는 핑계로 남 농사짓는 걸 구경하며 사는 제 모습이 참 부끄러웠습니다.
재작년 여름의 끝날 교회분들과 같이 백무동으로 해서 천왕봉을 다녀오는 당일산행을
했는데 여름의 끝이라 체력을 자신할 수 없었지만 너무도 가고싶었던 천왕봉이라
무리해서 다녀왔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같이 갔던 분들은 이 곳 출신이라 정말 잘 걸으셨습니다. 별로 지쳐하지도 않고
그 날 헤맸던 사람들은 도시출신만 헤맸습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사셨던 한 분이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이제야, 나도 천왕봉을 와봐서 마음에 짐을 벗었어. 오는 사람마다 천왕봉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코밑에 살면서 한번도 안가봤다고 하면 다 이상하게 생각해서
참 챙피했어. 그러나 먹고 살다보면 코밑에 있어도 안가진당께"
'맞아 맞아' 여기저기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아직도 이곳에 살면서 천왕봉 안가본 이들이 많다고 했습니다.
하기야 이곳 분들에겐 산이야 언제나 있는 것이고 언제나 같이 하는 것이긴 하지요.
저도 지난 해에는 이곳 분들처럼 제대로 된 산행을 한번도 가질 못했습니다.


지난 2월 등산에 같이 따라갔습니다.
전날 두레 아빠에게 '나 내일 등산 갔다올게' 하니 '어디로 가는데'
하며 묻길레 '지리산' 하니 웃습니다.
당연한 걸 묻고 당연한 걸 대답했다는 듯이 우리는 그렇게 웃었습니다.
불무장등으로 올라가니 그곳에는 아직도 눈이 많이 있었고 길은 다져져서 빤질거립니다.
많은 곳은 허벅지까지 눈이 찼습니다.
바로 옆은 낭떠러지인데 발바닥 겨우 포개지는 길을 지게지고 가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산을 오랜만에 오르니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처럼 힘들어하시는 분이 일행 중에 있어서 삼도봉을 저만치 보면서
여자들은 길옆에서 밥을 까먹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산을 오르면서 보니 정말 고로쇠 받는 줄이 종종 보이더군요.
그 높은 산에서 지고 내려가는 분들도 있어서 두말씩 얹혀있는 지게도 보입니다.
그날도 부끄러웠습니다.
작년 3월의 어느 날 농평에서 그 높은 산에서 두 세시간을 지고 내려온 물을
대접받았을 때 그 물을 먹으며 얼마나 부끄러웠는지요.
이런 부끄러움들이 내 안에 있다가 한꺼번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아직도 도시의 편한 생활에 익숙해서인지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 다 표현할 수는 그런 힘든 갈등도 있어 떠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많은 분들의 격려와 사랑이 고마운 만큼 부담도 많았나봅니다.
그러나 부끄럽지만  발을 딛고 사는 이 곳에서 버티며 열심히
사는 것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잡았습니다.


  • ?
    끼득이 2003.02.28 15:28
    이러나 저러나 건강한 모습 뵈니 안심이 됩니다.
    두레어머님,, 우리 다시 한번 힘을 내어요..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활짝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말입니다. 몸도 맘도 건강하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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